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 나라를 짊어지고 갈 미래의 동량들을 키우는 데 자그마치 백 년 이상의 원대하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삼십 년이면 사람도 바뀐다는데, 백 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교육이 한 나라를 지탱하는 굳건한 기둥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갈릴 때마다 교육 정책이 임금님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걸 보게 된다. 그것도 너무나 자주 바뀌는 바람에 교육 일선에서조차 현행 교과과정과 입학전형을 혼란스러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해진 임기도 못 채우고 채 일 년도 안 돼 퇴임하는 교육부장관에게는 백 년의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당장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주어질 뿐이다.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교육열을 가진 나라이다. 반세기 전,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강토를 복구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교육의 힘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극복하는 길이 오로지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부단한 교육열로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길러냈고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오늘날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현재 반도체 분야 등 산업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 이르기까지 초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도, 자신은 못 입고 못 먹어도 자녀들만큼은 교육시키겠다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운 교육열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안팎에서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교실이 붕괴되었다는 진단이 들리고 있다. 성실과 지혜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하나둘 학교를 떠나고 있고, 우리나라의 근간을 지탱해왔던 공교육은 어느덧 수십 배로 불어난 사교육에 전권을 내어주고 퇴장하는 중이다.

심지어 온라인 수업과 비대면 수업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학교는 수업 시간에 버젓이 학원 일타강사의 강의를 틀어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교육 현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많은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국가 기반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젊은 학생들이 검정고시와 각종 공무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그 증가폭은 단군 이래 최고조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명문대학, 수도권대학 중심의 정책과 서울 시내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현상, 사회 곳곳에 만연한 학벌주의 등으로 인해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고사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학령기 인구 감소로 이미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가까운 중국이나 베트남, 몽골 등의 유학생들로 빈자리를 채우느라 허울 좋은 국제캠퍼스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교육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공교육이 바로 서는 사회, 선생님들의 교권이 확보되는 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교실이 되려면 현재의 교육으로는 안 되며,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가 하나가 된 지구촌을 넘어 무한 경쟁의 장으로 접어든 포스트모던의 시대, 그리고 어제의 국지적인 지역적 문제가 오늘의 코스모폴리탄 아젠다가 되는 이른바 글로벌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제 포스트모던의 시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 21세기 인간과 인간의 교육을 넘어 인간과 기계와의 교육을 말하는 인공지능의 시대, 선생님들이 이용하는 교보재와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인터넷의 시대, 학생들의 출결뿐만 아니라 수업 참여, 교과 활동에서부터 제출한 과제 채점과 성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 현장의 모든 활동이 빅데이터로 정의되고 처리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춰 우리나라의 교육은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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