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원묵 건양대 총장, "설립자 이후 후계구도 고민은 총장 몫 아니라 재단 몫"

▲ 이원묵 건양대 총장은 건양대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과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굳건히 성장할 미래교육철학 공유에 여념이 없다. 1인 리더십 체제에서 오래 머물렀던 건양대를 민주적인 시스템, 자발적인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학교문화 전체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묵 건양대 총장을 부임 3개월만인 지난 11월에 만났다. 건양대와 건양사이버대 총장을 겸직하다보니 바쁠 것이라 추측했지만 이 총장이 바쁜 건 100년, 1000년갈 건양대의 새로운 기초공사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접 만나서 알게 됐다. 국립대 총장 등 수많은 자리를 역임하고, 이제 건양대에서 평생교육자로서 ‘인생 마지막 작품’을 만들겠다는 이 총장을 건양대 대전메디컬캠퍼스에서 만났다. 특히 지난해, 올해 연거푸 벌어진 건양대 악재를 헤쳐나가는 이 총장의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들었다. 대담은 박병수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박: 건양대가 올해로 28년이 됐습니다. 1990년도에 개교했으니 올해로 28년 됐는데 그동안에 건양대가 순탄가도 가파른 성장을 해 왔오다 지난해 김희수 전 총장이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하고, 대학명운이 달렸다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생각지도 않던 고배를 마시자 건양대가 위기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 총장으로 부임하시다 보니 어깨가 많이 무거울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크게 역점을 두는 분야는 뭡니까?

이: 건양대 총장을 맡기전에 사이버대학의 총장을 맡았기 때문에 1년 동안 건양대 환경은 좀 알았죠. 가장 문제가 우리가 28년의 역사로 건양대가 그동안 급성장 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온실에서 자란 거예요. 이제 자기가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건양대는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대학은 오너의 리더십으로도 클 수가 있죠.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나 그건 한계가 있습니다. 건양대는 바로 작년에 생긴 문제가 바로 오너의 한계점에 왔던 겁니다. 오너의 리더십이 대학의 규모에 맥시멈으로 와 있던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줘야 하는데 전임 총장께서 그것에 실패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되는 건 바로 그러한 터닝포인트, 변곡점을 만드는 총장이 돼야 하는 것이죠.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건양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인프라를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의 체질개선 이런 표현을 쓰는데 그러기 위해 건양대는 여러가지 학사조직이라든지 또 교수구성이라든지 직원 선생님들의 직무능력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을 혁신해야겠다는 생각을 총장부임하면서부터 했습니다. 이 대학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박: 총장님 말씀을 해석하면 많은 부분에서 비어 있는, 쉽게 말하면 허술한 체계였다는 것으로 이해 되는데요. 그렇다면 학교의 체계, 학교 경영에 부합하는 건양대만의 시스템을 총장께서 만드셔야 할 부분으로 판단됩니다. 이 부분의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말씀을 해주시죠.

이: 한 사람의 어떤 독보적인 독점적인 리더십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조직이 다원화돼서 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줘야 합니다. 그러면 대학경영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이런 경쟁적인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각 부문별로 교수님들은 교육의 질적경쟁, 연구경쟁에서 솔선수범해야 하고, 학습의 새로운 질적인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이런 것들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수문화를 바꿔야 됩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장의 지시에 의해 움직였던 피동적인 자세에서 본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옮겨가야 합니다.

학생처 직원은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해야지, 학생들을 매니지먼트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건양대 직원들한테도 말씀드리는 게 자기의 직책을 하나의 권력으로 생각하면 그건 매니지먼트 하는 것이고, 관리하는 행정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비스하는 행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제가 혁신을 하려는 기본적인 컨셉입니다. 또 학생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졸업요건에 따른 학점만 따고 졸업하고 나가는 학생이 돼서는 지역과 밀착된 미래지향 지역대학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자발적으로 자기주도형 학습을 하는 새로운 건양의 학풍을 만들자는 게 이게 제가 주창하는 요지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모든 걸 바꿔나갈 겁니다.

박: 부임하셔서 제도적으로 변화를 요구한 내용이 있으신가요?

이: 제가 대학에 오자마자 취임사를 통해 전체 교직원들게 말씀드린 것이 우리 대학은 이제 새로운 학풍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즉 교육적 가치와 학문적 가치가 중심에 서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대학의 기본적인 기능을 가운데 놓고 모든 시스템을 거기에 맞춰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교수님들은 교수님들대로 연구실적이라든지 학습성과라든지, 본인의 학습역량 등을 키워나가지 않으면 교수로서의 역할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지 않겠습니까? 교수님들께는 “잡무에 얽매인 교수활동은 하지 말아라. 그것은 행정 쪽에서 다 맡겠다. 교수는 본래의 기능인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라”라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모든 걸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불과 10년, 20년 전의 행정과 지금의 행정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대학이란 게 옛날에는 학사관리만 잘하고 문서수발만 잘하면 행정은 그것으로 충분했죠. 그러나 지금은 나라 간에 국제교류도 해야 하고. 국제교류도 하려면 외국대학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취업도 하나의 비즈니스입니다. 직원 선생님들이 비즈니스를 해야 됩니다. 직원 선생님들이 취업전선에 나가서 직접 취업 전문가로서 컨설팅도 하고, 비즈니스도 해야 한단 말이죠. 또 입시홍보처는 입시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선별능력이 없으면 직원으로서 역할을 못하는 거죠.

또 학생들은 자기주도형 학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의 교육 목표인 인성·창의적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노력이 80% 있어야 합니다. 학교가 도와주는 건 20%라고 봅니다. 결국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겁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거죠. 그래서 학생들한테 독서, 동아리 활동, 특기적성 등을 키워나가는 것을 강조하고, 사회봉사나 학생들하고 토론하는 활동들을 장려하고 있으며 이런 활동을 위해 건양대는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거의 일방통행식 탑다운 방식교육을 철폐하고 스스로 체험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자기주도형 학습 환경으로 전부 바꿔가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제가 부임한 지 딱 3개월 됐는데 그 사이에 학교발전에 대한 방향은 거의 다 정해졌어요. 2025년까지 발전계획을 세웠습니다. 2025년까지는 국내 20위권 대학 진입, 세계 500위권 대학진입이 가시적인 수치 목표입니다. 사실은 이 미션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500위권이라는 것도 논란이 있고, QS평가를 기준으로 해서 그런 목표를 세웠습니다만 나는 그런 수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건양대 구성원들에게 쉽게 이해를 하도록 20위권 이내, 세계 500위권 대학이라고 표현한 것뿐입니다. 2025년도까지 건양대를 일류대학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지입니다.

박: 현재 학교경영에 김희수 전 총장의 관여나 유사한 내용들이 있습니까?

이: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면 전혀 아닙니다. 김희수 설립자께서는 이제 건양대가 잘 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학교에 설립자께서 아끼던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상 전화통화도 하고 그런 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떤 교수를 채용하느니, 무슨 사업을 벌이느니, 또 학사구조를 어떻게 개혁하느니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일체 코멘트 하지 않습니다. 이제 연세도 높으시기 때문에 당신의 고향에 세운 후학양성 대학이 잘 되기만을 바랍니다.

박: 김희수 설립자는 그렇다치더라도 아들인 김용하 전 부총장 쪽으로 후계구도를 그려나가지 않겠냐는 게 학교 구성원들의 예측입니다. 민감한 부분인데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 전혀 민감하지 않아요. 굉장히 보편적인 얘기고, 구성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제가 여기 와서 자제분을 딱 두 번 만났어요. 난 그 분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결국 본인에 능력에 의해 결정되겠지요.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대체적으로 후계구도가 설립자 직계로 쭉 이어져 가지 않습니까.

그건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더라고요. 가계로 후계가 이어지는 건 미국이나 어느 나라나 같습니다. 학교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는 학교조직에서 결정할 문제고,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인정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저는 합리적으로 잘 풀릴 것으로 봅니다. 총장으로서 제가 갈 길은 후계구도와 다른 길이고, 그건 재단의 몫이겠죠. 저는 오직 총장으로서 학교를 일류대학으로 만드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박: 대학환경이 매우 안 좋습니다. 최근 포스텍 김도연 총장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부터 망할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 분 말씀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자생력을 못 갖추면 이제 망한다는 긴장감을 가져야한다는 의도로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자생력이 무슨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데 건양대는 어떻습니까?

이: 건양대 재단은 빚이 제로입니다. 그리고 재정구조가 단단하게 갖춰져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정연주 총장이 임단협 협상을 했을 때 직원들 월급을 대폭 올려줄 수 있었습니다. 32.5% 올린 것은 노동사적으로도 없는 일이라 하더군요. 일시금도 별도로 줬는데 노조 측에서 설립자 때문에 피해봤다고 주장했고 설립자가 따로 보상하겠다 해서 직접 지급했어요. 그러다 보니 등록금 대비 인건비가 80%에 달하지만 지금 대학운영 하는데 문제 없어요. 오너가 건양대의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해서든지 본인이 해결하고 지원해 주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추진하는 일도 재단 믿고 일을 진행하는 겁니다.

제가 대학의 어떤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추진하는 건 재정적인 게 뒷받침이 안 되면 할 수 없습니다. 저의 비전 중에 대전캠퍼스에 의료융합기술 연구원을 크게 지어서 건양대병원도 연구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우리 캠퍼스 자체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인프라를 갖추려면 재원이 엄청나게 듭니다. 약 400억원이 소요되는데 설립자께서 다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겁니다. 제가 3개월간 건양대에서 느낀 바로는 설립자 의지도 대단하고, 재단이 대학을 지원하려는 의지도 강합니다. 대학을 지속적으로 육성시키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것과 훌륭한 대학으로 만들어야 존립할 수 있다고 모두가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건양대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으로 쌉니다. 설립자 철학은 자신의 고향에서 학생들이 값싸게 공부하고 자기 꿈 펼칠 수 있게 돕겠다는 겁니다. 설립자가 항상 하는 얘기가 본인은 옛날에 돈 없이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고향 학생들은 좀 더 편하게 공부해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아주 특이하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서울대 가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돈 없어서 공부 하기 힘든 후학들은 논산, 대전에서 공부해서 꿈을 이루라는 게 설립자의 교육철학 입니다.

▲ 이 총장은 건양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변화 시키기 위한 대학발전게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한 설립자의 지원과 재단의 지지가 전폭적으로 이뤄져 자신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지금 4차산업혁명이라는 내용에 언론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특집을 내고 있습니다. 중요한 화두인데 결국에 이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을 연결시켜 보면 나타나는 키워드가 잠재적 창의력 있는 학생 선발해서 대학에서 창의력을 얼마나 확대해줄 것이냐거든요. 이렇게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가 귀결이 되는데 지금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자율화가 돼있지 않다 보니 정해진 룰 안에서만 뽑게 돼 잠재적 창의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참 어려운 현실입니다. 4차산업혁명 앞두고 건양대 미래를 그려본다면 어떤 학생들을 뽑을까 부터가 사실은 중요한 단계인데 지금같아서는 똑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식으로 가는 상황입니다. 건양대만의 인재선발, 입시정책 내용은 발전계획수립에 포함돼 있지 않으신지요?

이: 당연히 들어가 있고 저는 그 부분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님 주장도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입시 제도는 정부 정책을 당연히 따라가야 하지만 건양대 입시제도는 일부 개선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자발적으로 훌륭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동안은 교수님들 위주로 현장에 가서 “건양대는 좋은 대학이니 입학하라”고 학생들을 설득했지만 이제 그게 아닙니다. 학생들을 고교 때부터, 또는 초중학교 때부터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전, 논산 등 지역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우리가 각종 컴퓨터 지식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수님들이 자원봉사할 수 있도록 길도 열어줘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나중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커서 건양대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입시기반을 지금부터 닦아야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계획입니다.

지금 건양대는 인터넷시스템을 다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대학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그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포항공대가 그걸 참 잘해요. 그런데 우리 건양대는 아직 그 개념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 대학은 입시든 교육이든 그 하나, 하나가 다 기록물로 남겨놓고자 합니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 생성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분석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는 말로만 인공지능시대, 4차산업혁명이라고 말하지, 행동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죠.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그런 것부터 해야 됩니다. 또한 창의력보다 앞으로 더 중요한 건 인성입니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인성이 지배합니다. 창의력은 두 번째이고 제일 중요한 건 인성입니다. 인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위기능력을 극복할 수 있는 힘, 의지, 도전력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 인성을 갖춘 인재가 4차산업시대에 살아남는 인재들입니다. 그 다음에 창의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겠죠.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은 그런 것입니다. 인문학적 요소를 버리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더 많은 체험을 하고, 노력을 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본인들이 인성을 갖추고 또 도전의식을 갖추고 위기를 통해 해결능력을 키우고 본인의 용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옛날에 어른들이 ‘그놈 참그릇이 크다’라고 말하던 게 바로 이 얘기입니다. 그릇이 크다는 소리가 바로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담대한 인성의 표현 입니다. 그런 인재가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다고 봐요. 왜냐면 실패해도 또 하고, 또 하고, 또 도전하는 그런 학생들이 협업도 잘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인재들이 앞으로 미래사회를 열어간다고 봅니다. 창의력까지 갖추면 더욱 좋죠. 그런 창의력이나 인성 이런 것들은 자기주도적학습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 건양대는 그런 학생들을 키우기 위한 인재를 고르겠다는 겁니다. 그런 인재를 찾는 건 오히려 지역대학에선 굉장히 유리합니다. 지역은 서울보다 환경이 어렵기 때문이죠. 어려운 학생들이 오히려 그런 그릇이 훨씬 커요. 그러기 때문에 그런 인재들이 최상위 성적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보배라고 생각합니다. 건양대에 오는 학생들은 내신 3~4등급 학생들이 많은데 반에서 중상위권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대개 그런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학생들의 잠재능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만약 대학입시가 자율화 된다면 우리는 바로 그런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데이터를 미리 생성하고 축적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겁니다.

박: 본지 U's Line 자매지 <월간 진로적성>은 국내 유일한 중·고교생 진로멘토 매거진입니다. 이 매거진이 서울 모 대학과 함께 ‘고교-대학연계 진로파인드업’이라는 행사에서 해당학과 교수, 졸업생, 재학생 선배들과 다양한 시간을 갖으면서 진로고민과 적성들을 1년간 풀게 했어요. 이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570명 학생중에 12%가 진학을 했고, 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어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데이터와 프로그램도 준비하시나요?

이: 대학에서 그런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건양대는 그런 노력을 전혀 안 했어요. 우리가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하면 뒤지는 거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겁니다. 입시제도, 교육현장, 교육부도 그런데 신경을 못 쓰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은 부족한 대학들이 더 해야 하는데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더 열심히 해요.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도 교수님들께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빨리 이런 걸 시스템화해서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위해 지금부터라도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앞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쭉 상승해 나갈 학생을 찾아내고 뽑겠다는 계획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소외되고 어렵지만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큰 학생들을 우리가 길러서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박: 건양대에 부임하면서 건양대를 ‘인생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여기서 작품의 주요 골자는 무엇이고, 혹 4차산업혁명시대에 가장 적극적인 대비책이라는 인재를 어떻게 선발하려는지 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으실텐데...

이: 사람은 누구나 한 평생 살고 죽습니다. 때문에 삶의 가치가 중요하죠. 그러니까 내 일생동안 성취는 무엇이었느냐... 돈, 자식, 직업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때문에 직업에선 그럼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이런 걸 한 번 정리해 볼 필요 있다는 겁니다. 예전 한밭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강의하며 “여러분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가 좀 더 훌륭한 교수였다면 여러분을 좀 더 좋은 교육시켜서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 줬을텐데 여러분들이 나를 만나 그만한 꿈밖에 못 이루게 됐다. 마지막 교실을 떠나는 이 순간에 철이 들어서 미안하다”라는 얘길 했어요. 진심에서 한 얘기입니다.

제가 처음 교수가 됐을 때 40명이 수강하면 학점을 한 명도 안 준 적도, 한 명만 준 적도 많아요. 정말 정열적으로 가르쳤어요. 한 학기에 시험만 9, 10번 봤어요.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자는 학생들이 꿈을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반성했습니다. 늦게 철이 난거죠. 건양사이버대학 총장을 맡기 전 미국 루이지애나대학 사이버대학에서 1년 동안 강의를 했습니다. 당시 난 사이버대학을 잘 몰랐지만 미국에선 이미 보편화 됐습니다. 약학대학의 경우도 실험실습 빼고 40~50%가 전부 사이버 강의입니다. 인문학 강의는 대부분이 사이버 교육이고요. 건양사이버대 총장으로 와 보니 나이 든 사람들 많이 옵니다. 우리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것만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그 분들은 진짜 행복을 위해서 공부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걸 보고 다시 한 번 깨달음을 얻고 교육자로서 통렬히 반성했습니다. 그래서 건양대에 와서 진정한 교육자가 돼 보자고 생각했고 그게 인생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박: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 대학들이 입학에 학령인구 감소나 여러 여건이 좀 더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 정책입안자인 교육부당국자들에게 지역사회 대학사회 대학총장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 이런 건 중요하다 하는 걸 말씀해 주시죠.

이: 많은 사람들이 지금 교육부는 없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을 받는 건 교육부 잘못이 아니라고 봐요.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라는 전문성 분야에 정치가 끼어들어 온 것 입니다. 정치가 교육을 간섭하기 시작한 때부터 교육이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교육부가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합니다. 이게 해결 안 되면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가 없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면 안 되는 건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에 모든 경제력이 집중돼 있다면 대한민국 국력은 거기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계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균형발전이라는 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전제조건이죠. 국가균형발전이 바로 지방의 발전이고, 지방의 발전 중심엔 지방대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대학들이 직간접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걸 숫자로 계산 안 해서 그렇지 냉정하게 계산하면 대학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도 한 때는 동경 중심으로 도시집중이 됐죠. 오사카 등 몇 개 거점도시들이 중심이 돼 동경과 동반성장하는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집중화가 이루어져 그 지역이 황폐화 됐습니다. 학생이 졸업하면 그 지역에서 취업을 안 하고, 전부 동경으로 가서 취업했죠. 동경 집값이며 생활비 올라가고 학생들은 다 지방 떠나서 기차 타고 두 시간씩 걸려서 출퇴근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일본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중심 대학들이 전부 자기역할을 하며 그 지역에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자기네 대학이 일류대학이라고 말합니다. 지역대학은 지역인재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산업에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고 산업을 일으키고 또 지역문화를 일으킵니다. 지역대학이 융성하면서 인구가 몰려드는 추세로 일본이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 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수가 한국과 똑같이 50만 명입니다. 50만 명을 수용하는 대학이 850개여입니다. 우리는 50만 명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전문대까지 포함해 대학수가 350개라 합니다. 우리보다 일본이 2배 이상이 더 많아요. 그러나 일본은 지역대학들 하나도 폐교 안 합니다. 정치권에서 지역대학이 죽으면 일본 더 이상 지속발전 못 한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학을 퇴출시키 않고,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려 합니다. 사립대에 30%씩 정부에서 교부금으로 재정지원 해주는데 우리나라처럼 재정지원 해줬다고 대학감사하지 않고 알아서 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을 전부 보존해서 지금 경쟁력을 유지하고 가는 것입니다.

한국은 불과 몇 년 전 대통령이 노벨상이 8명 나오게 만들고, 이공계 40만명을 키우자고 그랬어요. 그래야 우리가 10위권 무역국가가 유지된다는 비전을 얘기했죠. 그러더니 지금은 다 없어졌고 대학을 시장경제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미래는 없습니다. 국가가 그렇게 얘기해 놓고 인구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학문을 닫으라고 하면 무역 10대국가, 경제 10대국가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가는 불과 몇 년 전에 한 얘기를 잊고 금방 딴소리 합니다. 교육은 정교한 정책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런 인프라 위에서 교육이 크는 겁니다. 그런데 자꾸 사사건건 입시가 어떻다, 부정입학이 어떻다 하며 정치가 간섭하면 대학이 클 수 있을까요? 대학은 정치와 분리돼야 합니다. 입시 제도 같은 것도 대학에게 맡기고 대학이 스스로 원하는 학생을 뽑게 놔둬야 합니다. 일부 부작용이 조금 있더라도 대학이 특성 있게 발전하도록 그냥 놔둬야 국가가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일렬로 세워 놓으니 국가가 어찌 발전할 수 있겠어요. 이런 패러다임부터 빨리 버려야 하고, 하류 정치가 일류를 지향해야 할 교육을 망치지 말아야 합니다.

박: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학과 정치의 관계, 우리나라 대학이 이만큼 올 때까지 정치는 대학에 도움을 줬나 오히려 악이 됐나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 아니겠습니까? 평소 대학(교육), 정치와는 어떤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대학의 가치와 정치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대학의 가치는 베스트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능력도 최고, 인성도 최고, 뭐든 높은 데를 보고 가게 하는 거죠. 여기서 높다는 것은 권력이 아니고 삶의 가치 중 가장 높은 쪽으로 가도록 하는 힘과 능력을 키워주는 게 대학입니다. 교육적 가치가 베스트를 추구한다면 정치의 가치는 중간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정치가 교육에 끼어들면 베스트를 중간으로 만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내용입니다. 정치가 간섭하지 않아야 할 분야가 교육, 경제, 국방인데 이 분야에 정치적 힘이 실리면 중간으로 갑니다. 군대도 최고의 군사력을 키워야 전투력이 오르는 겁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죠. 무조건 1/N로 나눠주면 나중에 돈 벌 사람이 없죠. 정치는 중간으로 가서 최다의 지지를 얻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학의 가치, 교육의 가치는 최고를 지향하는데 중간을 지향하는 정치와 힘싸움을 하면 결국 권력에게 져 대학이, 교육이 망가집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은 절대 국가에서 교육, 대학에 손 안 댑니다. 경제나 국방 분야에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손대지 않고 간섭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돈 버는 곳이 아닌 명예로운 곳입니다. 가치관이 다른 곳, 명예가 최우선 가치인 곳은 명예를 지켜줘야지 다른 게 개입하면 가치가 완전히 망가지는 겁니다. 그걸 보존해 주는 게 정말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입니다.

이원묵 총장(66)은...

1952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해 충남대 화학공학과 학사, 연세대 대학원 화학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를 거쳐 제6대 한밭대 총장, 한밭대 명예총장, 제3대 건양사이버대 총장, 제10대 건양대 총장에 부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박사후 연구원, 지식경제부 화학소재상용화지역혁신센터 소장, 교육과학기술부 그린화학산업연계망구축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 대담 : 박병수 U's Line 편집국장
► 정리 : 장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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