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이화여대 200여 명의 학생 농성에 16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농성 중인 학생들은 밖으로 끌려 나왔고, 일부 학생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갔다.(이미지=이화여대 학생 제공)

[대학교육연구소]이화여대에 7월 30일 공권력이 투입됐다. 근래에 보기 드문 광경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8일 이화여대 학생 200여명은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본관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총장 면담 요구에 대학 당국은 공권력 투입 요청으로 답했다. 경찰은 200여명의 학생 농성에 16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농성 중인 학생들은 밖으로 끌려 나왔고, 일부 학생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갔다.

공권력 학내로 불러들인 이화여대

군사정권 때도 학내 문제로 농성중인 대학에 공권력이 투입된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화여대는 학교가 먼저 요청했다. 사회적 비난이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이화여대는 ‘경찰 투입을 학교에서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해당 경찰서의 반박으로 궁색한 처지가 됐다.

이화여대는 '평의원들이 감금됐다'며 총장 명의의 공문 발송 및 전화 등을 포함해 경찰과 119에 23차례나 '구조 요청'을 했다. 이화여대는 애초부터 대화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대학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점에 비춰봤을 때도 이화여대의 대처는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그나마 상쇄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사과와 더불어 계속 농성 중인 학생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이화여대 200여 명의 학생 농성에 16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농성 중인 학생들은 밖으로 끌려 나왔고, 일부 학생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갔다.(이미지=이화여대 학생 제공)

이화여대 사태와 관련,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

대학교육연구소는 이화여대 사태와 관련,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화여대 사태는 현상적으로 보면 학교 당국과 학생들, 그리고 과도한 경력을 투입한 경찰 간의 대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본질에서 벗어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줄 세우려는 정부 정책에 있다. 교육부는 지난 해 교육개혁 6대 과제를 선정하면서 고등교육 관련 과제로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일․학습 병행제 확산 ▲선취업․후진학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화여대에서 논란이 된 △평생학습 단과대학(이 정책에 대한 논란은 [대교연 논평] 교육 질 낮은 '학위장사' 우려 큰 평생교육단과대학(150527) 참조) 도입을 비롯 △프라임 사업(PRIME·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 △코어 사업(CORE·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 △사회맞춤형 학과 확대 △외국인 유학생 유치 △현장실습 확대 등이 모두 고등교육 과제와 관련된 정책이다.

이들 정책은 성격만 다를 뿐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과 대학의 취업률 제고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모든 사업이 정부 재정 지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국고지원에 목 맬 수밖에 없는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무리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 간에 크고 작은 충돌은 불문가지였고, 선정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상당했다.

다른 대학 구성원들의 분노, 이화여대 못지않아

이번 이화여대 사태는 결코 우발적으로 한 대학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다른 대학구성원들도 이화여대 못지않게 분노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화여대 사태를 개별 대학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부가 대학의 취업학원화를 강요하는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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