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월) 교육부는 ‘2017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무계획에는 ‘모두가 성장하는 행복교육, 미래를 이끌어가는 창의인재’라는 비전 아래 4차 산업혁명 대비, 양극화 해소,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추진과제가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국정운영의 동력이 상실됐고, 조기대선도 가시화되고 있어 여느 해에 비해 교육부 업무계획가 지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업무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미 지난해 법제도 정비를 마친 계획도 있고, 기존의 정책을 확대개편하는 내용도 있어 교육부 업무계획이 대학현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 일정을 상반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항간에서는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금의 정책이 유지되기 위한 교육부의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교육부가 정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업무계획 검토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개혁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 양극화 부추길 ‘2주기 대학구조개혁’

업무보고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를 올해 2월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뒤 내년 상반기에 실시할 계획이다. 내용을 보면 지난해 11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제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개선방안’을 대폭 수용했다. 당시 제시된 방안은 상위 50%는 ‘자율 개선 대학’으로 선정해 정원감축 없이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하위 50% 대학은 3등급(X,Y,Z)으로 구분해 등급별로 차등적인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즉, 전체 대학 중 절반은 살리고, 나머지 절반은 대폭적인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으로 퇴출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초기에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입정원을 2023년까지 16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2만 명을 감축해야한다. 결국 1주기보다 더 많은 정원을 감축해야하는데, 절반의 대학만 대상으로 정원감축을 유도한다면 1주기 평가를 통해 수도권보다 더 큰 폭으로 정원을 줄인 지방대에 가해지는 구조조정의 강도는 더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방대는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대 축소를 유도하는 구조조정은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강조한 ‘사회 양극화 심화 해소’에 교육이 일조해야한다는 방침에도 어긋난다. 지방대가 대거 사라지게 되면 지방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몰릴 수 밖에 없어 교육비, 생활비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상권이 무너지고, 지역의 인적생산 및 문화생활의 기반이 허물어질 것이다. 사회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셈이다.

계약학과 확대포장한 ‘사회맞춤형 학과’

또한, 교육부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을 위해 ‘사회맞춤형 학과’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사회맞춤형 학과 확대는 기존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전문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확대해 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학과신설 부담이 있는 반면 주문식 교육과정은 기존학과에 커리큘럼만 신설하면 되므로 주로 주문식 교육과정 확대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재정지원사업 중 최대규모의 예산(3,271억 원)이 투입되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지원사업으로 이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주문식 교육과정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운영중인데다 채용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세제혜택과 훈련비환급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책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최대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이 걸려있는 만큼 다수의 대학들이 되든 안되든 사회맞춤형 학과를 도입하면서 대학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취업중심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뒷받침하는 학사제도 개선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사제도 유연화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고등교육법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의 주내용은 학기제운영의 자율화, 국내대학 컨소시엄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허용, 이동수업 교육과정 허용, 소속학부(전공) 필수 이수 폐지 및 융합전공 등 허용, 석사학위 수업연한 단축기간 1년까지 확대, 학위수여 유예신청 가능(졸업유예제 법제화) 등이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연한 학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부의 설명은 갈수록 지식의 생성소멸주기가 빨라지고 복합적・창의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아무런 공론과정없이 대통령 탄핵투표를 앞둔 시점에 느닷없이 학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것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구조조정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원 소속 학과의 전공이수 필수를 폐지하고 다른 학과 혹은 학과와 학과가 공동으로 새롭게 신설한 전공프로그램만 이수해도 졸업을 허용하는 ‘융합전공’은 기초학문・인문학을 더욱 위기로 내몰고, 과거 학부제가 야기한 전공교육의 부실을 재현할 것이다. 융합전공은 굳이 학과통폐합을 하지 않고도 대학교육과정이 취업에 용이한 분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융합전공이 학과통폐합을 무리하게 유도해 비판을 받은 프라임사업의 ‘유연화 버전’으로 비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대학 컨소시엄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허용, 대학간 융합전공 허용 등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과 맥이 닿아있다.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은 중소국립대를 대규모국립대에 흡수 통합시켜 결국 국립대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올해 국립대혁신지원사업(PoINT)에 국립대학 연합대학 구축을 포함시키는 등 재정지원과 법제도적 규제완화를 통해 국립대 연합대학 체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학생·학부모 등록금 부담에 관심없는 교육부

한편,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비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Ⅰ유형 ‘C학점 경고제’를 1회에서 2회로 완화하고, 학업성적 우수자(3분위 이하)에 대해서 학자금 대출원금의 30% 및 이자 전액을 면제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학비부담 문제에 대한 계획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전분위별 1인당 국가장학금 지급액은 2012년 국가장학금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됐다. 그나마 꾸준히 인상되어 온 1인당 국가장학금 지급액이 동결된 것은 이미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는 정부의 자체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연구소에서 2015년 국가장학금 지급실태를 분석한 결과,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전체 재학생 가운데 약 40%대(1학기 40.3%, 2학기 41.5%)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는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4분위, 자연과학계열은 3분위, 공학·예체능계열은 2분위까지만 등록금 절반을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부가 말하는 반값등록금은 등록금인하 및 장학금 확충 등 대학 자체노력을 포함해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대학 자체노력이 줄어들고 있어 정부주장대로 반값등록금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성적기준 제한은 저소득층의 장학금 수혜를 가로막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그간 대학구성원과 시민단체는 성적기준 완전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C학점 경고제’ 완화라는 제한적 조치에 머물고 있다.

학자금대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취업 후 학자금상환대출 장기미상환자는 2013년 1,201명에서 2016년 11월 현재 1만 899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따라서 고액화된 등록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학자금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나 당장 이것이 어렵다면 학자금대출 무이자라도 실현해야한다. 이미 국회에서는 대학생들의 대출금을 무이자로 지원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학업성적이 우수한 저소득층에게 대출금의 일부를 면제하는 소극적인 계획만 제시하고 있다.

다가올 대선, 시장논리 넘어선 새로운 고등교육정책 마련 계기돼야

1995년 김영삼 정부가 ‘5・31교육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를 향한 질주로 요약된다. 시장 논리에 따라 극단적 경쟁을 요구하며, 정부는 재정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런 기조를 더욱 추동했다.

그 결과 대학간, 지역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으며 정권에 의한 대학 통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박근혜 정부 4년여 간의 대학정책도 이 기조의 연장선이었다. 이러는 사이 세계 최고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대학 부정・비리와 등록금에 의존하는 행태는 거의 변화가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선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대선이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내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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