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수입의 90%를 석유에 기대는 알래스카주 대학은 `혹한 경험'

 

▲ 석유산업 의존도가 높은 오클라호마, 알래스카, 루이지애나주에 속한 대학들이 유가하락으로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주 정부의 지원금 마저 줄어들어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유가하락으로 석유 재벌이 지갑을 닫음에 따라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이들에게 의지하던 미국 대학이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1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2014년 여름 이후 종전 대비 50% 이상 급락하고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 기업 의존도가 높은 알래스카,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주의 대학의 내년 학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텍사스 주와 캘리포니아 주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다양한 산업 덕분에 석유 재벌에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돼 앞서 언급된 3개 주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마감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37달러(2.9%) 떨어진 배럴당 45.89달러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1.83달러(3.6%) 내린 배럴당 48.63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오스틴 텍사스 대학은 석유 산업의 활황으로 기부금이 쏟아진 덕분에 지난 3년간 등록금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새로 지은 건물에 기부금을 충당한 석유 기업의 이름을 붙이고, 1920년대 석유 개발 붐 당시를 추억하며 '펌프잭'(석유를 뽑아 올리는 기계)을 체육관 바깥에 세워 석유 산업의 학교 발전 기여를 인정하기도 했다.

기부금이 대학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3%에서 10%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감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석유기업이 기부금을 덜 내면서 학교 공사, 장학금 지급 계획 등에 당장 차질이 생겼다.

텍사스 A&M 대학에서 30년간 수천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해 온 보브 워커는 "과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이던 시절에, 우리는 참 많은 선물을 받았다"면서 "석유 기업은 대학에 선물을 더 줄 능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클라호마대학은 3억7천만 달러를 들여 미식축구 경기장을 전면 개보수하려던 계획을 축소했다. 루이지애나 대학은 기부금의 25%를 차지하던 석유 기업의 지원금이 10%로 줄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립대의 기부금 모금 담당자인 커크 잭웰은 "요즘 우리가 석유 기업에서 듣는 답은 '아니오' 또는 '지금은 안 된다'"는 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미국 대학은 지난해에만 기부금으로 380억 달러를 받아 신기록을 세웠다. 각 주 정부의 지원 축소분을 기업의 기부금으로 메웠다.

하지만, 주 정부가 유가 하락으로 대학 지원금마저 줄이면서 해당 지역 학교는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오클라호마 주는 2016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시작과 함께 예산 부족이 5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점쳤고, 루이지애나 주는 공립학교 지원금을 380만 달러나 깎았다.

주 수입의 90%를 석유 산업에 기대는 알래스카 주의 대학은 이미 혹한을 경험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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