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구성원들은 법인화에 반발했다. 대학본부는 법인화를 하지 않으면 대학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법인화 5년을 맞았다. 그러나 서울대 발전은 커녕 교수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당시 자율적인 대학운영 및 개혁과 지속 가능한 재정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법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라고 역설했던 대학 집행부의 전망을 법인화 5년차에 평가해 보면 그 역설의 방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울대 법인화 5년간의 평가를 침묵으로 대신하는 무거운 수치가 있다. 2011~2015년까지 5년간 서울대 전임교수 65명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그 이전 국립대 시절 2006~2010년 5년간 46명이 떠난 것보다 무려 41% 늘어난 수치다.

국민의당 신학용 의원이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서울대를 스스로 떠난 교수 65명 중 신원이 파악된 교수 50명중 의과대학(11명), 인문대(10명), 자연과학대(9명), 공과대(8명), 사회과학대(4명), 농업생명과학대(3명), 사범대(3명), 음대(2명) 순이었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이직교수 대부분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공대와 자연대 이직 교수 상당수는 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 포스텍(포항공대) 등 국내의 다른 대학이나 미국·일본 등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수연구비와 연구용역에 따른 인센티브 조건, 2~3년내 결과물 내놔야 하고 무거운 행정업무 등이 이직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 사례로 지난 2011년 임용된 이석배(45)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3일 사표를 냈다. 미시계량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실적을 내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교수는 올가을 학기부터 미국 컬럼비아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정년 보장은 물론 타 대학 교수직을 겸임할 수 있다는 약속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 물리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임지순(65) 물리천문학부 석좌교수도 최근 정년 6개월을 앞두고 70세까지 교수직과 연구 지원을 보장한 포스텍 석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는 2011년 12월 법인화됐다. 국립대에서는 조직을 개편하려 해도 교육부 결제를 받아야 했고 5급이상 직원 임용권은 교육부장관이 행사했다. 교수가 외부 연구비를 따오면 일단 국고(國庫)로 편입되기 때문에 연구 용역을 수행하려는 인센티브가 약했다. 이런 풍토에선 서울대가 발전할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예산권·인사권을 이사회와 총장에게 맡기는 독립법인화를 단행한 배경이다. 그렇다면 법인화를 추진하던 자들의 법인화 장점은 어디로 가고, 교수들만 어디로 떠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법인화된 서울대의 현재 문제는 국립대냐, 법인화냐가 대학을 살리는데는 중요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제도적용을 어떻게 하고, 대학다운 연구환경과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의견수렴과 이를 독려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이냐가 대학의 발전을 유도함을 확인한 경우다. 법인화 5년차가 된 서울대 대학본부는 법인화가 아니면 대학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당시 법인화 반대 구성원들을 매도했다. 이제서라도 이사회는 책임있는 서울대 발전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법인화가 대학을 살린다고 이야기 했던 그런 순간모면성 발언보다는 진정성이 담긴 발전계획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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