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위기·4차산업혁명시대에 ‘시대역행’ 아니냐…동문, "배재고 출신 총장선임 이유 밝혀야"

▲ 배재대 8대 총장선출이 진행중이지만 이 대학의 배재고 출신자 총장선임이라는 이상한 잣대는 이미 배재고 출신 후보가 선임된 것이나 다름 없지 않냐는 불만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8대 배재대 총장선출 공청회 모습.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배재대 제8대 총장후보가 1차 투표를 거쳐 3인으로 압축되면서 선거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는 “이 대학 개교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른바 ‘배재고 순혈주의’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해 이미 총장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한 배재고 순혈주의’란 1981년 배재대 개교이래 4명의 학장(종합대학 승격 이전 단과대학)과 4명의 총장, 총 8명의 대학 수장(首長)이 선출됐으나 모두 배재고 출신이어야만이 총장이 되자 이를 두고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시선의 표현일지 싶다.

지난 14일 배재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교협대표 10인, 직원대표 3인, 동창회 및 교단 대표 각 2인, 학생 및 지역대표 각 1인 등 19명 / 1인은 불참)는 교내 대회의실에서 응모자 6명에 대한 투표를 실시, 1차 투표에서 1~3위를 차지한 3명을 무순위로 선출해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날 1위는 8표를 받은 김욱 교수(배재대 글로벌정치·커뮤니케이션 학과), 2위는 7표 천세영 교수(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3표로 김선재 교수(배재대 전자상거래학과)가 3위를 차지했으나 2위를 차지한 천세영 교수가 배재고 출신이다.

▲ 1차투표에서 입후보자 6명중 1위를 차지한(왼쪽부터) 김욱 후보, 2위 천세영 후보, 3위 김선재 후보.

1차 투표 1위를 차지한 김욱 후보는 “다른 대학 같으면 1위 후보자로 이사회에 추천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총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상하게도 배재대에서만큼은 배재고 출신이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최종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김 후보는 “충남대에서 오래 재직한 천세영 후보를 총장 추천위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배재대에 절실한 부분 파악이 배재대 교수출신 후보들보다는 객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데도 1차 투표에서 무려 7표 획득해 1위와 1표차, 3위와는 4표차로 따돌리면서 거뜬히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히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밖에는 해석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김 후보는 “지난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자율개선대학이 됐다면 좀 더 위기의식을 갖고 학교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 3주기 대학평가에 대비해야 되는데도 배재고 출신만을 총장으로 선임한다면 이는 학교법인이 아직도 배재대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현실을 극복하려면 뭐가 필요한 지에는 관심없는 루스(loose)한 자세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3위에 오른 김선재 교수도 “이사회에서 배재대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선임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만약 이사회가 배재고 출신이어야 배재대 총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시대적으로나 학교가 처한 현재상황으로나 적절치 않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총장선출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배재대가 취약한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 적극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으로 학교를 위하고 학생을 생각하는 자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재고 출신 2위 천세영 총장후보는 배재대 총장에 배재고 출신 견해를 묻자 “배재대 총장 선임에 배재고이어야 한다는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더 궁금한 사항은 학교로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짧게 답변을 끝냈다. 한편, 천세영 후보가 총장추천위원회 추천위원에게 보낸 개인적 이메일에서 ‘동문 및 법인 관계자들로부터 총장 응모에 대한 권유’를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경희 미래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미 오래전에 미국 최고의 명문대 하버드에서는 프린스턴대 출신을 총장으로 초빙하고, 인공지능 알파고가 시험으로 연세대 입학하는 시점은 언제쯤 될까?라는 ‘싱규레러티’(Singularity ·AI가 인간지능을 뛰어 넘는 시점)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김용학 연세대 총장 등이 미래를 전망하는 4차산업혁명 현실에 대학운영을 학연·지연·혈연으로 끼워 넣으려는 것은 시대흐름 파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목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현수(가명·92년 졸업) 배재대 동문은 “학연이 강조되는 고교동문의 특징은 일정정도 이해가 가나 급변하는 글로벌 흐름에 맞물려 변신을 꾀하는 대학사회에서 특정고교 출신자 총장선임이 정말 사실인지 의아할 정도”라며 “위기라고 진단되는 대학환경에서는 유능하고, 폭 넓은 총장초빙을 해도 될까말까 한데... 이사회는 지금까지 왜 배재고 출신자로만 총장을 선임했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학교법인 배재학당은 오는 12월 4일 후보자 소견발표에 이어 11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총장을 최종 선출할 예정이다.

한편,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욱 후보는 ▲참여공유 극대화를 통해 '배재 하나로'로 학제개편 ▲투자대비 효율성 최고 달성 재정 ▲특성화 학과(분야) 조기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위 천세영 후보는 ▲'배재 도약 50'으로 배재 SOC투자, 과학경영 기반 대학효과 극대화, ▲21세기적 융복합 학사구조 구현으로 배재대 국내 50위권 대학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3위 김선재 후보는 ▲교육 행정 산학협력 혁신으로 미래형 대학을 구현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구사일생 '자율개선대학'..."폭넓은 리더선출 대학위기극복해야"     


배재대는 학교법인 배재학당에서 설립한 대전소재 4년제 대학이다.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설립한 배재학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식 대학기관이었다. 배재학당은 교육목표를 미국대학 수준 고등교육기관으로 목표를 하고, 구한말 암울했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신교육을 실시하는 등 개혁적인 미래를 가르치다 일제강압에 의해 1937년 배재중학교로, 이후 1951년에 다시 배재중과 배재고로 개편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는 배재학당에서 1981년에 개교한 대학이 배재대이다.

배재학당의 배재대 개교는 배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국가와 세계에 필요한 미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높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 6월 ‘대학 살생부’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하고, 역량강화대학으로 밀려나 정원감축 대학구조조정과 정부재정지원에 일부제한대상이 되자 김영호 총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을 밝혔으나 이사회는 반려했고, 8월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발표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있던 3개 대학이 역량강화대학으로 밀려나 대신 자율개선대학으로 상향조정 됐다.

배재대 안팎에서는 현재 한국 대학을 휩싸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만이’라는 의식에서 폭넓은 리더(총장)선출로 대학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재대 역대 총·학장 명단

· 1982년 배재대 초대학장 김용우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83년 배재대 2대 학장 김대준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86년 배재대 3대 학장 이성근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90년 배재대 4대 학장 이성근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92년 배재대 초대총장 이성근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95년 배재대 2대 총장 박강수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1999년 배재대 3대 총장 박강수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2003년 배재대 4대 총장 정순훈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2007년 배재대 5대 총장 정순훈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2011년 배재대 6대 총장 김영호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2015년 배재대 7대 총장 김영호 박사 취임 (배재고 출신)

※ 4명의 학장(종합대학 이전 단과대학)과 4명의 총장, 총 8명 대학 총·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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