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시험문제 사후소개 사이트서 삭제하자 객원교수 반발

▲ 일본 국회의사당 주변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려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의 한 대학에서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험문제가 출제 돼 논란을 빚고 있다.

논란을 야기한 문제는 일본 사립 방송대학 객원교수인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宏·60) 도쿄대 교수가 지난 7월 방송대 일본 미술사 시험에서 출제한 것이다. 사토 교수는 전쟁 때 탄압받거나 부역한 화가들의 행적을 담은 지문에서 화가 이름의 오류를 찾도록 한 문제 도입부에 "현재 정부는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도록 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문구를 담았다.

또 "평화와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쟁은 그런 구실로 일어난다"며 "1931년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도 그랬다"고 적은 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보를 통제하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비판하는 힘을 빼앗는 효과적인 수단 이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시험문제의 질문과 해답을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에 공개하는 방송대는 7월 말 문제 공개에 앞서 '학생에게서 이의가 있었다'며 문제의 삭제나 수정을 사토 교수에게 요구했다.

사토 교수가 이를 거절하자 대학 측은 8월 강제 삭제 방침을 교수에게 통보했다. '문제에 적힌 현 정권 비판이 설문과 관계없어 시험문제 내용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삭제 이유였다. 학교 측은 현재 심의가 계속되고 있는 주제(집단 자위권 법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은 시험문제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사토 교수는 2019년도까지인 객원교수 계약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둘 것임을 학교측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미술사를 자신의 것으로 실감나게 생각하길 원했다"고 문제의 취지를 소개한 뒤 "대학은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조치(삭제)를 취했다"며 "그런 자율 규제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밝혔다.

학문의 자유에 저촉되는 부당한 '검열'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방송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방송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정치적 공평성을 의무로 규정한 방송법 제4조에 비춰 공평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제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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