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2017년 12월 '사학발전협의회'를 공동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후 사학발전협의회는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협의회 구성 등이 담긴 ‘사학발전 공동선언문'에 서로 합의했던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오른쪽)과 이승훈 사립대총장협의회장(왼쪽)

      

‘사총협’ 회장만 바뀌면 위원회 출범?

20일 고등교육재정위원회(가칭)가 출범한다. 이번에도 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주축이다. 사총협은 신임 회장만 등장하면 ‘위원회’나 ‘협의회’가 자주 등장한다. 2017년 사총협 신임회장으로 부임한 이승훈 세한대 총장은 이듬해에 ‘사학발전협의회’를 교육부 관계자를 불러 요란스럽게 출범시키고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못한 채 유명무실하다가 소멸해버렸다.

당시 ‘사학발전협의회’ 출범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이승훈 세한대 총장이 전라도 동향(同鄕)에다 같은 대학, 같은 전공선배인 감상곤 교육부장관에게 간청해 출범하게 됐는데, 하필이면 3개월 뒤에 있을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결과를 앞두고 출범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말들이 돌았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는게 아니다'라는 뜻이었다.

사학발전협의회는 모든 사립대학 관계자라면 자유롭지 않은 부실·비리대학 퇴출을 결정하는 교육부 대학평가에 사립대학 목소리 공식적인 반영과 사학 제재방향 등을 정기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 출범 취지였다. 당시 대학 한 관계자는 “이 협의회가 도대체 뭐라고 그 중요한 주제들을 다 다룬다고 하는지 모르겠고, 교육부가 이 협의회 관계자들과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격노했다.

사학발전협의회 출범이 소문대로라기보다는 출범 취지가 적당하지 않고, 시기가 미묘한 시점이다보니 대학평가를 앞뒀던 대학가의 민심이 반영된 소문으로 끝이 났지만, 대교협 관계자마저도 "이 협의회의 출범은 '옥상옥(屋上屋)' 밖에 되지 않아 출범의 필요성에 이해가 가지않는다"는 의중을 비추기도 했다.

부적합 취지, 대표성 부족 출범 ‘사발협’

사학발전협의회 출범 3개월여가 지난 2018년 6월 하순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결과가 발표됐다. 사학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던 사총협 회장교 세한대는 쑥스럽게도, 소문대로 대학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돼 정원감축과 정부재정지원에 제한이 가해지게 됐다. 세한대는 지난해 5월 역량강화대학중에 정부재정지원을 받게 되는 혁신지원사업 구제 대학발표에서마저 세한대는 포함되지 못하면서 대학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고, 대학경영 위기마저 맞닥뜨렸다.

특히, 지난해 세한대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교비횡령으로 사법처벌을 받았던 이 대학 이승훈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수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승훈 총장이 등록금 등으로 구성된 교비 등 1백억원대 횡령으로 두차례 처벌을 받고 관련 혐의로 1심에서 1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도 목포과학대 총장까지 겸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총장직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사총협 회장을 지내면서, 사학발전협의회를 출범시킨 이승훈 총장은 교비횡령 사건으로 2008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다시 총장직에 복귀했다. 2014년에 있었던 교육부의 감사결과 다시 회계비리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벌금 1천만원의 약식기소만 했다. 세한대 교협은 항소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여러차례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어도 이승훈 총장은 아직도 이 대학의 총장이다.

고등교육재정위원회, 취지 디테일하게 고민해야

20일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사총협의 회장교 동서대도 공교롭게도 정원감축과 정부재정지원제한을 받게 된 역량강화대학이다. 이 위원회의 취지도 2년전 사학발전협의회처럼 주체 못할 대학재정, 고등교육 예산확충, 대학혁신지원사업,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큰 주제들만 다르겠단다. 이 주제들은 사총협이 아니라, 대교협 차원에서 관여하기에도 큰 주제이고, 교육부가 고등교육재정협의회와 공동으로 논의할 주제가 아닌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장제국 사총협 회장(동서대 총장), 위원에는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사무총장, 황인성 사총협 사무국장, 교수가 일부 참여한다고 한다. 이 조직에서 누구의 대표성을 얻어서 각 대학의 명운이 달린 고등교육재정과 대학평가를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년전 사총협이 대의적이지 못하고, 조직의 영속성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적절치 않은 조직 출범취지로 출발했다가 언제 자취를 감췄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사학발전협의회’를 20일 출범한다는 고등교육재정위원회 소식을 접하면서 떠올리는 건 기자의 억측만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교육부와 대교협은 ‘고등교육정책개선 공동TF’를 꾸려 교육부 대학평가와 대교협 대학기관평가인증 중복부분을 단일화하는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평가 개선’ 주제는 고등교육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 보다는 이 TF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다.

이외에도 대학에서 가장 관심있어 하는 ‘재정’에 관한 주제도 교육부·기획재정부·국회 교육위원회에 대교협이 상대하고, 논의하고, 건의하는 상설 시스템을 만들 큰 주제이지 사총협 차원의 고등교육재정위원회에서 ‘삐쭉’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위원회의 출범취지와 목적을 디테일하게 고민하는 게 바람직 하다. 기자도 2~3년뒤에 또다시 ‘사발협’ 비판기사처럼 고등교육재정위원회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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