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채플강제이수 개인 종교자유 침해”
대리출석 알바 등장 한 수업에 1만원..."개신교 선교에도 역효과" 제기
인권위 권고, 법적효력 없어 무시..."채플 대체과목 법적근거 마련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채플강제이수 개인 종교자유 침해

[U's Line 유스라인 기획특집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신교사립대에서 졸업조건으로 채플이수를 의무조항으로 두고 있는 학사운영은 개인의 종교자유 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보건대학에서 일어난 상황과 똑같은 사례가 기독계교 전북소재 J대학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와 같이 인권위는 이 대학총장에게 채플 대체과목 추가개설, 또는 대체과제 부여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언제라도 학생들이 종교자유 침해를 느껴 진정서를 제출한다면 또다시 인권위는 해당대학에 똑같은 권고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난해 광주보건대학에 채플 대체 교양과목을 개설해 비신자 학생들에게도 배려하고, 채플을 강제하지 말라는 인권위 권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채플수업 강제는 지속되고 있다. 광주보건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유관대학 중 하나로 전라기독학원이 운영법인이다. 학교는 채플수업을 1학년의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한 학기 당 3회 이상 출석해야 이수로 인정한다.

개신교재단 사립대 경우 채플 의무이수제도가 학칙에 명시돼 있다. 학생들은 입학이 곧 채플수강 동의로 이어진다. 이 같은 제도는 졸업 의무이수학점을 받지 못하면 졸업이 유보돼 학생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리는 문제로까지 번진다. 연세대에서 학생이 채플에 불만을 터뜨리자 연세대 채플이 싫으면 채플없는 고려대로 갔어야지라는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인권위 권고가 나오자 기독교계 사립대는 '종립사학 정체성 흔들기'이자 '종교의 자유침해'라며 반발했다.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미션네트워크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돼 있는 상황이고,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가진 사립대학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 종교교육을 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대 채플 싫으면 채플없는 고대로 갔어야지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미션네트워크는 학생의 채플 동의여부와 관련해 서울지방법원은 이미 1995년 사립대학과 학생의 법률관계를 사법상의 계약관계로 파악하고, 입학과 동시에 학칙과 규정에 대한 포괄적 승인이 이뤄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채플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다른 짓을 하고 있다.(사진 : 연세춘추)
                          연세대 채플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다른 짓을 하고 있다.(사진 : 연세춘추)

또한 서울지방법원은 사립대의 학생 신분을 취득하기를 희망하는 자는 학칙이나 규정 등이 입학안내나 시험요강 등에 기재돼 있지 않아 이를 미리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립대에 입학과 동시에 학교당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학칙, 규정 등의 내용을 일괄해 포괄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돼 그 내용에 기속됨을 정확하게 명기했다고 밝혀 국가인권위 권고사항을 법적으로 대항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기준으로 이단계열 종교대학과 폐교된 대학을 제외한 결과, 79곳 개신교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 중 채플수강을 의무규정한 대학은 68(86%)으로 나타났다. 반면, 채플강의선택을 자율적 선택이나 의무수강을 폐지한 대학은 11(14%) 대학에 불과했다.

그러나 68곳 대학은 대부분은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졸업하면 취업이 최우선인 일반 종합대학들이다. 게다가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사업비·장학금·연구비 등 연간 적잖은 재정지원을 받는다. 개신교 재단의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인성교육', '선교' 등의 목적으로 채플수강을 의무화 하고 있다.

공공적 일반교육기관, 채플강제는 이중적 행위

이 같은 상황에서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대학은 국가의 인가를 통해서 합법적인 교육시설로 인정받게 되고, 적잖은 재정지원을 받아 미래인재양성을 담당하는 공공적 교육기관이다. 학교유형은 사립학교이지만 성격은 특정적이지 않은, 별도의 목적을 띠지 않는 일반대학이다. 이 같은 대학들이 특정종교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가가 학교설립을 인가한 기준, 대외적인 대학성격, 입학허가조건, 합격검증시스템 등으로 기준해보면 매우 이중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개신교재단 사립대 한 관계자는 개신교재단 사립대 입학은 곧, 채플수강을 동의한 것이다. 모집요강에 입학하면 채플수강은 의무적이라고 게재했기 때문에 종교자유 침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타인존중과 배려가 없고,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가 개신교를 고립시킬 수 있다면서 "기독교재단 학교가 종교교육은 할 수 있지만, 강제로 의무화하는 건 개인 종교선택 자유에 크게 위배된다. 채플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졸업을 못하게 하는 건 인권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종교자유연대 관계자는 "신학대학도 아닌 종합대학에서 채플을 강제하는 것은 강압적인 폭력에 가깝다. 개신교 재단학교의 근본주의적 모습들이 오히려 학교와 개신교의 위상을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대가 바껴가고 있다. 대학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개신교 교육재단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법이 인성교육선교 도움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채플의무수강을 강제하는 것보다 몇 백배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학들, 한국 대학 채플 의무규정, 매우 의아해

한양대 교목실 관계자도 미국에서도 하버드대학을 비롯해 채플을 의무화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한국의 대학에서 채플을 의무규정한다고 하면 매우 의아해 한다. 타 종교인이 졸업 때문에 강제로 수업에 들어와야 하는 일은 옳지 않다. 기독교 정체성은 타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종교가 다르다고 이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개신교재단 경성대는 대다수인 비기독교인 학생을 고려해 채플을 '교양선택' 과목으로 운영한다. 경성대 교목실 관계자는 "채플이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매 학기 15개 수업이 열려 수강생이 1500명이나 된다. 자율로 시행하지만 이수하기에 난이도도 높지 않아 재학생 대부분이 졸업 전까지 한 번씩은 수강을 한다"며 채플수강 의무화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개신교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라고 오판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불교 종단이 운영하는 원광대도 학생들에게 법회를 강요하지 않는다. 원광대 관계자는 "원광대는 원불교 정신으로 세워진 대학이지만 다른 종립대학처럼 교당 법회(예배)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원불교는 타 종교인에게 내 종교를 강요할 수 없다고 본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당 법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자율로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계명대와 전주대 학생들이 채플 강제 이수에 반대했고, 2017년 천안소재 남서울대가 예배에 불참한 교직원과 학생은 각각 승진과 기숙사 입주에 불이익을 줘 논란이 됐다. 이러다보니 ‘채플 알바라는 것도 생겼다. 부작용이다. 취업이나 인턴 등으로 채플을 듣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대신 채플에 출석해주는 대가로 5000~1만원 정도를 받는 아르바이트다. 이화여대 교목실 측은 채플 이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 개인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대학 채플 참석자중 무교가 59.7%로 가장 많고 개신교 22.8%, 가톨릭 6.8%, 불교 8.2% 등 신앙이 제각각인지라 기본적인 저항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상황이다.

채플 대체과목 개설 법적근거 마련해야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일괄적 방식의 채플은 반발심과 불신만 가져올 뿐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대학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개신교사립대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토크 콘서트나 명사 특강,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형식이 시도되고 있다. 멘토링 등을 접목한 전주대의 경우 학생 만족도 97.4%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획자인 이진호 전주대 특임 교수는 "종교색을 뛰어넘는 유익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반목을 불러오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등은 채플 미이수 시 리포트 대체, 특강 및 계절학기 수강 등 졸업요건 충족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보면,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공은 학교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신입직원 채용에 종교 자격제한을 두지 말라는 인권위 권고도 거부한 숭실대 등 전례에 비춰 봤을 때, 인권위의 대체수업 마련 등 권고를 대학이 얼마나 따를지는 미지수다.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자발적인 경우만 채플에 참가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더 가치를 둔 강의를 듣는 게 진정한 건학이념 구현"이라며 "종립학교에 최소한의 대체과목을 개설하도록 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