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조선대 강사(사진)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와 지위 개선을 요구하며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시간강사법 입법에 촉매제가 됐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지 5년이 흘렀지만 시간강사를 위한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고 31일 시간강사법은 세번째 유예가 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1월1일부터 시행예정이었던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이 2년 더 유예하는 내용 개정안이 23일 상임위에 처리됐다. 31일 본회의에서 처리되긴 했지만 이번 3번째 유예는 여·야 합의로 이미 일주일 전에 결정이 났던 바다.

2010년 서정민 조선대 시간강사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해 2년 만에 만든 ‘시간강사법’은 애초 201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었지만 매번 시간강사는 강사입장에서, 대학은 대학 입장에서 시행유예를 주장해 왔다.

원래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 계약기간을 학기단위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려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을 보장하는 등 교원지위를 올리자는 취지였다. 2011년 입법했지만 이 법 때문에 오히려 시간강사 대량해고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행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유예됐다.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법을 시행하면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시간강사 수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소임용 1년 의무화’ ‘주당 9시간 강의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간강사 대신 겸임교수나 초빙교수를 늘릴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시간강사들도 "처우개선은 좋지만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제대로 된 처우지위 개선도 아니라는 이유로 이 법 시행을 반대했다. 국회가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법을 만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계약관계에서 약자인 이들을 보호하려는 선의의 입법이 반드시 의도한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쪽이 계약을 아예 맺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려 있다면, 약자가 보호를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는 일이 생긴다. 시간강사법의 문제점이 그랬다. 법을 시행하면 추가부담을 지게 되는 대학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시간강사들 사이에서도 대량 해고사태를 우려해 시행을 반대하는 시간강사들이 적지 않았다. 법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우려됐던 것이다.

시간강사 김민섭씨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통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바 있다. 전체 대학 강의의 30% 정도를 맡고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면서,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새삼스레 제기된 것은 아님에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교육부 안일함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해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교육부만 쳐다보고 있다가 시행 유예라는 쉬운 길을 택한 국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2년 유예했다고 교육부와 국회가 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국회는 내년 8월까지 교육부가 새 개정안을 국회에 내도록 요구했다. 우선 교육부가 이번에야말로 대학과 교수, 강사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교수들은 학문 연구와 교육이라는 배에 함께 탄 유기적 관계이다.

처우와 지위에 약자로 강단을 지키고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대학과 교수들은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지 않는다면 시간강사법 문제는 요원하다. 또한 여·야 의원들은 탁상에서만 입으로만 입법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현장을 다니며 현실에서 적용이 가능한 법과 정책을 내놓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책임과 역할을 방기했음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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