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R&D에 3조원 썼지만 대학기술 갖다 쓴적 한번도 없어"

바이오산업 긴급좌담회가 매일경제에서 열렸다. 바이오산업과 대학의 관계를 언급한 내용만을 발췌해 대학의 R&D가 바이오산업 발전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를 국내 바이오산업의 대표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 매일경제가 바이오산업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서 바이오산업과 밀접한 대학의 R&D에 대해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대학 R&D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하지 못하고, 인용지수가 높은 주제만을 선택하기 때문에 산학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사진 :매일경제> 

▷성영철 제넥신 회장=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가장 많은 돈을 R&D에 투자한다. 그런데 결과물은 어떤가. 많은 과학자들은 임팩트 팩터(IF·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쓰고 싶어한다. 평가시스템이 IF에 논문수를 곱하는 식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문제다. 여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창의적인 연구가 안 나온다. 대학교수들은 30년 전과 똑같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정부가 이 같은 문화를 바꾸는 데 역할을 했으면 한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대학교수 평가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 간에 합의를 해나가야 한다. 1990년대 중반 대학 연구비에서 정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였다. 기업이 30% 정도 담당했다. 그런데 이후 정부 R&D 규모가 늘다 보니 지금은 대학 연구비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수준은 10%로 떨어지고 정부 연구비가 90%를 차지한다. 이처럼 정부 연구비가 대학에 많이 들어가다 보니 논문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부 성과 평가 기준이 대학교수 평가까지 연결돼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물길을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우리나라 대학 상당수가 1년짜리 단기 연구를 한다. 정부 R&D 연구비가 대학에 투자되고 있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R&D 비용이 아니라 이공계 대학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 셀트리온이 R&D에만 3조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갖다 쓴 적이 없다. 사실 1년 단위 짧은 연구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바이오 업계에 이런 얘기가 있다. 논문이 나오면 성공 가능성 1%, 동물 실험을 하면 5%, 임상 1상 마치면 20%, 임상 2상 하면 40%, 임상 3상이 끝나야 성공 확률이 70%가 된다. 이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성과가 나오는데 1년짜리 과제를 산학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 기간도 길어야 한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1997년 외환위기 때 학교에 있었는데 기초과학 연구비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산업부 과제를 받으려 회사를 만들었고 여기까지 왔다. 1980년대를 생각해보면 우수 인재가 의대를 가지 않고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선택하던 시기도 있었다. 한국 바이오산업 근간에는 역시 ‘과학’이 있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100년 전만 해도 인류는 세균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과학적 발견으로 세균이 무엇인지 알았고 항생제를 개발했다.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한 근간에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있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이를 무시하면 점프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서정진 회장=동의한다. 바이오산업을 한국이 이끌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또 초기 개발기업이 많아야 하고 인수해서 상업화하는 회사도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기까지 못 갔다. 우리나라의 장점을 모아 이제 바이오산업은 걸음마를 뗐다. 이제 이 걸음마를 잘 가르쳐서 뛰는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

▷문 차관=1901년 처음 노벨상을 수상할 때 이미 일본 과학자가 후보군에 있었다. 우리와 일본은 기초과학 수준과 인프라스트럭처 차이가 100년이 난다. 과거 우리나라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보다 산업과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투자했다. 지금은 민간 기업의 기술 고도화 역량이 대학, 정부 출연 연구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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