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돈 먹는 하마','수도권 규제완화' 영향미쳤다?
지역대학 프라임사업 성과저조, “한국 지역대학 구조적 문제, 운영적 문제 아냐 ”
지역대학 '프라임사업의 저주', 사회인력 예측 착오도 큰 요인
본지 연구소 "반도체학과 지역대학-수도권 이원화 정책 리스크 최소화해야"

2016년 6월 원광대에서 프라임사업 선정 21개 대학(대형, 소형)출범식이 개최됐다.(사진: 원광대) 3.5대 1 경쟁률을 뚫고 사업선정이 됐으나 사업이 시작되면서 '프라임사업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공과대학 정원미달이 대학 전체의 충원율 저조로 여파를 미쳤다.
2016년 6월 원광대에서 프라임사업 선정 21개 대학(대형, 소형)출범식이 개최됐다.(사진: 원광대) 3.5대 1 경쟁률을 뚫고 사업선정이 됐으나 사업이 시작되면서 '프라임사업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공과대학 정원미달이 대학 전체의 충원율 저조로 여파를 미쳤다.

교육부 관계자 "비수도권대학만 반도체 인재양성 리스크" 

[U's Line 유스라인 탐사팀]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및 첨단디지털 학과를 육성을 위해 수도권 정원규제를 완화 하고, 교원(敎員)만 규정에 맞추면 신설학과를 개설할 수 있도록 을 무너뜨렸다. 이에 대해 비수도권대학의 140여개 대학중 80%에 달하는 대학들이 수도권 정원규제 완화방침을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 U’s Line(유스라인) 탐사팀은 윤 정부의 반도체학과 육성정책이 비수도권대학의 주장처럼 지역대학 소멸위기를 부채질하면서까지 수도권대학의 정원규제 완화와 신설학과 개설을 자유롭게 풀어야 하는지를 한 발 더 들어가 취재하던 중 뜻 밖의 이야기와 마주치게 됐다.

뜻 밖의 이야기는 지역대학에 재정을 쏟아부어야 아무 소용없다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게 이번 정원규제완화의 결정적요인었다는 수도권대학 관계자의 이야기이다. 수 천억원을 투여했어도 공대인력을 확대하자는 프라임사업이 수도권과 달리 지역대학에서는 완전 적자사업으로 종료되면서, 반도체 인력양성 사업도 재판(再版)이 되는 걸 두려워 해 수도권 정원규제를 완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 고위 정책관계자에게 이같은 발언이 사실인가를 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대학 관계자의 전언처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표현하기 보다는 비수도권대학에서만 반도체학과 인재양성을 기대하기에는 반도체 세계시장 재편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도체관련 기업들의 의사가 정부 정책 결정권자에게 어필이 됐지 않았겠냐는 다른 각도에서의 답변을 했다. 지역대학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반도체산업의 긴박성에 따른 인력공급 안전성 확보가 중요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반도체시장은 빠르게 재편되는데, 어느 천년에 비수도권대학에서 쓸만한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겠냐는 반도체기업의 현실론’ 제기가 작용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에 똑같은 양의 인풋(재정투자·행정적 제재완화 등)과 똑같은 교육시간이 주어졌을 때 도출되는 결과가 비수도권대학이 더딜 것이라는 기업들의 판단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 기준의 타당성이 수도권대학 정원규제 완화에도 같은 무게의 타당성이 주어지는 등식이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기업 A·B社, "반도체 계약학과, 지역대학에는 여유없어"  

반도체 기업들이 주장했다는 반도체학과 수도권대 현실론은 무엇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능성적으로 기준하는 대학서열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언을 비수도권대 거점국립대 총장으로 부터 접할 수 있었다.

거점국립대학 K대 총장은 거점국립대 A대와 서울소재 중상위권 B대학이 반도체 기업들이 권익확보 차원에서 출범시킨 협의회 한국반도체산업진흥회고위 관계자에게 A대와 B대가 C, D사와 반도체 계약학과운영을 희망 한다는 의사를 건네달라는 부탁을 한 이후, 꽤 시간이 경과된 시점에 진흥회 고위 관계자가 A대와 B대에 C, D의 말을 전했다. 그 말은 지역대학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참담한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이와 유사한 증언은 더 있다. KIT대학장은 교육부 초대행사에서 D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 “K대에 귀사의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고려해봐 달라고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지역대학에는 아직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왔다며 씁쓸한 표정과 함께 푸념을 해댔다. KIT대학장은 수시모집을 앞두고 있으니 기사화는 자제해달라고 본지에 부탁했다.

이같이 반도체 유수기업들이 거점국립대학의 계약학과 제안에 지역대학에게는 아직이라는 위 증언을 보면 누가 들어도 입학성적에 근거한 대학서열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들이 규정짓는 성적에 기반한 지역대학 한계론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한국에너지공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에너지공대(켄텍, 총장 윤의준)가 첫 신입생 모집이던 2022학년도 대학 신입생 정시모집에서 95.31 지원율을 기록했다. 앞선 수시모집에서는 241을 상회하는 지원율과 등록률 또한 100%를 넘어서며 대학입시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에너지공대가 정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수학, 과학탐구(1과목) 2개 영역합 3등급 이내 및 영어 2등급 이내라는 전국 최고수준을 내걸었으면서도 수시모집에서 241, 정시모집 95.31을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참고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4개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3개 영역이상 3등급 이내이다.

'지역'이 발전한계 아니라 명분과 비전, 장래성, 특성화가 관건 

이렇듯 전남 나주소재 대학일지라도 대학과 학과의 존재가 어떤 명분과 비전을 제시하느냐, 장래성, 특성화 정도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도는 크게 달라진다. 위치하는 지역이 문제가 아니라, 비전제시에 따른 투자, 장래성이 인재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다.

성적을 기준한 지역대학 한계론은 한국에너지공대에서 목도했듯이 허구에 가깝다. 국내 여러 대학평가에서 톱에 랭킹하는 포항공대를 지역대학이라 부르지 않지만 엄연히 포항공대는 지역적으로 지역대학이 맞다. 입시돌풍을 일으킨 한국에너지공대도 포항공대와 같이 지역대학이다

다음에는 지역대학 한계론을 규정한 두 번째 요소인 지역대학은 프라임사업처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규정한 공대인력 확충정도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정말 지역대학은 투자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요소들로 인해 투자효과가 미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은 향후 공과대학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과구조개편을 통해 공과대학(단과대학)을 확대·개설하는 대학에게 공과대학 운영과 발전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두둑이 밀어 준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 청년실업률 증가, 분야별 인력미스매치 등에 정부와 대학이 힘을 합쳐 선제적으로 대학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미래인력 수요보고에 따라 대학이 미래의 사회수요를 반영해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도록 유도했던 사업이다.

산업과 사회수요에 맞춘 대학의 체질개선을 위한 지원명분으로 연 2000억원, 3년간 무려 총 6000억원을 쏟아 부어 단군이래 최대 재정지원사업이라 불렸다. 그렇다면 교육부 내부에서 지역대학에 반도체학과 육성의 무게중심을 뒀다가는 프라임사업 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프라임사업 선정으로 공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릴 수 밖에 없었던 지방대는 시행초기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신입생 정원충원에 대규모 미달사태를 맞으면서 프라임사업의 저주'라는 말까지 횡행했다. 왜 지역대학의 공과대학에는 정원이 남아 돌았을까.

프라임사업은 2014년부터 향후 10년간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는 초과 배출되는 반면, 기업이 원하는 공학인력은 20여만 명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자 인력 미스매치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 '프라임사업 경제정책' 강조...윤 정부는 "교육부는 경제부처"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프라임사업을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채택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사업으로 재편했다. 대학 교육 정책을 사실상 경제 정책에 뒷받침하는 용도로 썼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경제부처라는 컨셉을 갖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양성을 해내지 못한다면 폐지하는 게 맞다라며 강하게 교육부차관을 압박을 한 바와 대동소이했다.

프라임사업 관련 부산지역의 대학사례를 들여다 보면, 부산지역 동명대·동의대·신라대·인제대 등 4개 대학이 프라임사업에 선정돼 인문·예체능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사업취지와 달리 이들 대학은 신입생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결원의 상당수는 프라임사업과 연계된 공과대학에서 발생했다.

프라임사업에 선정돼 2016년부터 타 단과대 정원을 줄이는 대신 공과대학 정원을 늘리고 국비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경제 쇠퇴 등 사회변화와 맞물려 공대 지원자가 줄면서 오히려 타격을 입은 상태다. 신라대와 동명대, 인제대 등은 지난해 2021학년도보다 충원율이 더 낮아지면서 200~500명씩 결원이 발생했다. 이들 대학의 속사정을 보면, 공대 위주로 미달인원이 속출해 소위 프라임의 저주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의대2022학년도 신설 인공지능학과(40)를 포함해 3개 공대(정원 1642)에서 90%대 중반의 높은 신입생 충원율을 보였다. 동의대는 프라임사업 이전부터 공과대학이 주축이어서 프라임사업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동의대는 2021학년도에 94.4%에서 96.9%로 소폭 올라가는 중이다.

동명대 2022학년도 공과대학(정원 228)50%, 2021학년도 전체학과 정원율은 89.0%에서 올해 85.7%로 떨어졌다. 공과대학의 정원미달이 전체 입학정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신라대 2022학년도에서 주요 20개 학과는 100%에 가까운 충원율을 기록했지만, 376명을 모집한 공대의 경우, 충원율이 30%대에 그쳐 전체 미등록 인원 중 절반이 공대에서 발생했다. 2021학년도 신라대 전체 입학정원율은 79.8%에서 2022학년도 72.6%로 다시 줄었다.

인제대  2021학년도 79.9%에서 2022학년도 75.1%로 떨어졌다. 2020학년도는 역대급 미달사태로 평가됐던 해였는데, 이듬해에 더 감소했다.

원광대 2021학년도 79.9%. 2020학년 충원율 99.5% 대비 20%p

동명대 입학처 관계자도 프라임사업 대상 4개 대학이 정원미달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제기해 내년 일부 정원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프라임사업이 완료되는 2024학년도에 맞춰 동물과 영화산업 등 특화분야를 키우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과대학 위주 프라임사업은 더 이상 생각도 하지 않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원광대는 2021학년도 모집정원 3,543(정원 내)710명이 등록하지 않아 신입생 충원율 79.9%를 기록했다. 32명이 미등록했던 2020학년 충원율 99.5%에 비해 20%포인트나 떨어졌다원광대의 경우 2016년 산업연계 교육을 강조한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에 지원하면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정원(535)을 줄이고 공대·농식품대 정원을 크게 늘린 결정이 발목을잡았다.

원광대는 2121학년도 공과대학 충원율 68.2%, 농식품대 충원율 68.6%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정부의 사회인력 예측실패, 배후지역의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신입생 미충원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험생 감소로 지난해 상향지원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특히 지방의 중위권 대학이 타격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지역거점국립대에 지원할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지방 중위권 대학에 지원할 학생들이 지역거점국립대에 지원하면서 지방 중·하위권 대학 입학자원이 고갈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같은 입학정원 사슬이 한 단계씩 상향되면서 부산권 프라임사업 선정대학의 늘어난 공과대학 정원 채우기에는 역부족을 드러냈다. 구조적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취약성이 확인됐다. 바로 지원자의 절대부족이다. 
 
한편, 부산소재, 원광대와 달리 서울소재 숙명여대는 전체 정원 중 5.1%에불과했던 공학계열 비중을 2017년까지 18.6%로 늘리고 ICT 융합공학, 소프트웨어, 기계시스템과 같이 여성 친화적이며 미래가 유망한 분야로 공과대학을 확대했다. 여대로서는 유일하게 프라임사업 대형유형에 선정돼 소프트웨어융합인재전형을 신설했다. 지역대학과는 다르게 서울소재 숙명여대에서는 해를 거듭될수록 공과대학 충원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취업률로 이어갔다

프라임사업 기준된 고용노동부 ‘2014~2024년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오류

그렇다면 이같이 지역대학의 공과대학 충원율이 단군이래 최대 재정지원을 했음에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헤매는 이유가 재정투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시너지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대학가의 지역대학 밑빠진 독에 물붓기론에서 비롯된 것인지, 지역대학이 놓여진 구조가 재정투여가 끊어지면 성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재정만 투여된다해고 해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는 게 타당성이 부여되는지 면밀히살펴볼 필요가 있다.

2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에서 문과대 학생들이 '프라임사업'을 추진하는 대학 측에 반발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사업으로 인하대는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고자 전체 단과대학을 10개에서 7개로 통합하고 유사학과를 융합해 총 59개에서 52개로 줄이는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2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에서 문과대 학생들이 '프라임사업'을 추진하는 대학 측에 반발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사업으로 인하대는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고자 전체 단과대학을 10개에서 7개로 통합하고 유사학과를 융합해 총 59개에서 52개로 줄이는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지역 프라임사업에 선정된 대학 공과대학들이 정원충원율에서 극히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는 것은 지역대학이라는 이유도, 재정만도 이유도 아니고, 또 그 무엇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라대 입학처 관계자는 프라임사업 운영을 해보니 공과대학 지망생들은 우선순위가 수도권이나 국립대 위주로 지원해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유출이 어느 전공보다도 수도권대 희망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프라임사업의 기준이 됐던 고용노동부의 ‘2014~2024년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자체에 오류가 발견됐다는 학계의 지적도 나왔다. 이 통계모형은 네덜란드의 ‘ROA 모형인데 이 모형은 전망기간이 길어질수록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도 발견됐다. 그래서 2년마다 5년간의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고 학계에서는 조언한다. 2015년에 2014~2019년을 내다보고, 다시 2017년에 2016~2021년을 전망해야 하는 식이다

반도체학과·정원확대 완화, 신설학과 대학들 "프라임사업 재판날까 우려"   

게다가 보고서 내용도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학·의학계열 인력이 모자라고, 다른 계열들은 남는다고 보고됐지만 공학계열 취업률마저도 꾸준히 하락세다. 또한, 향후 공학분야 인력부족은 석·박사급이지, 학사출신이 아니라는 현장환경도 언급됐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 관료들의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단군이래 최대 정부재정지원 실패사업이라는 소리를 외면하기에는 많이 늦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인재양성 방안이 또다시 인력수요와 공급 사이 미스매칭 초래를 우려한다. 정부의 필요인력 추계마저 오락가락한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향후 10년간 반도체업계에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127000명이라고 전망한다. 1년에 12700명꼴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K반도체 전략발표당시 추계된 부족인원은 연평균 1510명이다. 지난달 교육부 포럼에서는 2032년까지 석·박사급에서만 5565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또다른 전망이 나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고무줄 수치가 인력 과잉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반도체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도 했지만 얼마나할지는 모른다. 이번 방안에서 제시한 대규모 연구개발(R&D)사업 2건은 모두 이전 정부가 발표한 것이다. 196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개발사업은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전략에 포함됐고, 4027억원 규모의 PIM반도체 개발사업도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미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인재양성을 위해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부처별로 내년도부터 인재양성에 투자되는 예산을 산정해놓고 재정당국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고급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이공계 대학 정원을 매년 4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인력부족이 심각한 전자·기계 등 첨단산업학과 정원을 매년 3000명 늘리고, 증원이 동결돼 온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이른바 능력이 있는 대학에도 첨단학과 증원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윗 글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인재양성 관련 방안의 내용과 매우 흡사한 이 기사는 30년 전 19913, 당시 노태우 정부가 산업계 인력부족 이공계 정원확대 방안이다. 이에 따라 서울 주요대학 공대 정원이 크게 늘어났다. 1990771명이었던 서울대 공과대학 신입생이 19951341명으로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이공계 살리자는 프라임사업, '이공계 위기'로 부메랑  

당시 급격히 늘어난 공대생들의 취업진로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이공계의 위기로 부메랑돼 돌아왔다. 1990년대 후반 40%대 초·중반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연계열 응시자 비율은 200126.9%, 2002년에는 절반이하인 20.3%까지 떨어졌다. 공과대학 정원과 입학지원자수가 널을 뛰었다. 당시도 예측잘못으로 인력공급의 대혼란을 빚었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관련 방안이 나오기까지를 보면, 1990년과 같이 성급함이 매우 흡사하다. 너무 다른 점은1990년 당시와 상황이 다른 점은 노태우 정권의 실패한 자연계열 육성처럼 두리뭉실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결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대학사회 현실은 잘못 '삐긋' 하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백척간두 상황이다.   

본지가 그동안 반도체학과 인력양성 관련기사에서 수차례 제시한 인력양성 이원화(二元化)’를 정부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비수도권대학에서는 전문대학·학부과정의 반도체 실무 인력양성을, 수도권지역에서는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해 고른 인력 편제도 이루고 리스크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비수도권 대학에 투자하다 투자가 끊기면 그동안 뿌린 씨앗들이 모두 활착하지 못하고 농사를 망치면 어떡하냐는  쓸데없는 기우(杞憂), 인력은 급한데 어느 천년에 지역대학에서 육성해 현장에 투입하냐는 표피적인 기업적 마인드에 부화뇌동할 일이 분명 아니다. 정부 말대로 반도체산업은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대두된 비수도권 대학의 활성화 건은 단지, 고등교육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7개 권역 비수도권대학 총장을 비롯한 108개 대학들이 반도체 및 디지털등 첨단학과 인력양성으로 수도권 정원규제 완화, 학과개설 완화 철회는 비수도권대학의 권익 차원이 아니라 중요한 국가적 담론이다. 윤석열 정부는 5년 임기후 철수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나라의 뿌리인 지역대학 흥망(興亡)은 한 그루나무의 고사(枯死)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양성이 시급하다고 떠들어대면서도 한 쪽에서는 경기변동 등 자신들도 감이 잡히지 않는 반도체산업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보류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불확실성까지 모두 감안해 인력양성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지 않으면 정권의 존폐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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