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출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U's Line은 한국의 지나친 정년보장제가 학문후속세대의 강단 진출을 막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대학의 정년보장제의 개선과 대학 체질 바꾸기에 대한 의견 칼럼을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 

한국, OECD국가중 유일 노벨과학상 배출 못해 

▲ 홍성출 전북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연구비를 투자하고도 여러 저개발 국가에서도 배출한 노벨과학상이 전무하고, OECD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노벨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한 국가일 정도로 대학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일상화된 연구비 비리와 대학원생에 대한 노동력 착취 문제는 양심이라는 개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단언컨대 대학의 국가연구비 부정, 성추행, 그리고 대학원생과 비정규직 연구인력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과 같은 각종 비리들로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하버드, 스텐포드 등을 포함한 미국 주요 대학의 경우 조교수로 임용 후 정년보장 교수로 승진할 확률은 대략 10~30%에 불과하다. 미국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의 경우 동경대, 경도대, 오사카대 등 거점국립대들은 조교수에서 정년보장 교수로 승진할 비율을 아예 25%로 고정해 놓고 있다.

교육·학문에 안 맞는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처럼 주요 OECD 국가들이 정년보장 교수승진에 엄격한 비율을 준수하는 이유는 교육과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의 특성 때문이다. 교육과 학문에 대한 자질은 사고력, 창의성, 이해성 등과 종합적 지적능력이 필요한데, 이 종합적 지적능력은 평가하기가 힘들어 결국 학업능력과 성실성에 의해 결정되는 지표에 의지하여 조교수를 선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에 조교수로 임용받은 대다수는 교수로서 자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임용되는 것과 같아, 신임교수들 중 교수로서 자질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는 교수로서 자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주요 OECD 모든 국가들은 정년보장제도를 이용하여 교수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정년보장제도가 유명무실하여 임용받는 순간 바로 정년보장교수가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다르게 교육과 학문에 맞지 않는 교수들이 그렇지 않은 교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총장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교수로서 적성이 맞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은 교육과 학문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런 귀결이지만, 수적우세로 총장선거를 좌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대학의 총장 또는 보직 교수가 되고 있다.

지나친 정년보장, 국가경쟁력 갉아 먹어  

이와 같은 독특한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에는 각종 비리와 성추행이 난무 하고, 납득 불가능한 일들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거점국립대인 전북대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을 하고자 했으나, 아직도 전북대 행정절차의 벽에 막혀서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1주일이면 끝나는 행정절차가 전북대에서는 6개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보직교수들이 국가법령과 시행령을 잘못 또는 괴이하게 해석해 이상한 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요 OECD 국가들의 경우처럼 정년보장제도를 강화할 수가 없다면, 절충안으로 현재 교수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맞은 사람들에게만 총장 투표권을 주면 현재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대학의 고질적 문제가 일소되고, 우리나라 대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U's Line 금주의 <대학개혁>은 전북일보 게재 홍성출 전북대 교수의 글을 선정했습니다. 전북일보와 홍성출 교수님께 옥고를 함께 읽게 된 점 감사말씀 드립니다. 이어 <대학개혁> 다음호에는 김도연 前 포스텍 총장의 글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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