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자소서 폐지는 대학별 전형을 만들라는 뜻 내포돼"
김윤배 "고교학점제 바탕 수능 어떻게 설계할 지 논의 필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시행착오 없는  제도안착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시행착오 없는  제도안착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는 첫 세대인 2009년생이 수험생이 되는 2028학년도를 앞두고 대학입시 개편논의 작업에 돌입했다. 입시현장 일선 입학사정관, 고교교사 등이 처음 머리를 맞대고 학생 줄세우기, 공정성 부족 등이 지적되는 현행 대입제도의 근본적인 원인과 획일적에서 다양성으로, 타율에서 자율 옮아갈 준비에 대해 논의됐다.<편집자>        

대학이 원하는 인재 선발은 오랜 대학의 숙원이자 고민거리

[U's Line 유스라인 문유숙 기자] 각 대학이 대학별 상황을 반영해 스스로 대입전형을 구성할 수 있도록 자율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제기됐다. 또한,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면 학생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제출여부를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쏟아졌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한 '1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대학별로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했는지는 오랜 대학의 숙원이자 고민거리라며 그러나 자소서가 폐지되면서 대학특성에 따라 전형을 설계할 수 있는 논의가 시급히 개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2019년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자소서가 폐지되면 2024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학생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활동 내용을 대학이 파악하기 어렵게 돼 결국 교과성적 위주로 평가하는 경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김윤배 "대학별 상황을 반영한 전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부여"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대학별로 입시상황이 달라질 경우의 수가많아졌다. 어떤 대학은 수월성 위주 입시운영을 할 것이고, 많은 대학은 정원충원이 목표인 입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대학별 상황을 반영한 전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부여되는 것은 대세적 필요"라고 말했다.

김 입학처장은 "교원 입장에서 쓴 것이 학생부라면, 지원자도 자소서를 통해 자신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자소서를 못 쓰게 한다는 것은 사법제도로 생각하면 변호사가 없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의 능력 고도화를 전제로 자소서 부활을 심각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처장은 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관련,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수능체계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하는데 수능과목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고 있느냐면 어느 전문가라도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를 바탕으로 수능을 어떻게 설계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숙 "자소서 폐지, 우리가 원하는 공정성인지 고민해야"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교수들이 원하는 것은 대학에 와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해 달라는 것이다""대입전형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대학특성에 따라 전형을 설계할 수 있도록 2028년부터 시행되는 대입제도에서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수능의 경우 '수능 신화'는 깨졌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N수생이 건국대 (신입생)70%가 넘는데, 시험을 2~3번 본 학생들의 성적이 오롯이 학업 역량인가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있다""교육과정과 전형의 엇박자가 현재 혼란의 핵심이다. 엇박자가 계속 나면 수능 준비는 개인 몫이 되고, 고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본인의 강점을 강조할 수 있는 자소서를 폐지하는 건 학교와 교사의 영향력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이라며 "이것이 정말 우리가 지향하는 공정성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자소서 폐지에 대해 반론을 냈다.

이어 "자소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순간 대학 경쟁률이 떨어지는데 그런데도 필요하다면 대학이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자소서 반영여부는 대학 자율권으로 남겨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고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 파행을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상아, "고교 수업은 6학기인데 한 학기가 입시 때문에 황폐해져"

한상아 충북 오송고 교육과정부장은 "현재 고교 3학년 2학기는 수능 문제 풀이로 진행되고 있고, 수능 전후로는 사교육을 받기 위해 조퇴·결석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교 수업은 6학기인데 한 학기가 입시 때문에 황폐해지는 문제점과 관련해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육과정부장은 학생들이 상담받는 과정에 선생님들이 조언을 해 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어떤 사정으로 인해 2학년 1학기에 갑자기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나타나지 않아 자소서를 통해 사정을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교육과정부장은 "학생이 가정환경 때문에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교사·학생 입장에서 작성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자소서는 학생들의 사정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지 "고교학점제 안착되도록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야" 

이상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도 "대학을 좀 더 믿고 대학이 학생의 선발과 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교학점제가 입시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특성에 맞는 전형이 유지돼야 하고, 전형들은 당연히 개편과 맞물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수 "소통과 사회적 협의 거친 대입제도개편안 시안 마련"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고교학점제 등 공교육 체제 혁신이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바탕이 되기 위해 대입제도 또한 미래교육이란 지향점에 맞춰 나가야 한다""중요성을 감안해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협의를 거쳐 대입제도개편안 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8 대입개편 관련 인터넷 게시판을 개설하고 추후 3~4차례의 포럼을 더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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