'할 수 있는 일', '당장 급한 일'부터 해나가도 임기는 늘 짧아
교육부, '대학의 절체절명 위기극복' 정책마련이 최우선 돼야

박병수 편집국장
박병수 편집국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5,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장관직무대행 시기에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넘긴다는 대통령직인수위 계획에 대해 대학총장들의 민심을 물었던, 설 익은 수박같은 교육부권한 이관계획을 최근 다시 들먹였다.

·재정권, 임원승인취소 및 재산처분결정권 등 대학의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하게 넘기려 하는데,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이라 우선, 교육부 재정지원사업부터 지자체에 넘겨 지자체장과 대학이 용처에 대해 상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지난 524일 충북 오송역 기자회견실에서는 비수도권대학 대표 7명 총장들과 A모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간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교육부가 대학총장을 불러 모은 명분은 교육부 권한 지자체 이관에 관한 대학민심을 파악하겠다는 취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담회에 참석한 B대학 총장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내용을 본지 기자가 묻자 속빈 강정같은 간담회였다면서 나눈 내용이 사실상 없다는 표현을 했다. 이유는 "정책방향과 세부내용이 전혀 준비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민심을 파악한다고 하니, 어떻게 하겠다고 해야 의견을 내지만 있지도 않은 계획으로 뭔 답을 하냐. 공회전만 돌리다 나왔다"며 황당해 했다.

당시 C대학 총장은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너무 위험한 발상을 너무 손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들이 행정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그는 "선출직 지자체장에게 대학 목숨줄 같은 예산, 임원결정, 재산처분 등을 쥐어 준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줘 지방시대를 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일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의 반대급부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반면, 광역 자치단체장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일색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모색 해 대학을 지역허브로 성장시켜 지역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역설한다.

대학가에서는 오히려 지역대학 상황이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방대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하면 지자체장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나 선거를 의식한 지역사회 영향력 등에 따라 대학지원이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자체 입장에선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단 대학이 문을 닫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대학에 무리해서 재정을 투입하고, 정작 육성해야 할 대학에는 지원금이 돌아가지 않는 등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재정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골치 아픈 지역대학 문제를 지자체와 지역대학에 떠넘기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 교수도 모든 권한이 한꺼번에 지자체로 넘어가면 작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각자 있다. 지자체가 지방대를 부속기관처럼 여기고 규제하면 대학의 자율성, 창의성을 억누르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정부가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한 번에 주기에는 지자체도 준비가 안 돼 있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지자체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는 속담이 있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가 대학민심을 듣겠다며 열린 지난 5월 비수도권역 총장 간담회 개최 당시보다 여·야 대립국면은 더 심각해져 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놓고서도 여·야 의견차가 극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학의 행·재정권, 임원승인취소 및 재산처분결정권 등 교육부 권한이관에 당연히 잇따르는 법개정은 어찌할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부 권한, 지자체 이관 추진이라는 씨도 뿌리지 않은 계획을 얼마 있으면 곧 열매를 딴다는 듯이 말을 불쑥, 불쑥하는 의도가 뭔 지 모르겠다.

또한, ·야 합의가 돼 법개정이 이뤄지기 이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정책이다. 단순히 지자체와 대학의 지역생태계 공동조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만으로 대학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지자체에 넘기기에는 지자체가 교육행정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권한을 넘기기만 하면 지역생태계가 조성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준비해야 할 작업, 정지작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초짜 국무위원이 아니다. 상황과 타이밍, 정책의 반대급부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여·야간 대립국면으로 법개정이 이뤄지지 못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면 교육부장관을 또 다시 맡는데도 교육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을 아직도 업무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 받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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