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정상적인’ 직업 갖지 못한 탈락자들의 노동"으로 여겨

오은진 대학알리 기자
오은진 대학알리 기자

# J의 이야기

J는 체대 준비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시작해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예체능 계열의 입시준비는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너희는 공부 안 하잖아라고 말하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는 일주일에 3일은 교과서를 공부하고, 3일은 체대실기를 준비했다. 둘을 병행한다는 게 참 힘들고 고단했다. 수능이 끝나도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20살의 기쁨을 만끽할 때 그는 끊임없이 몸을 단련하고 훈련해야 했다. 남들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시기라던데.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힘들었던 경험이 먼저 떠오른다며 웃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공부에 열심인 학생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다들 체대 입시를 준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부추겼다. 한번 속아볼까 하며 시작한 운동은 재밌었다. 재능도 있었다. 그가 힘들기로 유명한 예체능 입시준비를 1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버틴 이유다.

하지만 J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체대 입시준비를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애초에 그는 대학을 졸업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다. 만약 대학에 간다해도 그 생활은 1년 정도 즐기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는 잘 ‘놀고’ 잘 ‘배우는’ 게 의미 있는 대학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놀 자신만 있었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대학’이라는 게, 4년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액수의 돈을 쓰면서까지 다녀야 할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J는 잘 ‘놀고’ 잘 ‘배우는’ 게 의미 있는 대학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놀 자신만 있었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대학’이라는 게, 4년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액수의 돈을 쓰면서까지 다녀야 할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으레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서 대학에 간다. J는 그 으레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제 결정권을 갖고 싶었다. 그의 미래엔 대학 졸업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J는 잘 놀고배우는게 의미 있는 대학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놀 자신만 있었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대학이라는 게, 4년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액수의 돈을 쓰면서까지 다녀야 할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J 역시도 으레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건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환상이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벚꽃이 흩날리는 그 캠퍼스 말이다. 그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초반의 문화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향유된다. 각종 영화, 연극, 전시에 대한 할인들은 대학교 학생증을 요구한다.

하지만 J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들은 대학에서 배울 수가 없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학에 가지 않았다’. 대학을 가지 못한 게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약간의 오기도 섞여 있다고 J는 말했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 그의 주변에서는 대학을 가야 성공한다라는 소리를 했다. J는 그 소리를 자신이 꺾어보고 싶었고, 그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학을 가지 않은 스무 살 청년에게 주어지는 것은 무례한 질문들이었다.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가끔 마주하는 질문들이다. ‘학교 안 다녀? 그럼 뭐해? 뭐 먹고 살래?’ J는 이제 그 질문들이 익숙할 지경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허허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남들은 J보다도 더 그의 미래를 걱정했다.

"내가 알아서 잘 먹고 잘 클 텐데.” 물론 이 말을 J가 직접 내뱉는 건 아니다.

만약 누가 J에게 왜 대학을 가지 않았냐고 물을 때면, “의대 다닌다고 백 살 넘게 살고, 고졸이라고 일찍 죽고 이런 게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내게 학벌은 살아가는 데 있어 크게 신경 쓰이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그는 답한다. 오래 사는 삶이 꼭 좋은 삶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J는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초반에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50~60대가 되어서야 성공한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는 너무 성급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 J는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J는 자신만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고, 옷을 만들고, 그 옷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는 이 옷 저 옷 입는 걸 좋아했다. 어린 J의 꿈은 백화점 사장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옷을 많이 입어보고 싶어서. 백화점을 가득히 채운 옷들을 마음껏 입어보고 싶었던 어린 J는 이제 그의 옷으로 채워진 옷장을 꿈꾼다.

J는 자신만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고, 옷을 만들고, 그 옷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는 이 옷 저 옷 입는 걸 좋아했다. 어린 J의 꿈은 백화점 사장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옷을 많이 입어보고 싶어서. 백화점을 가득히 채운 옷들을 마음껏 입어보고 싶었던 어린 J는 이제 그의 옷으로 채워진 옷장을 꿈꾼다.
J는 자신만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고, 옷을 만들고, 그 옷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는 이 옷 저 옷 입는 걸 좋아했다. 어린 J의 꿈은 백화점 사장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옷을 많이 입어보고 싶어서. 백화점을 가득히 채운 옷들을 마음껏 입어보고 싶었던 어린 J는 이제 그의 옷으로 채워진 옷장을 꿈꾼다.

J는 최대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좋은 삶이라 생각한다. 살아온 걸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많지 않은 인생. 그거라면 훌륭하게 살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선택에 신중한 편이다. 최대한 감정에 휘둘리려 하지 않는다. 주위에는 여전히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걱정을 빙자한 핀잔이 들려올 때가 있다.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같은 말들이다. 타인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뱉는 말들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된다. 크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감정이 요동치는 것도 사실이다. J는 이제 그런 것들에는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 하지만 무례한 질문과 충고들에 애써 단단해지지 않아도, 연약해도 괜찮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

J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대부분 J보다 나이가 많다.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상대방을 그렇게 만들었을 테다. 어차피 서로 다른 존재다. 굳이 상대방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잘 하지 않는다. 타인과 무던한 삶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 무던함을 거부할 때가 있다. 무던한 삶을 지향하는 J가 경멸하는 건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태도다.

세상이 어떤 이의 노동은 가치 있는 것으로 또 어떤 이의 노동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누군가의 노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곳이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가 없다면 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우리의 편리함은 대게 누군가의 불편함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수고를 들여 일해도 누군가의 노동은 인정받지 못한다. 어떤 이의 노동은 그 직업이란 것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노동이 대표적이다. 아르바이트는 소위 정상적인직업을 갖지 못한 탈락자들의 노동으로 여겨진다. 아르바이트는 직업 없는 사람들의 노동이라는 모순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박정훈,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2019)

지금 J가 하는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 꿈과 관련된 일이라면 되는 대로 하고 있다. 제대한 이후, 쇼핑몰에서 옷을 분류하고 택배 발송을 준비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경험이 경력이 되길 바라며그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J의 노동을 일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J의 노동은 일시적인 것, 벗어나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르바이트로 채워진 일상은 안주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 된다.

하지만 J는 자신이 그려가고 있는 이 삶에 당당하다. 동시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환경 역시 존중한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정답이 되지 않길 바란다. J의 인생은 J에게만 정답일 뿐이다. 그리고 언젠간 누군가의 인생에 정답과 오답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다.

# 에필로그

우리는 으레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서 대학에 갑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쉽습니다. 세상은 좋은대학에 나와 좋은직장을 갖고 좋은사람을 만나 좋은가정을 꾸리는 게 평범한 삶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좋은이라는 형용사가 4번이나 겹치는 인생을 사는 건 행운이 아닐까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누군가가 좋음을 누리기엔 누군가의 나쁨도 있을 터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우리의 선택에 정답과 오답이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J의 선택을 별나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J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J는 자신의 선택이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당신이 당신의 선택을 했듯이, 그 역시 그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요. 그는 누군가의 선택이 오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J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내내 겸손하고 정중했습니다.

J가 가는 길을 응원하겠습니다. 함께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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