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이 연구자에 대해 내린 연구비 환수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2009년 연구재단이 설립된 이후 각 대학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된 제재 처분에도 영향을 미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심준보)는 서울 모 대학 교수 A씨가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낸 '불성실실패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09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협약연구개발비 6억8천여만원을 투입, 2014년 2월까지 연구과제를 수행했지만 'D등급'을 받아 불성실실패로 평가됐다.

이에 연구재단은 2015년 3월 13일 A씨에 대해 앞으로 3년 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를 제한하고, 연구비 중 1억4천400여만원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했다.

A씨는 연구재단에 "연구의 중요 결과물이 과제 평가가 끝난 이후에 발표됐고, 이후 성과에 대해 고려해 달라"며 이의 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국연구재단 권한의 범위에 국민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및 연구개발비 환수 등 제재 권한까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학기술기본법 및 관리규정 등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기획·관리·평가 및 활용 등의 업무는 연구재단에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외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등 제재조치에 관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권한을 피고에게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연구재단의 참여 제한과 환수 처분은 권한 없는 자가 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원고 측의 소송대리를 맡은 이철우 변호사는 "국민에게 불이익한 제재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구체적인 법령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법령상 근거 없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재 처분을 한 것은 법률에 위반한 처분으로서 무효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연구재단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연구자들의 분쟁 발생으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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