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최문순 강원도지사 –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학의 역할과 존재를 강조했다. 대학의 폐교를 경제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고 지적했다. 사진(왼쪽) 최문순 도지사,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국비와 지방재정 등 24조1000억 원이 투입되는 전국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조치를 결정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이 이슈가 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반해 지금부터라도 낙후된 지역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 각 대학을 지역발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들 대화중 한국 대학사회에 유의미있다고 판단되는 대학관련 내용을 전제한다.

지역 활성화도 좋지만 주요사업이 사회간접자본(SOC)에만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지방도시의 경제력은 수도권과의 교통 거리에서 나왔다. 도로 철도 등 건설을 통해 수도권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지역 경제의 원천이고 핵심이었다. 그래서 모든 지방정부가 여기에 목숨을 걸어 왔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결핍이 해소되면 SOC가 아닌 인재 양성 등 다른 소프트웨어 발전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송=한국은 결코 SOC 과잉 공급 국가가 아니다. 경부 축에만 물동량의 75%가 집중돼 있다. 강릉∼목포 등을 잇는 동서 축은 SOC가 매우 부족하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송=균형발전위는 어느 정부가 와도 제도에 따라 균형발전을 해낼 수 있는 흔들림 없는 정체성 설립이 중요하다. 균형발전을 위해 어떤 컨트롤타워가 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추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최=각 지자체도 중앙정부처럼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하는 게 필요하다. 도에서 시군으로 일을 내려보내려면 저항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여권 만드는 일을 시군뿐 아니라 도에서도 한다. 권한을 내려놓자고 설득하고 있다. 더디지만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에 익숙해져야 국민들이 편안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거점대학을 활용한 지역 인재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대학은 지역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이다. 획일적인 대학평가 기준에 따라 대학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문제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성으로만 대학을 평가해선 안 된다.

구체적 해법이 있나.

▽최=지역 인재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강원도는 ‘열린 군대’ 제도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원대 안에 혁신센터를 만들어 학교와 기업, 군인을 연결시켰다. 역량 있는 군인들을 학교에서 교육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80명이 대상이지만 전방과 동해안 전선 등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군인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협조만 해준다면 가능하다. 원주 혁신도시의 경우 강릉원주대, 상지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라대가 있어 지적 역량이 충분하다. 강원대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혁신도시에 들어와 있는 공기업과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

▽송=지역 발전의 3대 축이 행정, 산업, 대학이다. 세 축이 협력해야 지역발전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특허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많이 갖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대학에 직접 R&D 예산을 줘야 하는데 중앙부처가 예산을 주다 보니 지역과 상관관계가 덜한 역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급자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균형위는 거점 국립대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소통하고 있다. 대학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쌓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강원대와 삼척시가 추진 중인 도계 대학도시를 주목한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도계를 대학도시로 만든다면 지역 회생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동수업 허용 등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도시의 성공은 학령인구 감소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지역 대학들과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역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역 거점대를 살리려면 정부, 국회 차원의 지원이나 노력도 필요할 텐데….

▽송=교육부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원주에만 5개의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 총장이 먼저 모여야 한다. 총장들이 모여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강원도 원주를 위해 대학이 기여할 것, 강원도로부터 지원받을 것 등을 구분해 강원도지사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기반 기업들도 포함시키는 등 ‘마당’이 마련되면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지역의 국회의원들과도 협력체계가 구성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국회다. 교육부의 획일적 잣대로 함부로 지역 대학 문을 닫지 못하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최=이른바 총장협의체가 구성돼 요청이 오면 바로 응하겠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 평가 방침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예를 들어 대학의 창업 역량은 평가 요소에 반영돼 있지 않다. 지역 사회와 얼마만큼 협력하는지, 지역 거점 기업과의 협력 체계는 공고한지 등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 인재 역량을 지역 안에서 키울 수 없다.

[약력]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제주(59) △제주제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경기대 관광경영학과(석·박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 정치행정분과위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원 춘천(63) △춘천고 △강원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영문학 석사 △MBC 보도국 기자 △MBC 대표이사 △18대 국회의원 △민선 5·6기 강원도지사 <기사제공 : 동아일보>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