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 미생 이야기. 신입사원 4년의 애환을 담다

▲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는 카카오 브런치에서 3개월만에 70만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삼성판 미생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삼성판 ‘미생’ 이야기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저자가 경험한 4년을 담았다. 20대를 바쳐 열심히 스펙을 쌓아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라 하는 ‘삼성’에 입사한 저자. 대기업 직장생활에 대한 동경은 어느새 회의감으로 바뀐다. 공허한 업무와 눈치성 야근, 학습 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경쟁 속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더 많이 배우고 싶어 돌진도 해봤지만 상사에 따라 좌우되는 자신의 업무에 실망감만 커져갈 뿐이다. 직장인들의 현실과 애환을 실제 경험에 기대 생생하게 풀어냈다. 카카오 블로그 ‘브런치’에서 3개월만에 조회수 70만건을 기록하며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책이다. <티거 Jang 지음 / 렛츠북 펴냄>

작가 인터뷰 - 티거 Jang

#01 곰돌이 푸우의 친구, 티거?


많은 분들이 왜 이름이 '티거 Jang'이냐고 물어봅니다. 사실 '티거'라는 필명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 계획 없이 덜컥 퇴사를 한 후 '나는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것은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쓴 글들을 막상 브런치에 올리려고 하니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주제 자체도 마냥 말랑말랑하지 않고 스스로 더 부끄러워질까 봐 망설여졌지요.

그때 저는 제 생애 처음으로 용기를 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지금의 아내와 세 번째 헤어졌을 때, 타임스퀘어에서 작은 이벤트를 했었는데, 바로 이 티거 인형을 쓰고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티거'처럼, 퇴사 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작게나마 용기를 내기 위해서 저는 기꺼이 다시 '티거'가 되기로 했습니다. (웃음)

#02 둥지를 떠난 초일류 사원, 책을 쓰다

처음 출판사 미팅을 할 때부터, '아 누군가 내 글을 위해 이렇게 헌신해 주시는구나' 하는 감격에 설레었고, 원고 편집 방향과 디자인 콘셉트 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두근두근 흥분되었습니다. 막판에는 밤새도록 원고를 보고 또 보고, 더 이상 내 글이 보기 싫어질 때까지 수정하는 작업이 있었지만, '생애 처음'이라는 단어 때문일까요.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고 신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출간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아, 물론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주제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수정하자는 편집장님의 말을 들었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기도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편집장님이 제시한 방향대로 수정하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원고 교정과 디자인에 대해 꼬치꼬치 토를 달아서 출판사 분들이 좀 난감하셨을 것 같긴 합니다. (웃음)

#03 다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

처음 책을 준비하면서 제 책은 20~30대 직장인과 청년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경험한 작은 계기를 통하여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동기 및 친구분들에게 제 책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중 한 친구분께서 저에게 연락을 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바로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우리나라 청년들은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기성세대의 일인으로써 많이 참담하지만, 아직 희망과 용기의 끈을 놓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저에게도 자유롭고 아름답고 날개를 펼쳐 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분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들뻘 되는 사람이 쓴 글에도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또 용기를 주셔서 제가 오히려 더 힘을 얻게 되었거든요. 그동안 제가 잘 몰랐던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았던 베이비 부머라 불리는 저희 아버지 세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고, 또한 더 많은 아버지 세대에서 이 책을 읽고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격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4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온다면

제 책을 읽다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단순히 '대기업이 답답'해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조건들과 상관없이, '내 인생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누구일까'를 찾고 싶어서 다른 탐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그것들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다면, 그곳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영업이든 큰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물론 퇴사 후 한동안은 많이 막막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매일 엄습하고,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온갖 잡념들이 저를 괴롭혔지요. 그러나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 한 번쯤은 분명 필요한 시간이었고 조금씩 인생을 마주하고 조금씩 '살아내려는' 노력을 배우게 해 주었으니까요. 시간을 되돌려 저에게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아마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05 스페셜 땡스 투

퇴사 후 인생 공부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핑계로, 새삼 내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아들의 선택을 지지하시고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 맡겨둔 딸을 호강은커녕 고생만 시키게 만드는 사위를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장인 장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과연 잘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무너질 때마다, 오히려 나를 믿고 더 큰 꿈을 위해 변함없이 지원해주며, "난 지금 생활에 너무 만족하는걸"이라고 해맑게 웃어 보이는 아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요.

<카카오 브런치북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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