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실습생, ‘열정페이’ 없애고 최저임금 70% 보장

내년부터 근로성 높은 표준실습은 최저임금 보장 의무화 박수연 기자l승인2020.01.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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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 : 오자연 / 출처 : 서울시립대신문

[U's Line 유스라인 박수연 기자] 내년부터 대학 실습생의 최저임금이 보장된다. 실습생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최저임금의 70%를 보장받을 수 있게될 전망이다. 실습생들이 상해·산업재해 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교육부는 실습생의 근로환경과 안전보장을 위해 이와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 시안을 이번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된 시안은 올해 상반기 확정한다는 목표시한을 잡고 대학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상반기 확정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고,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시안을 대학에 전달했다.


이번 교육부의 방안은 이른바 '열정페이'라고 불리며 사실상 무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해온 실습생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2018년 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 결과 지난 2017년도 현장실습 참가 학생 중 37.9%인 6만여 명이 무급으로 일했으며 2만 5000여 명은 30만 원 미만의 실습비를 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와같은 열악한 실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용어 통일을 통한 실습 과정의 명료화와 함께 실습생에 지급하는 비용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실습학기제'라는 용어는 '현장실습학기제'로 대체된다. 현장실습학기제는 다시 표준실습과 자율실습으로 나눠진다. 이 중 표준실습의 경우 앞으로 실습생에게 최저임금 70% 이상의 지원비를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자유 실습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제한적으로 무급 운영이 가능하다.


자율실습은 학교와 기간 관 협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교육적 목적이 강한 반면, 표준실습은 표준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 정형화된 실습학기제로 실습생 책무가 높다.


달리 말하자면 대학과 기업에서 실습생에게 직무습득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크지 않고, 근로 성격이 강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표준실습의 경우 실습운영계획시 표준 서식을 사용하게되며 실습요건과 운영 절차 등이 엄격히 관리될 예정이다. 자율실습은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실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습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실습을 내실화 하기 위한 과제를 담았다"며 "상해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 실습생 보호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에서 직업계고 학생에게 최저임금 70% 이상 지급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내세울 계획"이라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실습기관의 부담이 높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2~3월 중 집중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 착취하는 현장실습, 대학들 나 몰라라"

 - 2014년 10월 13일자 서울시립대신문 고발  

최근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식당에서 모 대학 조리학과 학생들이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하루 12시간씩 근무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 이유는 실습을 나온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학생들은 대학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현장실습을 나온 것이었다. 이처럼 산학협력 현장실습이 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노동 착취 당했다”


산학협력이란 자매결연이나 협정 등을 통해 학생들을 산업체에 파견해 경험을 쌓도록 돕거나 학계 인사와 산업계 인사가 교류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대학들, 그 중에서도 호텔·관광·조리·외식·식품과 관련된 학과들은 학생들의 실무능력과 현장감각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실습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이러한 현장실습이 사실상 기업들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체하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국회의원과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대학생 산학협력 현장실습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난달 4일부터 25일간 실시했다. 청년유니온 대학생팀장 이기원 씨는 “호텔 뷔페에서 일했던 청년유니온 조합원 한 명이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100만원 넘는 임금을 받는 자신과 달리 실습생은 실습비 명목으로 3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고 말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현장실습생들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며 조사를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조사대상은 호텔·관광·조리·외식·식품 관련학과의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81개 업체 중 실습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59개 업체였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 40시간 매일 근무하는 현장실습생들의 월 실습비는 평균 35만1993원이다. 시급으로 환산해보면 평균 1684원에 불과하다. 자료 시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인 점을 감안해 그 중간쯤인 2012년의 법정 최저임금과 비교해보면, 평균 월 실습비는 95만7220원의 36.77%로 1/3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월 실습비가 50만원에 미달하는 비율은 전체의 81.36%에 달했다.


실습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현장실습이 별로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기원 씨는 “실습은 교육의 일부인 만큼 교육적으로 필요한 실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한 호텔·관광·조리·외식·식품 관련 실습은 사실상 교육적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로 현장실습을 나가본 경험이 있는 조리학과 대학생 A씨는 “주로 요리에 쓰이는 재료를 손질하는 등 준비를 했다. 실습이라고는 하지만 교육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사실 산학협력으로 실습생을 뽑을 때 어느 정도 요리가 가능한 사람을 뽑기 때문에 뭔가를 배운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관광경영학과 대학생 B씨도 “콘도로 실습을 나갔었는데 주로 프론트 업무나 객실관리업무를 했다. 아르바이트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해 현장실습을 나간 대학생들이 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좋지 못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는 이유는 구직 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A씨는 현장실습을 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배우는 것도 별로 없고 보수도 적지만 단지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B씨는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된다. 또한 안 하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현장실습이 실제로 취업에 도움이 되냐는 물음에는 “정확히 어떤 이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경력상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학들, 문제인식조차 못해


그러나 많은 대학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대학의 외식 관련 학과 관계자는 학생들의 산학협력 실습에 대해 묻자 “우리는 산학협력 실습 공지만 올리고 학생들이 직접 기업에 신청하는 것이라서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른 대학 조리 관련학과 관계자는 최저시급보다 적은 실습비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우리대학의 경우 실습을 나가면 학점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점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의무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교육답게, 노동은 노동답게 현장실습생 증언대회 열려


이러한 실태를 바꾸고자 청년유니온과 장하나 국회의원은 지난달 30일 ‘현장실습, 교육이란 이름의 新노동착취’를 주제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날 열린 증언대회에는 류하경 변호사, 장하나 국회의원,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 등이 참여해 대학생들의 현장실습 실태에 대해 밝히고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증언대회에서 류하경 변호사는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최저임금의 1/3 수준만 받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다.


최저임금법 28조에는 최저임금 이하로 지급하거나 상당히 미달되는 금액으로 책정만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미만의 벌금을 주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노동부 당국은 감독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안진걸 씨는 “명백하게 노동을 제공하는 실습이라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학협력 현장실습이 근로당국의 사각지대라는 것을 공론화하고, 맞춤형 보호조치나 지침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기원 씨는 이날 열린 증언대회에 대해“이번 대회만으로 현장실습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을 시작으로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의 처우가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_ 유예지 서울시립대신문 기자>

 

 


박수연 기자  usline513@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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