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권 전문가 수요 높아질 것"

 

▲ 서창록 고려대 초대 인권센터장은 "인권 존중돼야 경쟁력 커진다”고 제기했다. 사진은 고려대 인권센터 초대센터장을 맡은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권센터를 만든다고 하니 다른 한 교수가 묻더군요. '훌륭한 업적을 내는 교수가 학생들을 함부로 대해 인권침해라고 느끼더라도 학교는 그 교수를 보호해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훌륭한 교수가 무엇입니까. 인권침해를 한다면 훌륭한 교수라고 볼 수 없고, 만약 모르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잘못임을 알려줘야죠. 그게 인권센터의 역할입니다.'"

고려대에 새롭게 설립되는 인권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센터 개원을 앞두고 분주하면서도 의욕에 찬 모습이었다.

서 교수는 15일 인터뷰에서 "학내 구성원마다 인권 인식에 격차가 있어 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수와 학생 간 갈등은 물론 장애인·탈북자·외국인 유학생 등 소수자 문제,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 등 학내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내 갈등 처리 방향을 묻자 "교수사회 일각에서는 교수 권익과 배치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결국 인권센터는 모든 걸 인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징계 등 강제력은 없지만, 공식기관이 권고하고 입장을 내는 것만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내에 인권센터를 만드는 것은 그간 인권 연구와 강의, 관련 활동을 벌여온 서 교수의 숙원이었다. 그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총장 후보로 나섰을 때 인권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염 총장도 뜻을 같이해 센터 설립이 공약에 포함됐다.

서 교수는 "센터 설립을 두고 학내에 크고 작은 우려가 있어 총장이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무산됐을 것"이라며 "총장은 인권센터의 필요성을 알고 있을 정도로 인권 의식과 감수성이 뛰어난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권센터의 3가지 기능을 '상담·교육·연구'라고 설명했다. 상담 부문은 교수·교직원·학생 대표 및 외부 인사로 이뤄진 위원회와 상담·조사를 맡는 전문위원이 주축이다. 학내 갈등이 있거나 진정이 들어왔을 때 사건을 중재하거나 학교에 징계를 건의한다.

교육 부문은 학내 인권 교육을 해 인권 의식과 감수성을 향상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 부문은 인권 관련 저널을 발간하고 연구를 지원하며, 정책포럼 등을 개최한다.

서 교수는 "흔히 인권센터라고 하면 상담 부문만 생각하지만, 대학 인권센터인 만큼 교육과 연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 교수는 대학의 경계를 넘어 국내 인권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인권학회'도 조만간 발족할 계획이다.

서울대 등 이미 인권센터가 설치된 대학과 연계한 활동을 벌이고, 고려대 인권센터를 통해 해외 인도적 지원사업도 추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인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이제는 인권이 존중돼야 학교 경쟁력이 오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단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성 소수자,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아야 뛰어난 인재가 학교를 찾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겉으로만 인권 존중을 외치면서도 학교 발전을 위해 약간은 인권을 무시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인권을 중시하는 흐름이 거세 유엔부터 각 국 지방자치단체까지 인권 전문가를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이를 대비해 대학이 인권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서 교수는 믿는다. 서 교수가 이끄는 고려대 인권센터는 올해 8월 국제회의 개최와 함께 정식으로 개원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