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사업은 경제개발 우선논리에서 파생된 물량적 마인드의 확대 재생산”

▲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사업)에 대해 많은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이 성과는 커녕 인문학과 타분야와의 병합으로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17일 코어사업 선정 16개 대학을 발표했다.

[U's Line 박병수 기자] '대학 인문역량제고사업'(코어·Core사업)에 선정된 16개 대학명단이 17일 발표됐다. 교육부는 이 사업취지를 ‘인문학 살리기’에 뒀다고 말했다. 프라임사업 등 이공계열 위주로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문학도 살리는 교육정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코어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문학 살리기가 아니라 인문학의 타학문 병합을 통한 인문학도의 취업률 제고에 맞춰져 있다. 인문학도 출신의 취업률 제고의 정책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의 원형을 바꿔서라도 취업률을 올리라는 인문학 제고의 관점이 문제다. 이 대목에서 다른 나라들의 인문학 관점에 잠깐 눈길을 맞춰 보기로 한다.

하버드대, 학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인재배출 목적

세계적인 학문업적으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는 철저히 이론중심 학문을 지향한다.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학문을 위한 학문을 가르치고 발전시키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버드대는 교양과목을 중심으로 전공분야를 교육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 세계적인 학문업적 대학인 하버드는 학문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이며, 대학이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채원배 베이징대 초대 총장은 대대적인 대학 개혁운동을 일으켰다. 그는 학생들이 학문적 바탕 없이 현실적 이익을 앞세울 때 사회가 부패하며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채 총장은 ‘인격미의 함양’과 ‘학문의 도야’가 대학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히며 이러한 이념을 토대로 대학개혁을 주도했다. 그 결과, 베이징대의 인문계를 강화시켜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번 코어사업에 대해 한국의 여러 대학교수들은 사회수요를 강조한 코어사업이 오히려 인문학을 주변화·취업교육화에 방점을 찍어 인문학도 아니고, 실용학문도 아닌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데 우려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코어사업유형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심화, 기초교양대학’으로 인문학을 산업수요에 맞춰 변형시키거나 교양교육 정도 수준으로 발전계획을 제시할 경우에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이러한 방법으로는 결코 인문학 역량을 제고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문학 순수학문, 타분야 병합 어려워...코어사업 부작용 우려

선정된 대학들은 대학별 특성화 계획에 따라 글로벌지역학 모델, 인문기반융합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 기초교양대학 모델 등 특화한 인문학 교육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려대는 인문대학 내 노문과·독문과·서문과·일문과 등 4개 학과가 참여해 러시아·독일·스페인·일본 지역에 최적화한 교육과정을 구성해 해당 지역 취업능력을 높인다. 가톨릭대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경영학과 융합된 특화과목으로 구성된 전공을 개설해 졸업시 글로벌 인문경영학사 학위를 수여하게 된다.
 

인문학 교수들은 “이는 말이 ‘인문 역량제고’이지 '취업가능 ‘인문학’만을 가치있는 것으로 채점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이상한 인문학만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인문학을 상업적 편제를 거쳐 시장수요에 맞는 인문학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K모 전남대 교수는 “인문학 자체가 순수학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모델과 병합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 한국 인문학의 가장 큰 위기는 전공기피이다. 인문학만을 열심히 하더라도 자신의 삶이 그리 궁핍하지 않는다는 플랜을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인문역량강화사업대학 발표를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결코 인문학적이지 못한 발상으로 사업을 펼쳐 몇 년 후 대학에서는 제대로 된 인문학이 자라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보면 교육부의 시대적 사업발상은 너무도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김인환 U's Line 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사회는 철학의 빈곤이 큰 문제다. 언젠가부터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는 인간존중과 윤리의식마저 무디게 하고 있다. 경제개발, 빈곤탈출이라는 오랜 국가적 통치 슬로건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를 똑바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인문학을 살리겠다며 응용학문과 순수인문학을 섞어 취업역량강화를 부르짖는 것도 경제개발 우선 논리에서 자라난 물량적 마인드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구글이 인문학도 5천명을 뽑은 이유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인문학센터에서 열린 ‘비블리오테크 회의’에서 구글의 머리사 메이어 부사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글은 올해 6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4000~5000명을 인문분야 전공자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어 부사장은 “구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똑똑한 인재를 찾고 있지만, 인문학 전공자가 특히 잘 어울린다”며 구글은 인문학출신 신입사원의 채용이유를 밝혔다. 구글은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데는 기술 못지않게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는 언급은 한국의 교육부가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 최근 구글은 인문학출신 신입사원을 5000명이나 채용했다. 구글은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데는 기술 못지않게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는 언급은 한국의 교육부가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구글의 ‘사내 철학선생’으로 불리는 데이먼 호로비츠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는 “요즘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에만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며 “개발자들은 모바일 운영체제만큼 도덕 운영체제(moral operation system)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문제에서도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과 이마누엘 칸트의 논리를 적용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은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이라고 본 공리주의의 전통에 서 있고, 칸트는 결과와 관계없이 행위가 그 자체로 선인지 악인지에 따라서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는 도덕의무론을 주장한 것을 상기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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