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수 편집국장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는 1000만 관람객이 몰려든 화제의 히트작이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누린 데에는 광해 진짜 왕과 가짜 왕을 넘나들면서 왕의 역할을 그럴듯하게 해 낸 배우 이병헌의 열연과 재미가 한 몫을 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영화평론가들의 중론(衆論)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왕’이라는 역할은 더도 덜도 아닌,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역할에 방점을 찍으면서 우리의 현실을 적절히 되돌아보게 했다는데 있다. 특히 광해는 백성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중국 명(明)나라와의 우애는 필요없다며 싸운 조선 유일의 왕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왕 광해의 재조명도 영화 인기에 힘을 보탰다.

‘자기역할’의 적, 사리사욕

영화를 본 독후감의 결론은 ‘자기역할’이다. 왕은 백성을 제일로 생각할 때 진정한 왕이 되는 것과 같은 자기역할의 충실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기역할의 충실성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그 해답을 최근 대한민국에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과 그 지인들의 국정농단에서 찾아보자.

대통령을 비롯해 지인들 모두가 사리사욕에 휩싸여 있었다. 하나같이 자신의 부(富)를 축적하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자신만 배부르면 되고, 자신의 가족을 위한 이기주의적 발상은 가히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화여대 부정입학이 그렇고, 기업의 총수들을 겁박해 사설적인 미르·K재단을 세우려 했던 일도 그러하다.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위한 일이라면 자기역할의 충실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집단적 이기주의는 지극히 당연하고, 그것이 자기역할의 충실성이라고 착각을 하는 듯 했다.

근대화 과정, 물질이 잣대 된 과정

이번 사건으로만 가름해본다면 자기역할의 충실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사리사욕’(私利私慾)이라는 답이 나온다. ‘사리사욕’은 자신의 이권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인간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내팽개치는 것이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집단적 이기주의, 사리사욕이 만연해지는 시기와 맥을 같이한다. 정신 보다는 물질이 앞섰고, 모든 잣대는 물질이 되고 말았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우리의 초·중·고 교단에서 자기역할의 충실성, 사리사욕의 폐해에 대한 인문학적 교육이 강조되기를 희망한다. 임금이라는 자기역할에 충실했던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에서 나오는 대사다. “중국 명과의 관계만을 생각해 내 백성 2만여 명이 사지(死地)에 내몰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왕이 크게 부르짖는다. 그런 임금의 백성, 그런 대통령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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