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계층, 잠재력·노력에도 명문대 진학 어려워
수시모집, 정시모집 보다 가구환경 기회불평등 심화
25개 로스쿨 평균학비 6천만원...꿈도 못꾸는 '고액 학비'
대학 평준·특성화 정책, 존재감 떨어진 '3不' 대신해야
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자녀교육문제가 균열 진앙지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명문대 진학률도 가정형편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명문대 진학이 70%는 힘들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명문대 진학률도 가정형편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명문대 진학이 70%는 힘들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U's Line 창간10주년기념 세 번째 기획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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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불평등도' 갈수록 악화돼  

[U's Line 유스라인 기획특집팀] '개천에서 용났다'는 오랜 속담은 없어졌다. 이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뜻한 바를 이뤄 큰 인물이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속담이 사라지게 된 배경은 사교육이다. 공교육만으로는 치열한 대입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의식속에 강남구의 대치동, 청담동 등 부유계층이 몰려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사교육 열풍이 불었다. 아직까지도 이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같은 고교출신일지라도 부()의 정도에 따라 대학진학이 이미 결정됐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이제는 고유명사가 됐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 진출이 달라진지는 오래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조세 재정 브리프-대학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기회 불평등과 대입전형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유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들의 대학진학에 어느 정도 격차가 나는지를 그대로 밝혔다. 이 보고서는 가정형편이 어려울 경우 최상위권 대학에 가지 못할 확률이 7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냈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가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GOMS)의 대학진학 성과 자료를 이용해 2000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12개 집단의 지니 기회 불평등도(GOI)와 기회 불평등도(RRI)를 분석했다.

부모의 교육수준과 가구의 소득수준을 활용해 전체 가구환경을 저··고로 나누고, 출신지역은 수도권, 광역시, ··구 지역으로 구분했다. 대학진학 성과는 2019QS대학순위와 의약학계 전공 등을 고려해 5단계로 나누고 15점 점수를 부여했다.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대학은 대학순위 상위 5개 대학과 전국의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가 포함됐다.

분석결과, 가구환경간 대학입학 성과 기회불평등은 조사대상 기간 모든 해에 걸쳐 뚜렷이 드러났다.

주 교수는 "조사기간 20002011년에 기회불평등도가 더 벌어졌다. 최상위원 대학진학을 기준으로 측정한 개천용 기회 불평등도 경우 그 절대적 크기가 2010년 전후 약 0.7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소위 명문대 진학에서의 계층간 격차가 매우 커서 출신가구가 최하위 계층일 경우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불평등 때문에 명문대를 진학하지 못할 경우가 적어도 70%에 이른다."고 제기했다.

서울대 의대 고소득층비율 84.5%...3년새 38.7% 폭증

이를 방증하는 통계가 있다. 특히 SKY대학의 의대 신입생의 경우 10명 중 무려 7명 이상이 고소득층으로 분류됐다. 2020년 1학기 이들 대학 의대 신입생 중 9·10구간 비율은 74.1%201754.1%에 비해 20%포인트나 급증했다. 서울대 의대는 201745.8%였던 고소득층 비율이 올해 84.5%까지 올랐다. 3년 새 고소득층 비율이 무려 38.7%포인트가 증가해 양극화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돼 버렸다.

경제적 양극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로스쿨이다. 사법고시의 폐쇄적 기수문화, 몇몇 특정 대학 합격자 편중 등 파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2017년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이제는 법조인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로스쿨 밖에 없다. 도입 때부터 돈스쿨’, ‘귀족스쿨논란이 일었던 로스쿨은 그 논란에서 더욱 자유스럽지 못하다.

로스쿨을 부유층 자녀들로 편중되는 배경은 고액 등록금이다. 3, 6학기 로스쿨 졸업하려면 평균 6000만원이 들어간다. 저렴해야 3000만원이다. 애초에 집안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기 어렵고, 고소득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이유다. 대선 후보로 나왔던 H모 씨는 사법고시를 부활하겠다는 공약까지 걸기도 했다.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가 ‘2020년 의대·로스쿨 신입생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분석결과,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51.4%가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9·10구간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소득 9구간의 월소득 인정액은 월 9498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4247522원 이상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로스쿨로 좁히면 58.3%로 더 올라간다. 전국 대학 신입생의 평균 고소득층의 비율이 24.5%라는 것을 감안하면 로스쿨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기는커녕 고소득층의 부 대물림의 미끄럼틀이 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의 양극화 상징으로 의대, 명문대, 로스쿨이 거론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고액의 사교육, 남다른 스펙만들기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의 양극화 상징으로 의대, 명문대, 로스쿨이 거론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고액의 사교육, 남다른 스펙만들기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기회불평등도 개선하려면 수시모집전형 기본 틀 바꿔야"

또한, 주 교수의 조사에서 수시모집전형이 가구환경간 기회불평등도가 정시전형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두 전형간의 기회불평등도 격차가 시간이 경과할수록 점차 줄어들었고, 전형별 선발비중도 크게 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교수는 "두 전형을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정시모집 비중이 2000년대 중반 수준으로 확대될 때 기회불평등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전형에서 지역간, 가구환경간 기회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은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에서 모집하는 지역균형선발이 말뿐이 지역균형이지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사회계층간 기회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미미하다는 뜻한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시행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입학생의 지역·고교별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역균형선발 합격출신을 보면 10명 중 4명이 서울·경기 출신이다. 서울지역 중에서도 강남구 출신 합격자수는 7년 만에 4배로 늘었던 해가 있었다.

2018년 전국지역균형선발 서울대 합격자수를 분석해 보면 지역균형선발 전체 합격자 622명중 168(27%)이 서울출신이다. 이어 경기출신 합격자 역시 123(19.8%)을 차지했다. 수도권 출신이 46.8%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고교유형에 따라 내신성적을 차별 반영하는 현행 선발방식을 학생부교과전형 방식으로 바꾸고, 선발에 지역균형성이 확보되도록 지역별 최소 선발인원을 아예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개선방안 마련해야 무늬만 지역균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고교평준화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교육당국은 본고사 부활불가’,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입학제 불가'라는 ‘3(3) 정책을 고수해왔다고 판단할지는 모르지만 심각한 사회 빈부 양극화는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3불 정책의 실효는 사라졌다지역거점국립대의 네트워크화, 지역별 대표산업연계 특성화대학 육성 등 평준·특성화 고등교육 정책으로 중·고교 생활을 진로적성 발견에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을 지향해야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개별성향 강조에 부합하는 튼튼한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절제 아빠찬스가 공정, 평등 다 무너뜨려

한국사회에서 부모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자식에게 만들어주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교육으로 통했다. 부모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에겐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간판을 달아주기 위해 힘썼다. 예전에 대학을 흔히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는 이유도 농가에서 가장 큰 재산인 소마저 팔아서 자식을 대학 보낸 것에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공정성은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민심의 '민심의 역린'이 됐다. 지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문재인 정부의 공고했던 지지율에 균열을 냈던 조국 사태모두 자녀교육이 진앙지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입시는 화룡점정격이다. 교육공약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과포장하거나, 화급하게 진행할 주제가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교육으로 발전해온 나라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신자본주의로 급진되면서 교육에서 잃지 말아야 할 평등과 공정이 '아빠찬스'라는 카드로 무너져 나갔다.

내년 3월 대선에서 뽑힐 새로운 대통령은 새로운 교육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그에 따른 세밀한 교육공약이 승부를 가르기에 충분하다. 이를 간과하는 대선후보의 당락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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