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 국립대 총장 의견청취 안 해…임용권 확대된 총장마저 '우려'
李 후보 보고서 '사무국장 파견금지' 제안…청문 전 교감說, "이미 장관"
대학 닥친 위기 '자율'보다 현실적 '정부지원', '정원미달 대책' 시급

윤석열 정부가 오랜 공백의 교육부장관 후보에 MB정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지명했다. 대학사회에는 이 후보자 지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이 후보자의 '교육부 해체론'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주장으로 평가되면서 부정적 반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오랜 공백의 교육부장관 후보에 MB정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지명했다. 대학사회에는 이 후보자 지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이 후보자의 '교육부 해체론'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주장으로 평가되면서 부정적 반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고 끝에 악수(?)이주호 '교육부 해체' 부정 반응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MB정부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명했다. 박순애 장관의 경질성 자진사퇴 후 약 50일이라는 장고(長考) 끝에 나온 한 수이지만, U’s Line부설 미래교정책연구소 전화설문(지역안배 대학구성원 150명) 결과 이 후보자 교육부장관 지명에 '부적합'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67%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값으로만 본다면 장고 끝에 악수(惡手)를 둔 셈이다.

'부적합'이라고 답한 응답자중 38%가 '지금 교육부 해체추진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위기 해소 부적합 인물'32%, '수도권 편중·대학서열화 더 심각’ 30%순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이주호라는 인물 보다 교육부 해체론자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고 답할 정도로 이주호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 해체 인식은 강렬하다.

대학가,"교육부 표() 자율,  "짝퉁자율"

'교육부 해체가 우려된다'는 응답자들 속내는 교육부를 옹호해서가 아니라 한국 대학사회가 맞닥뜨린 위기에서 교육부 해체가 된다면 위기 해결의 주체가 없어진다는 걱정을 한다. 반면, 이 후보자는 교육부 해체를 하지 않고서는 대학 자율성 확대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맞긴 꼴'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절대적 신념을 드러낸다.

그러나 대학사회는 교육부 표() '자율확대'라는 상품에 신뢰가 별로 없다. 자율이 꼭 필요한 '등록금 인상여부', '일률적 대학평가' 등 자율요구에는 매우 미온적이고, 대학이 해결할 수 없는 출생율 저하 정원미달 대책은 강제적 정원감축 조치만 발송하고, 이외에는 대학이 다 알아서 하라는 듯이 입도 뻥긋하지 않는 '짝퉁 자율'라고 비난한다. 특히, 수도권대학 반도체학과 개설에 고삐를 풀어버리면서 자율의 진정성이 크게 떨어졌고, 이 반도체학과 방안이 이주호 후보자 지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같이 대학사회가 우려하는 '짝퉁 자율'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일이 터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제도 개편 추진안'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현직 16명 중 10명의 사무국장을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나머지 사무국장들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대기발령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결과 21일 교육부는 국정감사가 끝난 야간에 전북대, 충북대, 한국방송통신대, 서울과학기술대 사무국장 총 4명을 24일로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이로써 현재 교육부 국·과장급 출신 사무국장은 국립대에서 모두 물러났다.

교육부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제도 개편추진 명분은 대학의 인사와 급여, 예산편성과 집행·회계·결산·보안 등 대학운영 지도감독 역할 수행해 온 사무국장 권한을 민간인과 교육부를 제외한 공무원에게 개방하고, 총장 임용권을 보장해 대학 자율성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학총장 조차 교육부 출신 배제는 오히려 대학을 모르는 사무국장이 부임해 대학운영을 저해할 여지가 크고, 국립대에도 밀어닥친 여러 위기앞에서는 시행이 적절하지 않다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문회도 안 거친 이 후보자의 제안차용 의심

문제는 이제부터다. 교육부가 추진한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제도 개편'은 이주호 후보자 외 8인이 공저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혁신방안》중 '대학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제고'에서 교육부 등 정부관료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금지를 지난 3월에 제안해 놨다.

이주호 후보자가 이사장인 K-정책 플랫폼에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혁신방안' 보고서(사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사무국장 대기발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학 사무국장 파견금지가 제안돼 있다.
이주호 후보자가 이사장인 K-정책 플랫폼에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혁신방안' 보고서(사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사무국장 대기발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학 사무국장 파견금지가 제안돼 있다.

교육부가 조치한 국립대 사무국장 대기발령이 이주호 후보자가 발표한 혁신방안에서 따온 것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책의 효과여부가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시행 이전에 기대효과가 나타날지, 아닐지 검토단계는 빼놓을 수 없다. 검토방법에는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듣는 의견조사가 가장 우선한다. 그러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금지 개편추진에 앞서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청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제보가 본지로 접수됐다.

이주호 후보자 외 8명이 공저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혁신방안'보고서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금지'가 대학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제고 단락에 제시돼 있다.
이주호 후보자 외 8명이 공저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혁신방안'보고서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금지'가 대학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제고 단락에 제시돼 있다.

또한, 정책시행은 당연히 적법해야 한다. 그러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금지 개편은 공무원법 직위지정 여부, 심의위원회 심의여부, 공무원 공적행위 법적근거, 국가공무원법 대기발령조건 적합여부, 국가공무원법 32조 미적용에다 인사혁신처, 운영위원회와 아직 협의단계에서 대기발령을 내렸다. 왜 법, 절차까지 어기면서 서둘러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심의 거칠 것은 거치고, 절차대로 적법하게 추진을 했더라면, 대학총장들 의견도 청취했을 것이기 때문에 정책시행 효과, 부작용 대비에 더 가까운 방안이 꾸려졌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현장에 이미 도착해 짐을 다 푼 사무국장들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용감할 정도의 무모함을 동시에 가진 위치는 대략 짐작이 간다. 장상윤 교육부차관도 용산과 협의를 거쳤다고 실토했다.

"전쟁에서 필요한 건 자유 아니라 평화"

한국의 국립대에 놓인 현실에서 대기발령까지 조치할 정도로 교육부 관료 사무국장 파견금지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이 대목이 윤 정부의 최대 약점이자 시급히 메스를 대야 할 고질병이다. 교육 문외한인 대통령의 과도한 간섭이나 즉흥적 지시로 실타래가 계속 엉킨다

현장의 의견청취, 법으로 명시한 행정절차 등을 모두 무시한 채, 국립대에 안겨준 '사무국장 자율권'의 효과와 가치가 얼마나 될지, 정책시행 이전 메뉴얼에 포함되기나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주호 후보자의 교육부장관 지명이 부적합하다고 응답한 내용중 '이 시점에 교육부 해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대학사회 구성원들 의견은 '교육부 해체 우려'보다 '이 시점'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교육부는 헤아려야 한다.

'이 시점은' 국립대 대표격인 9개 지역거점국립대 자퇴생이 매년 20%, 증가세도 매우 가파르다. 지역소재 대학중 대학구조개혁평가 2~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평가결과가 미흡했던 92개교 정도가 2024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의 70% 밖에 채우질 못할 것이라는 엄중한 현실이 바로 '이 시점'이다. '사무국장 파견금지로 대학자율성 확대'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참으로 여유롭다. 여유롭다 못해 안일하다. 

전쟁이 발발했을 땐 필요한 건 자유가 아니라 평화이다. 한국 대학사회는 현재 전쟁중이다. 평화가 간절하다. 한국 대학사회 평화구현은 '현장민심 듣기'를 통한 '중··단기 대학재활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육성방안에서도 그랬듯이 계속적인 현장무시는 이기는 전쟁의 전략과는 거라차가 꽤 커보인다.

     

이주호 장관은 자유주의자인가?

이범 교육평론가·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범 교육평론가·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사령탑이었던 이주호씨가 윤석열 정부의 새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새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재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뜻밖에 민주당 정부들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연속성은 고교평준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처음 인가한 시점은 김대중 정부였다. 민사고·상산고 등 6개 자사고가 문을 열었다. 특목고를 대폭 늘린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임기 중 외고 11, 과학고 3개가 인가됐다. 이로 인해 고입경쟁과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2006년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특목고가 필요하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같은 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이주호씨가 펴낸 저서의 제목이 바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였고, 그의 뜻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를 무려 45개 인가했다.

이명박 정부와 민주당 정부의 두 번째 연속성은 바로 대입제도에서 드러난다. 수능 비중을 낮추고 수시모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려는 방향이 일치한다. 수시모집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7학년도 대입에 처음 등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김대중 정부 31%, 노무현 정부 52%, 이명박 정부 62%, 박근혜 정부 74%, 문재인 정부 78%에 달했다.

수시모집 중 입학사정관전형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10개 대학 254명을 선발하는 일종의 시범사업이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대입 자율화를 대선 공약으로 삼고 입학사정관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위해 집권 첫해 157억원을 대학들에 나눠줬고, 이것이 임기말엔 거의 400억원에 달했다. 이주호씨는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면 많은 교육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가장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했다.

이같은 고교정책과 대입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율이다. ‘자율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에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의 핵심이었고, 이후 거의 30년간 한국 주류 교육계의 믿음이었다. 자율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자유시장개념과도 겹치는 한마디로 치트키. ‘자율이 좋아? 아니면 규제가 좋아?’라는 질문에 규제가 좋다고 답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영향력은 민주당에도 면면이 이어진다. 일례로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씨는 2018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전히 대입제도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씨는 사립학교까지 평준화시킨 박정희식 고교평준화를 개발독재와 관치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교육청별 재지정 평가로 후퇴한 데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대중은 이런 자율개념에 근거한 정책을 싫어한다. 입학사정관제나 그 후신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반감은 잘 알려져있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고교평준화 찬성이 늘 반대를 앞지른다.(가장 신뢰도 높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에서 두 배가량 차이난다) 이것은 무지한 대중이 고매한 자율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 자율이 의 자율이기 때문이다. ‘인 대학이나 고교에 자율(특히 학생선발권)을 주면, ‘로서는 그들이 이리 줄서라 하면 이렇게 줄서고 저리 줄서라 하면 저렇게 줄서야 한다. ‘의 위치에서 교육경쟁을 경험하는 대중으로서는 의 자율을 강조하는 정책에 호의적이기 어려운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1995년의 5·31 교육개혁안이나 이주호씨의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다루는 자율은 으로 행세하는 기관의 자율, 즉 대학이나 고교의 자율이다. 하지만 창의성이나 다양성의 원천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율, 즉 학생이나 교사의 자율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주호도, 이해찬도, 장하성도 관심이 없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인에게 자율권을 줘서 이수과목의 다양화를 꾀하는 정책인데, 교원단체들로부터 협공을 받아 될 둥 말 둥한 상태다. 교사 개인의 자율권을 넓히는 교육과정 간소화, 교과서 자유발행제, 교사별 평가 등은 몇 년째 사실상 논의가 단절된 상태다. 교육부가 내려보내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50쪽에 달하고 이에 근거해 교육청별로 작성하는 학업성적관리지침100쪽에 달한다. 평가·기록과 관련된 규제만도 이러할진대, 여기서 무슨 창의성이 나올까? 이 와중에 10년 전 장관이 재등장해 계속 기관의 자율만 외친다면? 나는 그가 적어도 고전적 자유주의자가 아님은 확실하게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범의 불편한 진실 -경향신문 필진>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