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마치고...

3주기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전문대 총장단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재정지원확대 요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4년제 일반대학도 2일에 기재부에 건의문을 전달하면서 피켓시위를 했다. (사진제공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3주기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전문대 총장단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재정지원확대 요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4년제 일반대학도 2일에 기재부에 건의문을 전달하면서 피켓시위를 했다. (사진제공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탈락대학 구제방안 기대 반, 포기 반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52개교 대학총장들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부가 미선정대학 구제방안을 논의중이라는 보도(‘교육부, 미선정대학에 재도전 기회부여 제공논의’- 93일 오전 1030분께)가 본지에서 처음으로 내보내자 수도권 1개교, 지방대 3개교 총장으로부터 빠르게 전화가 왔다.

이들 총장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사업비를 어떻게 지원해 주겠다는 거냐”, “어떤 대학에, 언제부터 지원한다는 거냐로 압축됐다. 질문에서 요즘 대학총장들의 재정에 대한 어려움과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최종발표 전 52개 탈락대학 총장들의 공동성명서에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 평가에 참여한 대학에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의 질문을 했다.

본지 취재결과로는 오는 10월 대학혁신지원사업 계획 발표에 맞춰 혁신기구 출범과 탈락대학에 관한 본격논의가 예상되고 있지만 총장들은 하루라도 빠르게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 역력했다.

그러나 신문사로 전화를 한 수도권소재 S대학 총장은 교육부의 탈락대학 구제방안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교육부 관심은 오로지 대학들의 정원감축이기 때문에 내놓는 구제방안 또한 한층 더 강도 높은 정원감축과 이에 대한 실행계획을 내놓으라고 할 게 뻔 하다고 비난했다.

대학 어려움 회피한 교육부에 배신감

S대학 총장의 불만은 이랬다. 그래도 교육부가 기재부 보다는 대학의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니 배신감마저 몰려왔다는 속내를 꺼냈다. “교육부에 정말 화가 난 것은 계속적으로 선정대학 비율을 90% 이상 올려서 어려운 대학현실을 헤치고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난해부터 대교협을 비롯해 대학단체들이 줄곧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 73%만 선정한 것은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90%이상 선정해도 쓸 수 있는 예산이 있었는데도 교육부가 알아서 선정비율을 줄였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누구를 위한 교육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미선정 대학 구제방안 논의를 한다는 U’s Line(유스라인) 기사를 읽으면서도 교육부가 어떤 속셈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기대 이전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겠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게 사실이라면서 성토 했다.

교육부의 이의신청 방해공작?

지방대 D대학 총장도 불만이 가득했다. 탈락대학들의 이의신청을 앞두고 교육부는 탈락대학을 두 번 죽였다고 비판했다. 가결과 발표이후 재정지원대학 탈락대학에게 통보된 점수는 지표별 취득점수만 안내됐는데, 이는 이의신청을 하려면 평가결과가 충분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교육부가 깜깜이 이의신청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었다.”고 비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정지원제한대학 될 걸?

지방대 K대학 총장은 대학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제기했다. “지난 5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걸렸던 부··경권 B대학이 교육부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결과 법원인용으로 이번 기본역량진단에 참여,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고 했는데, 법의 판단을 받으니 결과는 정반대가 나왔다. 이번에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 참여한 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 보다 전반적으로 교육여건이 나은 대학들이다. 교육부가 지정한 재정지원제한대학 기준에 일정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법원이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성이라는 것은 100개중에 단 한개만이라도 결정적인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것이다. B대학말고도 충청권 D대학도 교육부 상대로 낸 재정지원제한대학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고등법원에서 인용해 적어도 본안소송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돼 이번 탈락명단 발표에 빠져 학교이미지 실추를 피했다. 특히, 이번 발표로 인한 이미지 실추는 수시모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럴 줄 알았다면 교육부에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해달라고 애걸복걸했어야 하는 건데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23일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심사 촉구기자회견’이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대강당에서 총학생회 및 총동창회, 교수회, 직원노동조합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탈락에 항의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비대면 상황이라 학교점퍼로 참석시위를 대신표현 했다. (사진제공 : 인하대)
23일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심사 촉구기자회견’이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대강당에서 총학생회 및 총동창회, 교수회, 직원노동조합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탈락에 항의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비대면 상황이라 학교점퍼로 참석시위를 대신표현 했다. (사진제공 : 인하대)

늘어났다 줄었다하는 교육부 이상한 잣대

이번 평가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인하대의 일반재정지원대학 탈락이다. 인하대는 학생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등 정량적 평가는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지표의 ’‘정량적 정성평가부문은 67점이라는 예견하지 못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인하대는 2019년 교육부의 ‘ACE+사업’(잘 가르치는 대학육성사업)중간평가에서 교육과정 및 학사구조개선, 교수-학습역량 향상, 교육환경 및 시스템 개선 등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간평가 점수도 91.34점으로 평균 89.89점을 훌쩍 넘었다. ACE+사업 종료후 종합평가에서도 사업 성공수행이라는 성적서를 받았다. ACE+사업도 교육부가 시행했고, 대학기본역량진단도 교육부가 시행주체였지만 결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항간에는 "잘 가르치는 대학이지만, 교육과정은 보잘 것 없는 대학이라는 모순"이라는 말이 나돈다.   

소문난 대학평가 실무자 스카웃 치열

대학총장들은 이번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불만 투성이다.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된 대학들도 말은 않지만 이런 식의 대학평가가 계속된다면 평가를 위한 행정편법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필자는 교육부가 매번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학령인구감소를 맞닥뜨려 대학의 정원감축이 아무리 급하다하더라도 비교육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여기서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은 피교육자(대학)가 교육자(교육부)의 가르치는 방법이 옳지 않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상호간 신뢰가 깨져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은 정말 교육적이지 못하다.

또한, 일반재정지원대학 탈락여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반면에 탈락의 댓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 3년간 150억원에 가까운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제외 통보는 현재 대한민국의 어떤 사립대도 정신줄을 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다보니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는 소문난 대학평가 직원 스카웃전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지난 2주기 대학평가에서 자율혁신대학으로 선정된 H대학 평가팀장은 좋은 조건을 내민 K대학으로 옮겼다. 올해 H대학은 일반재정지원대학에 탈락했고, K대학은 선정됐다. 상대적 서열화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든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또한, 평가방식이 교육적이지 못한 데서 비롯된 편법이다.

문재인 정부 교육철학, 대학평가에는 비껴나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중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인 자유학기제’, 우수학생을 선점해 일반고 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이유의 자사고 폐지’, 2028년 본격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등등 모두 서열화 보다는 자기개성을 발굴하고, 이를 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창의성을 제고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의 핵심이다. 하지만 대학의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철저히 평가점수 서열화로 일관하고 있다. 서열화라는 근본적인 평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4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역시 획일적’, ‘불공정’, ‘편법등의 단어가 난무할 게 뻔하다.

대학 정원감축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교육적인 가치와 결코 맞바꿀 수 없다. 교육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대학평가를 하느냐"다. 정원감축, 한계대학 폐교, 이번 평가에서 이슈가 된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등등을 왜 하느냐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지켜야만 하는 것을 지킬 때, 우리는 큰 것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교육적이어야 하는 교육부가 교육적 가치를 무시한 채, 쉬운 코스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대학평가로 계속 밀어붙인다면 대학들의 집단적인 평가거부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대학을 죽이는 대학평가가 아니라 대학을 살리는 대학평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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