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답답한 면 있긴 하지만 준수할 생각” 응답

▲ 김영란법에 대한 대학가의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U's Line 왕진화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사학교원도 대상자로 분류되면서 많은 애로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국 대학가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추측된다.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이 아닌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공직자, 교사 등에게는 3만원 이하의 식사 접대와 5만원 이하의 선물, 10만원 이하의 부조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원생이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논문심사비 외에도 외부교수에게 지급하는 거마비와 식사대접비 등으로 1인당 10만원~50만원을 관행적으로 지급해오기도 했다.

이에 본지 U’s Line은 많은 대학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취재결과 일부 대학관계자들은 김영란법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시행이 본격적으로 되면 사실상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평소 언론인과 과도한 식사자리 안 해

수도권 대학 A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사학 교직원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들을 높이 인식해준 것이거나 혹은 대학사회가 부패로 물들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립대학이 현재 많은 실정인데, 특히 교직원들을 특정해서 어떤 제한을 주는 법이 시행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 소견이지만 평소 언론인들과 과도한 식사 자리를 하진 않으니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며 이와 관련해 체감되는 부분도 없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3, 5, 10만원처럼 금액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고, 우리나라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다. 당장 시행되면 발전기금을 받을 때, MOU를 체결할 때 등 관련 측에 소정의 성의표시를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시점이다. 전 교직원이 공부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도권 대학 B관계자도 A관계자와 마찬가지로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잠재적으로 사회에서 만날 관계들의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김영란법은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법이 아니며, 다만 과도한 접대를 하지 말라는 충고의 의미”라며 “요즘 기자들은 예전보다 오히려 청렴의식이 있다. 하지만 언론인에게도, 교육부 관계자에게도 한정식 가격을 낮은 것으로 대접할 경우 집보다 못한 반찬들이 나온다면 서로 미안할 분위기는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언론인, 교육부 관계자보다 더 민감한 사안은 발전기금 관련이다. 홈페이지에도 예우규정이 있는데, 발전기금을 주는 동문들에게 금액에 맞춰 모자 하나를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 사학교원 입장에서는 위축되는 것은 사실

반면 김영란법이 대학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 이도 있었다.

서울 대학 C관계자는 “시행이 돼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남의 자리가 있을 때마다 금액 한도를 생각해야 하고, 저녁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면 주류 때문에라도 정해진 금액에서 많이 초과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며 “확실히 사학교원들에게 위축되는 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법 때문에 만날 것을 안 만날 수는 없으니 법을 준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수도권 대학 D기획팀원은 “학교 관계자들이 예상보다는 예민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향은 분명히 있고, 용도가 어떻든 금액이 제한돼 있다보니 답답한 면이 있다”고 의견을 남겼다.

한편, 김영란법이 곧 시행됨에 따라 미리 영향을 받은 곳은 또 있었다. 교육부가 최근 홈페이지 감사정보란에 ‘부패공직자 현황’을 공개하면서 징계 공무원 2명의 사례를 게시했던 것. 이 같은 노력은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청렴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지침을 배포하기에 앞서 먼저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 각 부처가 선제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학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가지고 올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권 대학 E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곧 시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관행들이 없어지고 문화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자체적으로 ‘김영란법 교육 자료’를 만들어 몇 가지 상황과 대처방안 등 언론에 발표된 내용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이런 내용들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이었는데, 다른 대학들도 아마 이렇게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행되기 전이지만, 한국식 접대문화를 끊기 위한 이 실험에서 앞으로 대학가들이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정청탁 등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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