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재호 고려대 총장

[U's Line 김재원 기자]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적장학금 폐지를골자로 하는 장학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성적에 따라 지급해온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가계곤란자 생활장학금과 해외연수 등 학업과 관련된 장학금을 대폭 늘리겠다는 취지다.

고려대는 이번에 새로운 장학제도를 교훈을 따 ‘자유·정의·진리 장학제도’로 이름 붙였다. 내년 장학금 예산으로 근로장학금 등 학생자치 장학금(자유장학금)에 35억 원, 생활장학금(정의장학금)에 200억 원, 해외연수 등 학업과 관련된 장학금(진리장학금)에 100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신입생이 마지막으로 받는 성적장학금에는 24억 원이 배정됐다.

이날 염 총장은 성적장학금이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은 성적을 잘 받아 대기업 취업하려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학문의 전당이다. 장학금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한 수단에 머무르는 걸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염 총장은 대학 내 성적 경쟁에 대해 “한국 대학의 불편한 진실이다. 학생들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재수강, 3수강, 4수강을 하고 편하고 점수 잘 주는 과목을 골라 듣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의 병폐”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성적장학금은 없다. 성적우수자들에 대한 명예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영 고려대 학생처장은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성적 우수자들에게 상장을 줬어도 찾아가지 않은 상장이 학과 사무실에 수북히 쌓여 있다. 총장께서 학생, 학부모와 오찬을 하는 등 성적우수자들에게 실질적인 명예를 선사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성적순으로 학생에게 무조건 돈을 집어넣어주는 성적 장학금은 ‘장학’의 개념에 맞지 않다. 이제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절대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밝혀야 한다. 창피하다고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장학금 한 푼 한 푼이 다 귀하게 마련된 돈이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수동적으로 받는 태도를 바꾸도록 대학이 가르쳐야 한다. 장학금을 받는 모든 학생들이 장학금이 실제 학업에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나중에 보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경제적 장애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기획의도”라며 “기계적 배분이 아닌, 맞춤형 장학혜택을 통해 미래인재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염 총장은 “장학금을 덜 주고 등록금을 낮추자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고려대는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전 세계 3000개 대학 중 104위를 했다. 이 정도 되려면 미국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5배는 비싸야 한다. 유럽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엄청 투자를 하는데 고려대는 단 한 푼도 정부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총학생회는 장학금 제도개편 과정을 문제 삼았다. 고려대 총학은 기자간담회 직전인 오후 1시 30분경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학금의 수혜자인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논의는커녕 한마디 고지조차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권위주의적 독선이 놀랍다”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총학은 성적 장학금 폐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신홍규 고려대 총학 집행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은 행정절차를 비판한 것이며, 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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