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익스텐션 스쿨' 대표적…국내 "대학교육 패러다임 전환 논의필요"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을 둘러싼 이화여대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단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재정지원사업, 대학 경영진의 소통 없는 리더십 등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평단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성인 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지식공유' 시대에 대학의 문을 다양한 계층에 개방하는 것 또한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대학=학령기 학생 대상 고등교육 기관'이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버드대 '익스텐션 스쿨'...매년 1만 4천여명의 학생이 등록

14일 교육부의 정책연구 보고서 '대학 중심의 평생교육을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및 평생교육제도의 재구조화·활성화 방안 연구'(책임자 조대연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성인 단과대를 대표적으로 운영중인 학교는 미국 하버드대다.

하버드대는 12개의 학위과정을 제공하는 '익스텐션 스쿨'(Extension school)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1만 4천여명의 학생이 등록하는 가장 큰 규모의 단과대 중 하나로 발전했다.

교육과정은 학사, 석사, 학석사 통합, 전문석사 등 700개 이상의 강좌로 구성된다.

이중 학사학위의 경우 32개 과정(128학점)을 수강해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으로 인문학, 과학, 사회과학 전공이 있다. 학석사 통합과정은 최소 4년에 걸쳐 학석사를 취득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이다.

전문석사는 경영관리, 교육, 글로벌교육, 과학, 사회과학, 문화학습, 지속가능성과 환경, 기술 등 8개 분야에서 24개 자격증을 제공한다. 학습자 연령은 18세에서 89세까지 다양하다. 일을 병행하는 성인 학습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저녁 강좌, 온라인 강좌, 주말강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강의가 이뤄진다.

보고서는 시카고대학의 '그레이엄 스쿨'(Graham school), 영국 워릭대의 'CLL'(Center of Lifelong Learning)도 대표적인 성인 대학으로 소개했다.

그레이엄 스쿨은 1892년 설립된 평생학습센터(The Graham School of General Studies)가 모태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석사학위 외에 학점과정과 자격증 과정, 인문학 교양과정, 단기강좌 등 다양한 형태의 과정이 온·오프라인으로 제공된다.

워릭대 CLL은 1985년 설립된 계속교육 단과대학(Department of Continuing Education)이 전신이다. 학사, 석사과정, 학사 또는 석사 전 준비과정(gateway program) 등을 개설해 놓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대학의 경우 사전 준비과정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등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장치를 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하버드 익스텐션 스쿨의 인문학사 과정은 입학 전 3개의 사전 필수과정(비판적 읽기와 글쓰기 포함)에서 최소 B학점 이상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또 학석사 통합과정은 최소 2년의 학부 수준 과정, 64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자기소개서, 작업 결과물(work product), 추천서, 이력서, 영어성적, 수학 배치고사 및 비판적 읽기·쓰기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국내는 왜 문제 됐나…"공감대 형성이 먼저"

국내의 경우 근본적으로 평단 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심지어 학내 구성원 간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도입을 추진하다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룬다.

평단이 단순히 참여하는 대학만 관련된 사업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성인들에게 대학 문을 개방하는,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과 여론 형성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물론 독학학위제나 학점은행제, 방송통신대, 사이버대 등 성인 학위 취득 통로가 이미 있긴 하지만 4년제 일반 대학에 직접 단과대를 설립해 정식으로 그 대학 학위를 주는 것은 대학의 정체성을 바꾸는 문제다.

또 독학학위제, 학점은행제 등과 같은 기존 평생교육 제도는 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사회적 공신력이 떨어져 학위만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보고서도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평생교육제도 개편과 함께 평단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존 평생교육제도 간의 효과적, 실용적 연계를 통해 평단의 운영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충분히 논의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안정적인 대학 조직개편을 위해 학내외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식 일반대학 명의의 학위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어 2010학년도부터 재직자특별전형을 신설했지만 한계가 드러나 평단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직자특별전형은 각 대학이 정원 외로 직장인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2016학년도 기준 전국 91개 대학(4년제, 전문대 포함)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입학정원 총 5천791명에 등록인원 1천974명으로 등록률이 34.1%에 불과하고, 중도 탈락률도 높은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직자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뽑아만 놓고 따로 관리를 안 하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하나의 단과대에 모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 평단"이라고 말했다.

정책연구에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한 권대봉 고려대 교수는 "교육부 주도로 할 게 아니라 대학이 철학과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스스로 나서 추진했어야 할 사업"이라며 "교육부도 대국민 홍보를 소홀히 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성격상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여론수렴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다른 재정지원사업들과 마찬가지로 평단 역시 기획재정부로부터 1년 단위로 예산을 배정받아 하는 사업인 탓에 회계연도 안에 결산심사를 마치려면 급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애초에 평단사업 1차 선정 결과 6개대가 선정됐을 때 그걸로 멈췄어야 하지만 교육부로서는 배정받은 예산을 다 소진해야 하니 다시 추가 신청을 받고, 결국 이대가 추가 선정돼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이대는 올해 3월8일 열린 교무회의에서 평단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가 교육부가 추가 모집 공고(5월11일)를 낸 뒤 한달만인 6월10일에 입장을 바꿔 사업 신청서를 낸 것으로 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대가 처음에 평단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던 것은 정원조정 문제와 관련해 오해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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