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구분야 접목 학제간 연구중심 커리큘럼 개설...중국 기술추격에 놀란 미국 리더들의 위기 반증 해석도

▲ 미국 MIT대가 내년 가을학기부터 인공지능 단과대학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은 MIT대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미디어 랩연구실 모습<사진출처 : Photo by Mrinal Mohit>

[U's Line 유스라인 김성환 통신원]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인공지능대학 단과대학을 신설하고, 학위과정을 내년 가을부터 개설·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인공지능을 MIT의 모든 연구분야에 접목해 학제간 연구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개설한다. 이 대학의 교수진은 총 50명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절반은 컴퓨터과학 교수진, 또 다른 절반은 MIT의 다른 연구부문 출신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MIT는 코딩을 배우지 않은 학사 졸업생도 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컴퓨팅의 기초를 폭넓게 가르치고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등 융합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에게 기술뿐만이 아니라 윤리적, 역사적 소양도 가르칠 계획이다. 보스턴 근교 MIT 캠브리지 캠퍼스에 2022년까지 인공지능대학 건물도 건립한다.

인공지능대학 운영목적에 대해 이 대학 라파엘 리프 총장은 "컴퓨팅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숙달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 대학 목표는 생물학, 화학, 정치학, 역사학, 언어학 등 전공자들이 동시에 컴퓨터 기술을 잘 쓸 줄 아는 '미래의 이중언어인(bilinguals of the future)'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슈워츠먼이 3억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고, 다른 기부자들로부터도 3억달러를 약속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체 기부목표액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로 잡아 나머지 3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 받을 계획이다.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집계에서 재산이 128억 달러로 알려졌으며, 2013년에는 국제학술프로그램을 위해 중국 칭화대에 1억 달러를, 3년 전에는 예일대에 학생문화센터 건립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의 통 큰 기부를 한 바 있다. 이 인공지능대학의 명칭은 슈워츠먼 회장 이름을 따 'MIT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터 대학(M.I.T. Stephen A. Schwarzman College of Computing)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기부자 슈워츠먼 회장은 “MIT가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미국이 AI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정부에 상기시키는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연구를 활발히 지원하는 슈워츠먼 회장은 “대학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닥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면서 기부의 취지를 밝혔다.

외신들은 슈워츠먼 회장의 통 큰 기부에 대해 “AI시대 중국의 부상을 지켜본 미국 민간 오피니언 리더들이 위기를 느끼고 스스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30년 AI산업 선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미국의 첨단기술 따라 잡는다."

▲ 2000년 1월 설립된 중국 최대 검색엔진 회사 '바이두'는 중국내 구글이라 불린다. 바이두는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이외에 백과사전 서비스, mp3 검색, 지도 등의 특화된 서비스도 눈에 띤다.  바이두는 최근 중국 내 높은 시장 지배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O2O(Online to Offline)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U's Line 유스라인 김하늬 기자]미국 등에서 공부한 뒤 돌아온 중국 인재들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금융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안면인식 AI기술로 유명한 스타트업 센스타임의 창업자 탕샤오어우가 대표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과학원 선전기술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중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에 올해 4월 영입된 장퉁 AI 수석책임자도 귀국했다.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IBM과 야후 등 글로벌 기업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연구하며 관련 특허만 60개를 보유하고 있는 권위자다.
 

2008년 일이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던 한 스이궁(施一公) 중국인 교수가 있었다. 세포의 사망 과정에 관한 연구로 암 치료의 새 장을 연 이 분야 최고 권위자였다. 프린스턴대는 그에게 연간 2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할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가 수여하는 2008 연구기금(100만 달러)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수상을 포기하고 중국행을 결정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선택’이었다. 스이궁 교수는 지금 칭화(淸華)대 생명과학대학원에 몸을 담고 있다.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지금 중국의 생명공학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스이궁의 ‘경쟁자’인 라오이(饒毅) 베이징대 생명과학대학원 교수 경우도 유사하다. 유학 후 노스웨스턴대 신경학과 교수로 활동하던 그도 모든 것을 버리고 중국으로 왔다. 라오이 원장은 미국 국적마저 포기했다.

중국은 10년전 2008년에 들어 국가 차원에서 인재 귀국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가동했다. 앞으로 5~10년 동안 세계적 수준의 학자 2000명을 영입한다는 게 핵심 목표였다. 대상자에게 일시 보조금으로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이 주어지고, 연구경비는 ‘요구하는 만큼’ 지원된다. 각계 세계적인 석학 340명이 이 계획에 따라 이미 중국의 대학과 기업 연구개발(R&D)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시행 첫해인 2009년만 해도 귀국 인재가 122명에 불과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2010년에는 3556명이 귀국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는 2011년까지 8000명을 넘어 이미 목표를 4배나 초과 달성했다. 중국은 천인계획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2012년부터는 ‘만인계획(萬人計劃)’을 도입해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까지 각 분야의 고급 인재 1만 명을 뽑아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이 가운데 1000명은 노벨상 수상자급 인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외국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례가 좀처럼 없는 중국에서 광둥성 등 지방정부는 고급 기술을 가진 외국인에게 중국 국민과 동일한 교육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상하이는 세계 우수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천인계획 추진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인재 수혈책이며, 이는 중국이 얼마나 첨단산업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의 경제력이 기반이 되고 있다. 지금 중국은 단순한 ‘기술추격(catch-up)’이 아닌 ‘기술 비약(leap-frog)’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10~15년 이내에 연구성과를 상업화하는 능력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미국 조지아연구소의 추측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중국에 대해 알량한 자존심이나마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우위’를 담보로 한 산업수준이었다. 이제 그 자존심의 수성(守成)이 언제까지나 지켜질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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