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1만3000명 설문...대선이후 제도변화 불가피

[U's Line 오소혜 기자]고교생 50%는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스펙쌓기를 조장하는 등 본래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한편 최근들어 교육부에서 2018년부터 굳이 수시모집 학종의 확대를 강조하지 않겠다는 공문이 각 대학 입학처에 발송된 것으로 나타나 대선 이후 수시·학종에 대한 정책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는 3∼16일 고2·3학년과 N수생(재수생 이상) 1만 3천356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서 학종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온라인 설문한 결과 응답자 51%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고 27일 밝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8.2%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20.8%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의 학년별 비율은 N수생이 66.1%로 가장 높았으며 고3 50.8%, 고2 38.5%로 학년이 오를수록 학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종이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는 '무분별한 스펙쌓기'라는 응답이 20.2%로 가장 높게 나왔다. '공정성 결여'(18.0%), '모호한 선발과정'(17.0%), '형평성 결여'(16.2%), '투명성 결여'(14.2%), '사교육 조장'(12.8%) 등 응답도 많았다.

학생들은 주관식 설문에서 스펙 쌓기 탓에 스트레스를 주고 사교육비를 더 쓰게 만든다거나, 대학별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등 학종의 문제점을 호소했다.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기득권을 위한 시스템', '자기소개서 관리와 스펙 쌓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더 든다', '고교부터 시작되는 스펙쌓기 너무 싫다', '도중에 꿈이 바뀌어버리면 문제로 인식된다' 등 신랄한 답변이 나왔다.

또 정시모집 준비 학생비율은 51.3%로, 수시(48.7%) 비율을 근소히 앞섰다. 수시 가운데서는 학종(35.1%)을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술전형(5.5%), 학생부교과전형(5.4%), 특기자 전형(2.2%) 등이 뒤를 이었다.

학년별로는 고2 학생의 경우 학종 준비 비율(65.4%)이, N수생의 경우 정시 선택 비율(86.0%)이 각각 가장 높았다. 아울러 학교가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별도로 관리해준다는 응답은 47.8%로, '골고루 관리해준다'는 응답(34.0%)보다 높았다.

한편,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前) 대표는 수시모집 축소를 교육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모집이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모집보다 공정성 논란이 적고 사교육 부담도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보성향의 민간단체는 오히려 대선주자들의 이런 입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은 수시확대·수능 축소를 정책 기조로 삼아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시를 확대해왔다"며 수시모집 축소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축소와 공교육 강화를 강력하게 추구해 온 진보진영 안에서도 수시의 방향성을 논할 때는 '손발이 안 맞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 역시 "정시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대부분 정치인들이 정시입학세대다 보니 정시를 더 옹호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시·학종, 취지가 문제 아니라 운영이 문제

10여 년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은 학종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가려내는 데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들은 학종을 준비하면서 여전히 수능과 내신성적에도 신경을 써야 해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강요받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교과 과외는 물론 면접학원·자기소개서 첨삭 학원·다양한 비교과 활동 과외 등 고가의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으로도 연결된다.

교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펙' 쌓기 활동 역시 부모의 뒷바라지와 사교육을 바탕으로 하면 훨씬 수월하므로 결국 학종은 부유층 학생이 수능에 매진하지 않고도 손쉽게 대학에 갈 수 있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이다.

공정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수능으로 수험생을 줄 세워 뽑던 시절에는 입시제도의 획일성에 비판이 있었지만 전국의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고 같은 잣대로 채점한 성적통지표를 받았기 때문에 적어도 공정성 면에서는 학종보다 앞서 있었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먼저 아들·딸의 입시를 치러본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아이가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교사가 학생부에 아이의 세부능력을 얼마나 자세히 적어주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각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평가방법, 교사 가치관이나 관점 등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종은 아이들이 절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없는 입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학종의 특성과 위상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종을 바탕으로 한 선발 비중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으로 회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므로 공정성이나 사교육 유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소재 고등학교 한 교사는 "(학종 선발 비율을) 늘리느냐 줄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학종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대학은 어떤 아이들을 왜, 어떻게 뽑았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해 공정성 논란을 줄이고, 고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하며 '변화의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내신·수능·비교과 활동 등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면 교육정책의 방향성도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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