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리감독 부재 비난 면하기 어려울 듯

 

▲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짜증난 표정을 짓고 있다. 교육부가 2일 결과를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실태 조사는 국내 로스쿨이 개원한 2009년 이래 로스쿨 입학전형에 대해 처음 실시된 전수조사다.

[U's Line 특별취재팀]교육부의 로스쿨 입학실태 조사의 결론은 "뚜렷한 부정입학 없었다"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 말 신기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법조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 자제들의 로스쿨 특혜입학 의혹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교육부의 어설픈 조사발표가 오히려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3년(2014∼2016학년도)간 로스쿨 합격자 6000여명 중 단순히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스펙’을 기재한 24건 외에 이렇다 할 부정입학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학계와 법조계에서 이번 발표를 반쪽짜리 조사라고 부르는 데에는 부정입학을 자기소개서만으로 한정해 청탁 등 입학비리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번 조사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전국 25개 로스쿨 입시안의 조사결과에서는 결국 입시부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냈다.

조사결과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한 경우가 24건이나 됐지만, 이 중 16건은 대학이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시요강을 어긴 게 아니라고 본다든가, 애초 로스쿨 입학전형을 대학자율로 맡기면서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기도 어렵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질타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나 친인척의 스펙 기재를 금지했음에도 이를 자기소개서에 구체적 혹은 언급 수준으로 기재하고 합격까지 이어진 나머지 8건의 경우도 입학 비리의 증거가 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기소개서 외에도 다양한 전형 요소가 있어 자소서만을 가지고 합격 여부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명백히 입학전형을 위반하고 부정 의심 사례가 적발된 대학에도 경고, 관계자 문책 등에 그쳤다.

이처럼 그나마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합격과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다” “법률

▲ 최근 로스쿨 청탁입학 실태를 적나라하게 쓴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저자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자기소개서에 국한에 실태조사를 한 것부터가 이번 입학실태조사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대구일보>

자문 결과 입학 취소가 어렵다”며 기껏해야 해당 대학 및 로스쿨 원장에 경고를 주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대학 자율성을 명목으로 로스쿨에 대한 공적 통제를 소홀히 했던 교육부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사립대 법학과 교수는 “자소서가 아니더라도 면접이나 다른 방법들을 통해서도 부모의 스펙이 드러날 수 있고, 이 외에도 지원자의 능력과 별개의 요인들이 유입될 여지는 많다”며 “연구를 통해 정성적인 요인들을 최대한 정량화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불공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연수원 출신 변호사는 “오늘은 자기소개서와 관련한 부정만 발표됐을 뿐”이라며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로비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수원 출신 다른 변호사는 “지금의 로스쿨 체제는 대학교수들에게 판검사 무제한 임용권을 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현 제도를 개혁하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로스쿨 체제가 들어선 마당에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로 되돌아가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든다”며 “점진적으로 로스쿨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특히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들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부정입학 논란의 본질은 자소서에 부모 신상 등을 기재해 특혜를 받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입시안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영어성적, 자소서를 포함한 서류와 심층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서류·면접 등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전형요소의 실질반영 비율이나 전형 결과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한 합격, 불합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로스쿨법)에 근거해 로스쿨의 인가 및 폐지, 입학정원 결정, 시정명령 등 통제 권한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율권 보장을 명목으로, 2009년 로스쿨 개원 이래 한 차례도 감사를 시행하지 않는 등 학사 운영에 거의 간여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대상이었던 입학전형의 경우 로스쿨법 시행령에서부터 로스쿨이 자체적으로 전형계획을 수립해 공표하도록 규정돼 있다. 교육부가 일반 대학의 입시 전형계획에 대해선 대학 총장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ㆍ의결을 밟게 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관리감독권을 행사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관리감독 행태다.

교육부 내부에선 “로스쿨을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효성 있는 규제 수단인 대학평가의 권한이 없고,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인가취소 조건 또한 대학 총장 및 설립자의 중대 과실이나 교육부 명령 3회 이상 위반 등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 관련 법령 최종안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대법원, 법무부, 변협 등 법조 이해관계 기관에 장악돼 교육부는 거의 배제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법상 로스쿨 입시 관리 책임은 해당 로스쿨에 맡겨진 상태”라며 “다만 지도감독권이 교육부에 있는 만큼 로스쿨 등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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