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편집국장
박병수 편집국장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 차기 대선(大選)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지고 갈 정치인,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국가적 행사이자 절차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나라 안팎 크고, 작은 일에 모두 관련돼 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매일같이 도마위로 소환한다

국내외 혼란스런 정세는 다양한 자질·능력이나 좋은 덕목을 지닌 대통령을 요구하게 한다. 30년전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자질과 덕목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제 대통령은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반드시 잘 보여야 하고, 국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자리로 바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 관련된 뉴스를 대통령은 귀를 곳세워 들어야 한다. 시대와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은 대통령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뉴스다. 대통령이 어느 쪽을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방향과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본적인 소양이나 사고(思考)의 틀은 대통령이 바꾸고 싶다고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을 뽑는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고 한다. 대통령 탄핵을 목도한 대한민국 국민들로서는 더욱 더 하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법조인 정계진출 우대현상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힘, 정의당, 국민의 당 등 야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가 21명이다. 이중 법학을 전공한 후보가 9명이다. 비율로 43%이다. 특정 전공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은 특이하다 못해 우려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정치판에 법조계 출신자가 많은 배경엔 이들이 '입법부'인 국회에서 '쓰임새'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법안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비중은 다른 상임위과 비교가 안 된다. 법 해석이나 적용에 능숙한 법조인들일 경우, 기능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유리하다. 그래서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정계를 향해 직진한다.

역대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역대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다양한 쓰임새'도 정계의 러브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법조계 출신 정치인을 터부 없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사회적 신뢰 인프라가 약해서 시스템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법조인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다. 사농공상의 유교문화와 학벌사회의 전통은 법조 정치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공부 잘하던 모범생이 법과 원칙을 잘 지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리라는 환상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그런 배경으로 이회창 전 대법관은 대쪽 판사이미지로 세 번이나 대권에 도전했다.

법조계나 관료출신들의 정치인들이 많이 받는 지적이 경직성엘리트주의이다. 특히, 법조계나 관료집단에서 민선(民選) 도지사(道知事)나 시장(市長) 등등 자신을 향한 찬·반을 정확히 느껴보지 못하고, 곧바로 여의도를 향하거나 바로 큰 선거에 도전하는 경우, 자신을 우여곡절의 세상사이에서 비견해 볼 시간이 많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 출신은 법전에 매몰되기 십상이고, 높은 관료출신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온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먹어준다는 법조계 출신인데…'라는 생각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 힘(당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당선자 103명중 30.1%가 법조인과 관료출신인 반면, 180석을 차지한 여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21.1%에 불과했고,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했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참 거세다. 기존 패러다임으로 사회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학령인구감소, 좁은 수도권에 인구절반에 가까운 인구 몰려있는 수도권 편중은 지방대의 소멸위기를 불러오고, 이와 맞물려 최악의 대졸자 청년실업, 빠른 세계 산업구조개편에 따른 인력양성 등 산재한 문제는 결코 법전에 들어 있지 않다. 외교학의 고전인 외교론의 저자 해럴드 니컬슨은 법률가는 외교관으로서 최악의 부류에 속한다고 일갈했다. 외교란 협상을 통해 국제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예술인데, 선악 이분법과 과거 지향적 프레임에 매몰된 법조인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것이다.

외교관이 이럴진대, 대통령 온갖 책무는 외교 이상의 고차원 세계이다. 협상을 통해 상대국의 계획과 심리를 간파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협상과 정책을 끌어내야만 한다. 선진국에서 판검사 출신 대통령이나 총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데는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들어간 똑똑한 인재들의 역할이 자못 크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는 유명대학 출신자들을 뽑아 제조수출산업에 올인만 했던 쌍팔년도 시대 대통령에게 부과됐던 책무와는 전혀 다르다. 창의와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인재가 혁신적인 메타버스 세상을 구현하고,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높은 파도를 넘을 수 없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최대 국가산업이자, 국가경쟁력이다. 대통령 출마가 나라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한 영위를 위한 큰 머슴의 자세가 아니라 혹여, 누군가를 복수하기 위한 칼날이라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로 사퇴하는 것이 옳다. 또한 법조인으로서 맹목적인 법전적 사고를 허물어뜨리지 못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뜯어 말려야 할 일이다. 누구를 위해? 국가와 국민과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