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승자 경쟁논리 보다는 전공선택 기회차원으로 취지 삼아야”

 

▲ 문이과 계열 관계없이 뽑는 '통합선발'이 정시모집 전형에 채택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선발 운영취지가 전공선택의 기회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순수학문 등 기피 부작용 우려도…이화여대·한성대 계획 발표, 타 대학도 고려

[U's Line 김하늬 기자]대학 정시모집에 ‘통합선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통합선발은 대학이 문·이과 계열에 상관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가에선 머지않아 통합선발이 정시모집 선발방식의 전형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합선발의 취지는 적성과는 무관하게 합격위주로, 인기학과 위주로 전공을 선택하다보니 학업의 연속성과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제도적으로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취지 중에 하나는 문·이과 구분 없는 융합학문의 글로벌 추세에도 적극 부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선발’을 본래의 목적보다는 대학의 유리한 행정적 조치로서 도입되는 우려 또한 보이고 있어 ‘학생의 입장’에서 ‘잘 가르치려는 입장’에서, ‘전공 적합성 제고 입장’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통합선발을 발표한 대학은 한성대와 이화여대다. 한성대는 당장 2017학년도 정시모집 때부터 통합선발을 시행한다. 국내 4년제 대학 중 처음으로 도입의지를 밝혔다. 한성대는 2017학년도 정시모집 선발인원은 총 404명이다. 이 중 예체능 계열(66명)을 제외한 338명이 학부·학과·전공을 결정하지 않고 입학한다. 이른바 ‘자유전공제’가 된 셈이다. 해당 2017학번 신입생들은 1년간 전공 탐색 기간을 갖고 2학년 때엔 40여 개 학부와 트랙(전공별 세부단위) 중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을 정한다. 각 학부·트랙엔 정원 제한도 없다. 희망하면 3학년에 추가로 수정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대입사전예고제’에 따른 전형변경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예체능계 학과 66명은 제외된다. 일부 모집단위에서 교차지원을 허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모집단위에서 교차지원을 허용한 것은 매우 실험적이다.

전문가들 “시장논리 학과운영 발상 위험”

이어 이화여대도 지난 4월 2018학년도 입시안을 공개하면서 201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생 408명(모집정원13.5%)이 자유전공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입학정원을 관리하는 의과대학과 사범대학, 예체능 전공을 제외한 정시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도 한성대와 같이 신입생들은 1년간의 전공탐색 기간을 갖고, 2학년 진학 후 41개 전공 가운데 희망 전공을 선택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특히 이화여대는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이른바 ‘유동 정원제’를 채택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특정 학부·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거나 많을 경우, 이듬해 입시에서 해당 학과의 수시정원을 줄이거나 늘려 정원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통합선발에 대학 측이 거는 기대에는 전공 부합성 제고나 융합학문 추세 부합 등 본질적인 목적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본래 목적을 가장한 통합선발을 시행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화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한 관계자는 “전공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보니, 정시 합격선·경쟁률 상승될 것이고, 대학의 입학 경쟁력, 위상도 모두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성대 한 관계자도 “통합선발로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게 되면 각 학부·트랙에선 자연스레 학생유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트랙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학생들이 취업률 높은 전공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수요를 반영한 학사 구조개편도 이뤄질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시모집에서 상당수 학생을 선발한 후 정시모집에서는 학과별로 미달되는 학과에 대해 부담 없이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선발 학생 전공선택 기회차원에서 고려돼야”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현재 이른바 비인기 학과 혹은 취업률 낮은 학과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두 대학의 ‘입시 실험’이 자리를 잡는 2019학년도쯤엔 많은 대학이 통합 선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대학은 좋은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생들 역시 희망하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지만 첫해 통합선발 이후 다음 학년도부터 전공 선택이나 학과운영 등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대학의 전공이 학문 자체보다는 인기 위주로 선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성대나 이화여대도 이를 우려해 통합선발 이후 학부를 유동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학생들로부터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한 학과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커리큘럼을 개선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으로 매년 업데이트하면서 사회요구에 맞는 학과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시대지만 정작 순수학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의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다음해에는 전공학과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학문이 학생들 요구에 따라 변하면서 혼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은 마지막 대입전형인 정시모집에서 부담감을 덜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자율적인 전공선택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대학이 통합선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대학내 비인기학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데다 학부제 운영처럼 통합과 비통합 선발이 반복되면서 통합선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대학에서 통합선발을 하는 여러 국가들의 취지는 고교에서 문·이과를 굳이 나누지 않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선택 시간을 준다는 의미가 훨씬 크다.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한성대 한 관계자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할 분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다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1학년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체험이 이뤄지고 특히 2개 이상의 복수 트랙을 선택하게 해 보다 폭넓은 지식과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학년도에 충북대가 일부학과를 학부로 통합해 선발했는데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와 미생물학과, 생화학과가 생명과학부로, 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자원학과, 환경생명화학과가 식물자원환경화학부로, 식품생명공학과, 축산학과가 식품생명·축산과학부로, 식물의학과, 원예과학과, 특용식물학과가 응용생명공학부로 합쳐져 총 10개의 학과가 4개의 학부로 통합해 학생선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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