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로스쿨 도입 12년만에 변호사들의 수입이 반토막이 났다. 변호사 숫자는 늘어나고 수임건은 부족한 탓이다.

최근 일본 변호사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일본 정부가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지난 12년 동안 변호사 숫자는 1.85배 증가한 반면 노령화 등으로 민사소송 건수는 10년째 제자리인 데다 파산 선고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 평균소득은 2006년 1750만엔(약 1억8500만원)에서 2014년 900만엔(약 927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일본의 로스쿨 지원자 숫자도 최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초반의 7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1년 미국식 법률시스템인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법조인이 늘어나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만 명이던 법조인 숫자를 2018년 5만 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일본에 등록된 변호사 숫자는 3만 7000명으로 로스쿨제도 도입 직전인 2000년(2만명)과 비교하면 1만7000명 가량(85%) 늘어났다.

WSJ는 “일본의 변호사 수임료도 서구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며 “성공보수도 낮을 뿐더러 일본에는 집단 소송제도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변호사의 TV광고도 제한적이다. WSJ는 “일본에서 늘어나는 민사사건은 이혼과 자녀 양육, 상속 등 가족 문제와 노령화로 인해 최근 치매로 고통 받는 노인의 후견인 분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 일본 로스쿨 지원자 현황 <자료 법률저널>

일본 ‘로스쿨 딜레마’는 또 있다. 일본에서 로스쿨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비는 비싼데 사법시험(한국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법무성 자료를 인용해 2014년 사법시험 합격자가 지난해보다 239명 줄어든 181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014년 사법시험 합격자가 로스쿨 도입을 뼈대로 한 새 사법시험 제도가 시행된 뒤 처음으로 2000명 이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합격률도 역대 최저인 22.58%에 불과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 인력을 충분히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문부과학성의 인가를 거쳐 전국에 만들어진 로스쿨은 무려 74곳에 이른다.

그러나 3년 동안 1000만엔(약 1억원)에 이르는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며 공부해도 졸업생들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51.9%)와 교토대(53.0%) 로스쿨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겨우 50%를 넘겼고, 40% 넘긴 학교는 히토쓰바시대(47.0%), 게이오대(44.6%), 오사카대(40.1%) 등에 불과했다.

로스쿨 74곳 가운데 합격자가 10명 미만인 학교는 43곳, 합격자가 1명도 없는 학교도 4곳이나 됐다. 가나가와대학은 성적 우수자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비와 현금 100만 엔을 지급한다는 이례적인 장학제도를 내놓았지만, 올해도 40명의 응시자 가운데 합격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 로스쿨의 합격률이 낮은 것은 애초 적정 수준으로 여겨졌던 20~30여 곳보다 많은 74곳의 로스쿨이 인가됐고, 법조인의 과잉공급을 우려한 일본변호사협회 등의 압력으로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견줘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사법시험 응시기회를 주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예비시험’ 출신자의 합격률은 도쿄대보다도 높은 66.8%에 이르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법시험 결과가 전체 로스쿨에 파문을 불러올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학비가 비싼 로스쿨 대신) 예비시험을 지망해 로스쿨의 통폐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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