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이 망한다?

박병수 기자l승인2016.07.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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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기준

[U's Line 박병수 기자]“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모든 대학을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아니라 예산 따먹기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최근 국내 129개 공과대학 학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K대학 한 학장은 “등록금은 계속 동결되니 학교에서는 재정지원사업에 목이 말랐다. 아무 사업에나 다 뛰어들고 보자는 식이다. 수년간 연구중심인력 양성에 자원을 투입했던 대학이 뜬금없이 취업역량강화 사업을 유치한다고 덤빈다. 이게 대학 현실”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또한 S대학 학장도 “산학협력인턴 사업을 진행한 일부 대학들은 목표치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혜택까지 만들어 실적을 채웠고 정작 중요한 기초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며 “사업목적만 우선시돼 교육기반을 쌓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정부 인턴 실습이나 해외 파견 등 사업 실적을 채우기 위한 혜택을 만들다보니 정작 중요한 기초 교육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량적 실적쌓기에 급급하게 만드는 재정지원사업들이 대학의 기본목표인 ‘교육’이라는 대명제를 앞질러 “예산이 있어야 뭘 하지”라는 예산 우선주의를 부르짖게 만들었다는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다. 실적 달성을 위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큰 목표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업 이면에는 대학에게 등록금을 올리지 말라고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니 당근을 주자는 게 재정지원사업이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건 당근이 아니라 독이 돼 버렸다”는 숨은 행간(行間)을 말하기도 했다.

H대학 학장은 “철학이 없는 사업은 예산지원의 편중만 부르고, 대학은 무색무취의 대학으로 만든다”며 “사업의 철학, 사업의 목표를 뚜렷이 만들고 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고루 섞고, 사업의 난이도를 둬 중구난방으로 지원하는 일을 사업참여형태에서 걸러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학장들은 지난 14일 교육부가 10개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4개로 합치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통폐합’ 취지 자체는 공감하면서도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공협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 수 줄이기에만 초점을 맞춘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실행 과정에서 현장과 좀 더 밀접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4년제 공과대학 학장들의 협의체인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한공협)은 지금껏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평범한 대학’만 양산해왔다며 공과대학 혁신 모델 발굴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촉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올까 무섭다. 교육당국은 재정지원사업이 어쩌다 계륵이라는 신세가 됐는지 현장부터 돌아 볼 일이다.

 


박병수 기자  pbs1239@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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