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요청한지 2년2개월이 지나서야 경북대 총장 임명이 승인 됐다. “왜 승인을 내지 않냐?”고 물어도 딱히 답변도 없었다. 국립대 총장 임명에는 교육부와 청와대가 관련돼 있다. 교육부가 승인요청을 올리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승인하는 절차다. 올리지 않아서 승인이 안 됐던 것인지, 교육부는 올렸는데 대통령이 승인을 안 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결국 대학가에서는 두 기관의 ‘대학농단’(大學壟斷)으로 경북대 대학구조개혁의 바쁜 발걸음은 멈칫멈칫 돼 왔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유난히 대학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대학 수장에 임명을 승인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한마디로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 경북대 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학가에서는 1위를 차지한 김사열 교수의 예전 대정부관련 시국선언문 발표에 참여했던 것이 주홍글씨로 찍혔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해왔다. 만약 이게 임명승인을 하지 않은 진짜 이유라면 자신을 질타한 책은 모두 불태워버린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대학의 표징은 ‘진리’와 ‘이성’이다. 사회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적 규범과 양심을 배우고 토론하는 곳이다. 자유는 진리와 이성을 떠받히는 토지와 같다 만약 대학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리와 이성도, 한 사회의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으면서 독재를 하겠다는 소리와 똑같다. 만약, 권력을 쥔 자가 대학이 자신들의 시녀(侍女)가 되기를 원해서, 대통령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해서 이 정부의 대학농단이 시작됐다면 이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최근 이화여대서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해 부정입학과 특혜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최순실 씨가 국경없는 유럽으로 도주하듯이 떠난 뒤라 조사가 철저히 밝혀질지 의문이다.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 임명거부와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특혜입학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2대 대학농단 사건으로 제기한다. 혹여, 이화여대 부정·특혜입학 사건은 정치적으로 연루돼 있어 더 중요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총장임명 연기는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보다 더 심각하고, 무거운 사건이다. 한 대학을 2년여 동안 마비시킨 사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주대, 방송통신대는 아직도 구성원들이 선발한 총장에 대해 임명을 못 받고 살벌한 대학구조개혁 시기에 실기(失機)를 강요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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