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공 이외 다양한 분야를 듣고 싶지만 불가능

지난 14일 전남대 커뮤니티에 매크로 및 다중접속 수강신청 명단이 공개됐다. 전남대는 학년별 수강신청 편법적 수강신청자 명단을 공개하고 공통수강신청일 이후 수강내역을 삭제한다는 공모문을 내보냈다.

전남대에 재학중인 김모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불법인 것은 학생들 스스로 알고 있으나 듣고 싶은 강좌를 신청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면서 “학교 측에서 이런 편법을 제재하기만 할 뿐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은 전혀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듣기 원하는 강의가 비슷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소위 인기강좌의 경우 운이 좋아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수강신청기간에 들어서면 대부분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공포를 느낄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단국대에 재학중인 이모씨(22세, 국문과)는 “수강신청기간이 다가오면 정말 떨린다”면서 “단 1분 만에 한학기의 운명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수강신청 전날 밤엔 잠도 제대로 못잔다”고 말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4세, 전기공학부)는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선착순으로 수업신청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학원인지, 대학인지 분간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대에 재학 중인 최모씨(24세, 경제학부)는 “이번학기도 원하는 수업신청에 실패했다”면서 “의자를 휴대하고 다닐테니 제발 여석 하나만 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반응에 전남대 김재윤 교무부처장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강좌가 과목보다는 교수님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분반을 증설하더라도 원하는 교수가 아니면 다시 폐강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교 측은 ‘모든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수진을 만들어보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선착순 수강신청에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소위 ‘인기강좌’들이 학교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쇄돼 학생들은 듣고 싶은 강의를 아예 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의 경우 ‘2012학년도 강의시수 감축현황’에 따르면 전체 강의시수 2010학년도 23000여 시수에서 2012학년도 21000여시수로 8.8%가량 감소됐다. 교양학부의 경우는 9%가 감축됐다. 이 과정에서 세수 분야로 나뉘었던 교양과목들이 한 과목으로 통합되거나 없어졌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21세, 심리학과)는 “듣고 싶은 강의가 많이 사라져서 시간표를 짜기가 너무 어려웠다”면서 “주 전공 이외 다양한 분야를 듣고 싶은데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대에서 ‘내 마음 바로보기’라는 강좌는 최우수강좌로도 선정되기도 하면서 학생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왔지만 2012학년도 1학기 강의시간표에서 사라지게 됐다.

교양학부대학의 이호남팀장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템플스테이 중심의 강의로 변해가면서 실제로 강의하는 시간은 4주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템플스테이 지원비용도 상당해 강의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대련 정용필의장(경희대 국제캠 총학생회장)은 “대학이 대학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면서 “대학은 학생들이 좋아하고 공부하고 과목을 권장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문제 등으로 이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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