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가 28일 열린 가운데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22대 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28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 모습.

지난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에 허향진 제주대 총장(61)이 선출됐다. 그는 회장 선출 일성(一聲)으로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해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나 교육부 관계자가 발언했음직한 내용이다.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이 왜 계류되고 있는지 몰라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인지, 평소 허 신임 회장의 소신이 그런 것인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 상정된 대학구조개혁법은 지역의 많은 총장들이 “대학을 일렬로 줄 세울 수 있다는 우려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악순환 요소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법이다. 여권의 지방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이 법 통과에 찬성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속사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국 200여 개가 넘는 국·공·사립대학을 회원대학으로 둔 대교협 회장이 선출 일성으로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신을 마치 공적인 기구의 의견으로 비춰질 우려가 높다.

대교협 회장의 역할은 회원대학들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고등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당국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이 작지 않다. 회원대학들의 의견과 고민을 다 아는 듯 그렇게 속단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또한 이날 발언한 “퇴출 통로를 보장해 줘 법통과를 서둘러야”한다는 의견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 때문에 법률안 통과에 여·야간 공방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한 국립대 총장이 모를 리 없다. 국립대 총장이면 교육부와 여권의 생각과 같은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는 것인가. 야권에서 퇴로를 쉽게 열어 줄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그런 발언을 작정하고 했다면 더 큰 일이다.

이날 허 총장은 “대교협의 위상이 많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회원들의 단합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원들간 단합과 의지가 부족해서 대교협 위상이 약화된 것이 아니고, 대교협이 제2의 교육부 역할에만 매몰돼 심지어 회원대학들 총장중에는 ‘대교협이 교육부 이중대냐?’라는 조소 섞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회원대학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에는 적극적이지 못하고,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대행역할에 업무의 상당량을 차지해 본업을 등한시해서 그렇다”라는 대학들의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지 묻고 싶다. 만약 듣지 못했다면 신임 회장으로서 회원 대학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단면이다.

선출 첫 일성부터 민감한 발언을 한 허향진 대교협 신임 회장의 행보에 대교협 회원대학간의 불협화음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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