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34.9% 대부업·저축은행에 찾아…미취업 20대 고려된 은행대출 상품 시급

 

▲ 미취업에 장기간 노출된 20대들이 고금리 빚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들의 상황이 배려된 금융상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청년 고금리대출 실태조사돌입 기자회견 장면이다.

[U's Line 김재원 기자] 대학 재학 때 부터 이어져 온 학자금 대출, 오랜 구직기간, 생활비보다 형편없는 아르바이트 월 소득 등이 한국의 20대를 높은 이자의 저축은행 대출을 받게 만들면서 사회 첫발부터 빚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20대들이 은행 대신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으로 몰리는 것은 고정 소득, 즉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 제1금융권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고금리에 몰리는 20대들의 생활적인 어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놓인 20대가 매년 6000명이 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지원실적을 보면 3분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1957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10.8%아 차지했다. 채무 연체자 10명 중 1명은 20대라는 소리다. 특히 40대 워크아웃 신청자가 1분기 6450명에서 5671명으로 12% 감소하는 등 대부분 연령층이 감소하고 있지만 유독 20대는 100명 이상이 증가했다.

학자금대출 부담과 형편없는 소득, 취업난 속에서 빚의 늪에 빠져드는 20대가 늘고 있는 것이 29일 금융감독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실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대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6조2000억 원에 달한다(2015년 6월 기준).

이 중 평균 금리 27.6%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이 1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16.2%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금리가 33.6%인 대부업 대출 9000억 원(14.6%)에 여신전문금융회사 4000억 원(6.2%) 대출까지 합하면 20대가 받는 대출 중 37%가 2조3000억 원의 고금리 대출인 셈이다.

2010년 1월부터 2014년 5월 31일까지 4년 반 동안 신복위의 전체 채무조정자 23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대는 1만1655명으로 전체의 4%에 불과하지만 고금리의 제2금융권(카드·저축은행·대부업·서민금융)에서 빌린 채무 비중은 49.4%로 가장 높았다.

20대들이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이 고금리 대출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30대들의 제2금융권 채무 비중은 41.7%, 40대 39.2%, 50대 40.3%, 60대는 44.1%로 20대의 49.4%보다 모두 낮았다. 20대의 대부업체 이용률(8.4%)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저축은행·상호금융 이용 비중도 22%로 50대의 7.8%보다 3배가량 높았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개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지는 다중(多重)채무자의 신용불량자 비율은 20대가 12.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 이상의 경우 이 비율은 6.3%인데, 20대가 이보다 2배가량 높은 것이다.

한국 20대의 형편을 꾀 차고 있는 저축은행들과 대부업체들의 20대 타켓 마케팅도 이들이 고금리에 쉽게 손을 대게 만드는 환경이 되고 있다. 최근 A대부업체는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충성론·병장론’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율은 법정 최고금리인 34.9%. 300만원을 빌리면 매달 8만7200원을 이자로 내야 하는 고금리다.

군 제대 후 복학 전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던 B모씨(25)는 최근 월세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700만원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월 100만원이 채 도지 않는 수입의 B모씨가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저축은행 밖에 있지 않았다. 그는 700만원을 34.5%, 34.9% 이자로 두 곳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한 달에 나가는 이자만 17만원으로 그의 수입의 1/5이 이자로 빠져나갔다.

취업준비생 C모(27)씨는 올해 초 저축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노부모에게 계속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그래서 저축은행을 찾았는데 특별한 서류 없이도 대출이 가능했다. 은행을 찾을 때는 500만원만 빌릴 계획이었는데 은행 측으로부터 1000만원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계획과는 달리 2배를 빌렸다. 대출 다음달부터 24만원씩(연 금리 28% 적용) 이자를 내라고 문자가 날아왔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하고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 달 40만원 수입중 절반 이상을 이자로만 나갔다.

현재 한국의 20대가 처한 고금리 대출문제는 청년실업으로 야기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여기다가 20대 당사자들은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 고금리 대부업을 찾게 만드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등록금이나 주거비 등 미취업 20대 청년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내용은 엄연한 현실인데 이에 맞는 금융상품이 없어 고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다”며 “신용불량 위기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구제대책과 함께 청년층 대상 금융권 이용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제기했다.

취업하기 전에 고금리 대출로 안정적인 취업준비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면서 사회 첫발을 고금리 늪을 딛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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