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회에 31개국 대표 170명 참가…"소수 언어 연구하는 언어학자가 꿈"

▲ 울산외고 양재영 군(18) <사진 연합>

"언어의 비밀을 푸는 건 암호를 알아내는 것처럼 재밌어요."

울산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양재영(18)군은 지난달 25∼29일 인도 마이소르(Mysore)에서 열린 '제14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 중 하나인 이 대회는 주최 측이 희귀 언어로 만든 문제를 제시하면 참가자들이 언어적 특성을 찾아내 해석하도록 하는 경연이다.

올해 대회에선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섬 뉴기니 원주민이 새로운 문물을 접하면서 만들어 낸 단어의 뜻을 찾아내는 문제 등 총 5문항이 출제됐다.

양군은 100점 만점에 9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점수에는 답을 풀어내는 과정이 과학적, 언어학적으로 정확했는지도 포함됐다.

올해는 31개 나라에서 예선을 통과한 17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이 대회에서 아시아권 학생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양군이 처음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양군이 언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5년 전 어머니가 고등학생 때 배웠던 프랑스어 교과서를 집에서 발견하면서부터다.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어 단어들을 사전을 찾아가며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양군은 말했다.

그는 "영어와 비슷한 단어, 또 완전히 다른 단어 등을 찾아보면서 암호를 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단어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고 웃었다.

언어 공부에 반해 외고로 진학하면서 아랍어로 전공을 정했다.

영어나 동아시아 언어와는 완전 다른 형태의 언어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랍어 문장은 동사가 가장 먼저 등장해 주어로 시작하는 영어권이나 아시아권 언어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며 "다양한 언어를 알기 위해 러시아어와 독일어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양군은 방언과 소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인간의 사고와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언어를 지키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군은 "언어마다 지닌 고유한 특성을 찾아내서 사람들이 쉽게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언어학이 많은 관심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올림피아드 참가비, 비행기 비용, 숙식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양군은 "다른 올림피아드처럼 언어학 올림피아드에도 각종 연구재단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구 3천800만 명 정도인 폴란드에선 예선에만 수천 명이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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