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97% → 2022년 11.25% 증가…수도권 정원감축 필요
자율혁신계획에서 수도권 중·소 사립대 입학정원 침범 여지
예전 불법 정원초과모집, 현재 교육당국 지원 ‘기울어진 운동장’

수도권-지방대, 정원감축 기울어진 운동장

[U's Line 유스라인 기획특집팀] 까지 제출해야 하는 정원감축의 자율혁신계획으로 전국 대학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수요는 적고, 공급은 넘치는, 입학정원 보다 학생수가 적은 현상으로 교육부는 대학 정원감축을 신입생충원률, 재학생충원율 등으로 강제해 사회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원감축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도권 대형 사립대 152022학년도 입학정원(분교 제외)53092명으로, 2013학년도 54334명 대비해 1242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545072(341)에서 471730(333)으로 73342명이나 줄었다.

수도권 대형 사립대는 학부 재학생이 15천명을 넘는 곳들로, 가천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15곳이다. 대학 입학생 10명 중의 1명은 이들 15곳에 들어갈 정도로 대학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대학구조조정에는 철저히 배제된 강 건너 물구경이었다.

(자료제공 : 대학교육연구소)
(자료제공 : 대학교육연구소)

이 같은 수도권 대형 사립대의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진행될 3주기 대학구조조정 역시 1·2주기와 마찬가지로 이들 15곳 대학을 비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지원 전략에서 수도권 대학도 최대 50%까지 정원 감축 권고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15곳 대학 대부분은 정원감축 권고대상을 판가름 할 유지충원율’(신입생과 재학생을 아우르는 학생충원율) 고개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학벌주의 후광 아래서 입시와 편입시장의 압도적 선호도를 바탕으로 학생을 빨아 들일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들을 대신해 경기·인천에 있는 중·소규모 사립대들이 정원감축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가까운 예로 지난달 27일에 끝난 정시 추가모집에 수도권 대학은 기본이 300~400 : 1, 지방은 높아봐야 고작 70~80 : 1이었다.

불법 정원초과모집·청강생 제도로 재정 불려

서울·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채우기에는 흑역사가 존재한다. 학교법인의 얄팍한 주머니로는 학교 확대를 해나가기가 만만치 않으니 불법으로 정원 초과모집을 저지르기 일쑤였다. 19643월 대학의 신입생 정원초과 모집이 전국적으로 말썽이 되자 당시 문교부는 실태조사를 했는데, 24개 사립대에서 낙제생과 복교생을 포함해 정원보다 무려 7,592명이나 더 뽑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규모 사립대의 정원초과 규모가 컸는데, 대학별로는 중앙대 1,598연세대 913이화여대 769성균관대 694한양대 416고려대 407동아대 267경희대 194홍익대 192조선대 184명 등이었다.

결국, 문교부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총장의 승인취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고려대, 동국대, 중앙대 등 서울 시내 9개 사립대학 총장이 문교부장관을 찾아가 사과와 함께 앞으로는 정원초과와 같은 사태를 다시는 야기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서 총장승인 취소방침은 철회 됐지만, 당시 사립대가 얼마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수 늘리기에 혈안이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문교부가 추진했던 대학정원 억제정책은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는 재정적인 곤란을 처했다. 따라서 사립학교들은 정부 정책에 아랑곳없이 청강생등의 명목으로 정원 외 학생을 계속 모집했다. 1966년 한국산업기술개발본부 조사에 따르면, 당시 사립종합대의 실제 학생수는 정부 인가정원의 173.6%에 이를 정도였다. 한 마디로 무법천지 대학이었다.

1966년 대규모 사립대 입학정원 51.9%

박정희 정부의 대학정원 통제정책은 1970년대 중반까지 계속 됐으나 야간대학 정원을 포함해 대규모 사립대 정원은 꾸준히 증가했다.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산업 분야별로 선별적으로 정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사립대가 정원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시기별 비교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1966년 전국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26,950명이었고, 대규모 사립대 입학정원은 13,995명으로 전체 4년제 일반대학 정원의 51.9%였다. 1980년 전체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116,900명 중 대규모 사립대 입학정원은 52,598명으로 전체 4년제 일반대학의 45.0%였다.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대학 수가 69(1966)에서 85(1980)16개 대학이 늘었난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사립대의 정원증가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6619개 대규모 사립대(1967년 개교한 영남대와 2012년 개교한 가천대 제외) 가운데 입학정원이 1천 명을 넘은 대학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5곳이었다.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이다.

1960~70년대에 서울 대규모 사립대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정원초과 모집을 했다면, 현재는 교육부가 서울·수도권 대규모 대학에게 신입생충원률, 재학생충원율 등으로 정원감축 잣대로 삼는 것은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린 1960~70년대 정원 초과모집처럼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재정지원을 기반으로 한 양호한 교육환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현실을 애써 외면한 서울·수도권 편애라 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서울·수도권 대규모 15곳 사립대 전임교원확보율 등 교육여건은 4년제 사립대들을 이르는 중소규모 사립대보다도 열악했고 법인재정 기여도도 더 낮았다.

수도권 대규모 대학, 교육여건지출 중소규모 보다 낮아

15곳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의학계열 제외)73%로 중소규모 사립대(74.4%)에 비해 낮았고,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의학계열 제외)30.4명으로 중소규모 사립대(29.5)보다 많았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출도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대학 지출총액 대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구매비, 도서구매비 등의 비율을 따져보니 15곳 평균 3.2%, 중소규모 사립대(3.9%)보다 낮았다.

법인의 재정기여도를 보여주는 교비회계 수입총액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 역시 15곳 평균 2.8%로 중소규모 사립대 평균 4.6%에 크게 못 미쳤다.

수도권 대형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정원감축에 소극적이면 신입생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 구실을 하면서 비수도권 중소규모 사립대의 몰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8살 학령인구는 2021476천명에서 202443만명, 203537만명, 204028만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과 지방국립대 입학정원이 26만명 정도인 점을 고려해 단순비교하면 앞으로 20년 뒤엔 대부분 비수도권 사립대의 존립은 힘들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이 몰락하고 나면 지역은 공동화되고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2013년 이후 진행된 1·2주기 대학 구조조정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전체 대학 입학정원에서 15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9.97%에서 202211.25%로 오히려 증가했다.

수도권대 따라잡기식 규모의 경쟁’, 지방사립대 교육여건 악화 영향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수도권 대형 대학이 신입생충원율, 재학생충원율이 양호한 배경에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이 지방대와 큰 차이가 나 교육환경이 그만큼 양호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는 각종 사회경제적 기반이 몰린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오랜 기간 대학서열에 기반해 정부 및 사회적 지원 등에 있어 우위를 점하며 이른바 일류대학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이 대학들의 성장과정은 재정상황을 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통한 재정규모 변화를 보면, 2019년 대규모 사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300만 원으로, 전체 평균 1900만 원보다 4백여만 원 많다. 대규모 사립대 중에도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많은 편이다. 수도권 대규모 대학 14개교중 10개교의 1인당 교육비가 전체 평균(1900만 원)보다 높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많은 대학은 3900만 원을 기록한 연세대며, 그 뒤를 고려대(3400만 원), 성균관대(3400만 원), 한양대(2900만 원)가 잇고 있다. 모두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다.

반면, 지방 대규모 대학 6개교 가운데 전체 평균치를 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같은 대규모 대학이라 해도 연세대(3900만 원)와 대구대, 조선대가 2.5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재정규모에 있어 대학 소재지에 따른 격차가 컸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증가에 있어서도 수도권과 지방 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1995년 대비 2019년 전체 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3.9배 가량 증가했는데, 4배 이상 늘어난 대규모 사립대는 고려대(5.0), 단국대(5.1), 성균관대(6.4), 이화여대(4.0), 인하대(4.2), 중앙대(4.1) 등 모두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다. 지방 대규모 사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 증가액은 모두 평균 이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소재지에 따라 격차가 큰 이유는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가 학벌주의와 지리적 이점을 더 해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을 독식하고, 등록금도 비싸 재정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방 대규모 사립대가 수도권대 못지않게 학생수를 늘렸지만 재원 확보면에서 수도권대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수도권대 따라잡기식의 규모의 경쟁은 지방 대규모 사립대 교육여건이 더욱 열악해지는 주원인이 됐다.

지방대규모 6곳 대학 국고보조금 연세대 1곳 보다 적어

그렇다면 대규모 사립대는 사립대 재정의 주 수입원인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록금을 얼마만큼 독차지하며 성장했을까. 먼저 국고보조금은 대규모 사립대가 전체 국고보조금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물론 비율은 199559.2%에서 201953.9%(국가장학금 제외)로 낮아졌으나, 비교 대상수가 1995105개교에서 2019147개교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 말하기 어렵다.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 비율은 45.7%, 국가장학금을 제외했을 때 53.9%에 비해 8.2%p나 낮았다. 국가장학금이 소득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국고보조금 격차를 그만큼 완화한 셈이다.

한편, 똑같은 대규모 사립대학이어도 지역소재지에 따른 차이도 크다. 2019년 국고보조금(국가장학금 제외)을 많이 받은 대학순을 보면, 1위는 연세대로 2,624억 원(8.0%) 지원받았고, 고려대(2,360억 원, 7.2%), 한양대(1,919억 원, 5.9%), 성균관대(1,756억 원, 5.4%), 중앙대(1,132억 원, 3.5%) 순이다. 수도권의 5개 주요 대규모 대학인 이들 대학의 국고보조금만 하더라도 전체 국고보조금의 30.0%에 달한다.

반면, 2019년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지방 대규모 사립대 6곳 계명대, 대구대, 동아대, 영남대, 원광대, 조선대의 국고보조금 합산액은 2,341억 원으로, 연세대 한 곳의 국고보조금(2,624억 원)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대학 동시 정원감축해 경쟁력 강화해야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수도권 대형 사립대 15곳의 정원감축은 비수도권 대학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지금 상황이 유지되면 국내는 몰라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세가 워낙 가파른 만큼 정부는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대학들은 법인기여도 확대 등 재정지원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하면서 15곳을 포함해 전체 대학의 정원을 동시에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수도권 대형 15곳 대학에게 정부재정지원이 편중되면서 교육·연구환경은 당연히 지방대 보다 우월해졌고, 이 기반은 많은 학생들을 불러 모으는데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하면서 좋은 재정조건을 만들게 됐다면서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 정원감축 조건에서 멀찌감치 벗어났던 것은 대학의 자력적인 재정능력 보다 위치적인 유리함 등으로 인한 외부영향이 훨씬 더 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이제서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유지율 등으로 정원감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동안 수도권과 지방대에 대한 차별적 지원을 감안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이제 같은 출발선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자는 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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