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 진로적성 교육 활성화에 얼마나 배려했나

“진로적성 반영의지는 대학구조개혁의 미래지향성 척도”

대학구조개혁이 국민의 큰 관심을 불러온 가운데 지난 8월 31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D, E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참여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지원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또한 이들 대학은 최대 15%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고교 진로교육의 현장에서는 대학구조개혁이 과연 중·고교생들의 진로교육과 무관한 건지, 혹 배려되려면 어떻게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학구조개혁이 중·고교 진로교육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다른 전문가는 대학구조개혁을 진로교육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학구조개혁이 진로교육을 배려할 수 있으려면 사회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U’s Line 창간4주년 특집호를 맞아 U's Line 자매지 <월간 진로적성>은 대학구조개혁과 중·고교 진로교육과의 관계에 대해 교육계 전문가들을 만나 대학구조개혁과 진로교육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보려 한다. <편집자>

대학구조개혁, 사회구조 변화가 먼저다 / 인터뷰 - 장들림 명지고 진로진학상담교사

▲ 장들림 명지고

장들림 명지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으로 발생한 대학의 변화로 인해 진로에 혼란을 겪는 고교생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가 든 대표적인 예로는 특정 학과의 통·폐합이다. 그는 “고교진로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마주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간과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 교사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책은 대학구조개혁의 변화만이 아닌 사회 전반적 구조의 변화다”라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이 진행되면서 발생한 수많은 대학구조 변화 중에서도 특정 학문에 대한 무리한 통·폐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특히 인문·철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경시하는 대학 사회의 모습은 고등학교 진로현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과거에는 문과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이과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문·철학에 대한 이해가 사회적으로 떨어질수록 해당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그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들림 교사는 단순히 대학구조개혁을 변화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전반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영향 받고 대학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상황은 고등학교에서만 문·이과 통폐합이 됐을 뿐 대학과 기업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고 장 교사는 탄식했다. 기업이 바뀌고 대학이 바뀌어야 고교가 바뀌는데 오히려 역순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오히려 인문·철학의 중요성을 대학과 기업이 나서서 강조해야 한다”며 “이들이 나서서 인문·철학 분야의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이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학과 고교현장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변화한다면 진로교육도 보다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들림 교사는 진로교육이 고교현장에 보다 잘 자리 잡기 위해서도 사회적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60만 명의 학생들이 수능을 보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에 응시하는 이유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함’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학문탐구가 취업을 위한 도구가 돼가고 있는 현재의 구조 변화 없이는 대학이 아무리 구조조정을 잘했더라도 진로교육이 긍정적으로 자리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때문에 장들림 교사는 대학과 학위가 사회적으로 차별의 기준이 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사는 “대학의 수가 줄고 대학을 가는 학생들도 스펙이 아닌 학문 탐구의 필요에 의해 대학에 가다보면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며 “이 때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도 사회적으로 잘 자리 잡을 수 있는 분위기라면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진로지도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본 정책이 마련됨과 동시에 아끼지 않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진로교육 매칭 시켜야 / 인터뷰-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거시적으로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대중화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대학들은 직접적, 간접적 혹은 명시적으로 이러한 점을 부지불식간에 깨닫고 있다. 과거 대학의 ‘엘리트’ 단계에서는 대학의 핵심 주역은 교수였다. 하지만 이제 주역은 학생이 되고 있다. 학생의 수가 줄어들고 외국의 대학과도 경쟁을 하게 되면서 학생의 중요성을 이제 대학들이 알아가는 시기라고 본다.

갑과 을이 바뀌는 시기인 것”이라며 “이러한 시기와 맞물려 올해 진행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교수 학습요인, 대학의 특성화 발전을 주로 봤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교육에 보다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대학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학생의 만족이 대학의 가치가 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구조개혁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의 감축을 유도함과 동시에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의 기능을 도모하는 역할이었던 것.

그는 “이번에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들 중 정성평가 보고서를 잘 쓰지 못한 대학은 아마도 그 대학의 교육과정과 교육의 질 관리 등에 대해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껏 ‘갑’처럼 있었던 것이다. 대학들은 이제 학생들이 귀한 줄 알고, 학생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고등학생의 진로와 적성까지 생각하는 평가는 아니었다고 본다. 이번 평가의 주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구조개혁평가가 모든 것을 캐어할 수 없었다. 대학이 잘 가르치고 있냐는 것을 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대학의 교육력과 여건을 본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 평가에 진로를 신경을 썼냐고 묻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교 진로교육의 현장에서 대학구조개혁을 조금은 다른 시점으로 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CK사업, ACE사업, LINC사업 등 국가에서 진행한 대학관련 사업들에 어떤 대학이 열심히 참여하고 좋은 성적을 냈는지, 그리고 어떤 대학이 어떤 학과를 특성화 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진로교육과 매칭 시킨다면 현실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대학구조개혁을 그는 ‘마이너스적인 평가’라고 전한다. 부실대학을 걸러내는 평가라는 것이다. 반면에 그가 전하는 CK사업, ACE사업, LINC사업 등은 ‘플러스적인 평가’다. 대학에서 진로 취업, 특성화 노력을 얼마나 노력, 투자를 해왔는지를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자체 보다는 각종 대학사업에 대해 대학들이 얼마나,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보고 진로지도를 하는 것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대학 노력 촉진하는 촉매제 / 인터뷰-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비록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부실대학을 걸러내는 평가긴 하지만, 앞으로 이 개혁이 더욱 선진화돼 고교생의 진로적성까지 생각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제기했다. 그는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대학으로 진학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고 그와 관련한 기초역량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와이즈멘토는 진로적성교육 전문연구소이다.

조 대표는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진로교육과의 상관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평가의 방식이나 구조조정이 더욱 선진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의 교육과정을 고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학과 정원조정이 이뤄져 특정 학문이 통폐합된다면, 고교생들의 진로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학문 자체가 없어지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학문의 교수들이 현대 과학기술을 외면한 채 옛날 방식의 커리큘럼을 고수한다면 이를 배우는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게 됐을 때 경쟁력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고교생들의 진로 선택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또한 구조개혁으로 무분별하게 학과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교수들과 대학 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교육이 발전해 나가면 결국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조진표 대표가 대학 측에 요구한 노력은 바로 이것이다. 대학이 인문학과 예체능 등에 현대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학과만의 영역에서 배울 수 있는 개념뿐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IT기술을 융합시켜 기존보다도 모던한 학문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를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과 학생들만이 컴퓨터를 다뤄야 한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누군가 명확히 정해준 것이 아니다. 문과 학생들 또한 충분히 컴퓨터를 배워 다룰 수 있다”며 “특정 학문들이 시대에 맞는 기술적인 요소를 배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기 위해선 교수들이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수업 커리큘럼으로 학과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진표 대표는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들을 무조건 대학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적성을 빠르게 찾아 전문대나 특성화대학으로 진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실대학을 많이 줄이고 우수한 대학만을 중점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OECD 회원국가 평균 대학 진학률은 40~50%정도지만, 우리나라는 70%대로 수많은 고교생들이 대학을 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공부에 뜻이 없어도 억지로 대학을 가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을 찾아줘 기술을 배우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취업으로도, 진로로도 자신의 길을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피해 받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생들이 더 이상 대학 진학과 진로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학 운영을 관여하는 국가 시스템을 돌아보고,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의미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대학구조개혁 필요 없는 사회 만들어야"

지난 8월에 이뤄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고교 진로교육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진로교육과 대학구조개혁의 상관관계 속에서 상반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것은 ‘대학구조개혁을 하나의 평가로만 보고, 고교현장은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 안에서 진로교육의 본질을 찾아 새로운 변화를 도와야 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하나의 국가 정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현장에서의 모든 면을 캐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본지가 정부에 묻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구조개혁인가’라는 것이다. 대학을 가는 이가 누구인 것일까. 그리고 결국 그들이 배려돼야만 올바른 구조개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본지가 이달의 기획으로 ‘대학구조개혁과 진로교육’이라는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대학구조개혁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에서다. 대입중심의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은 사교육에 대한 열세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들림 명지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대학구조개혁을 통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진로에 혼란을 겪는 고교생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며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마주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간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올바른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본 정책이 마련됨과 동시에 아끼지 않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문탐구가 취업을 위한 도구가 돼가고 있는 현재의 구조 변화 없이는 대학이 아무리 구조조정을 잘했더라도 진로교육이 긍정적으로 자리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얼마 전 쉬운 수능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었다. 쉬운 수능을 반대하는 이들은 “쉬운 수능의 병폐가 우려된다. 자퇴, 반수, 재수를 양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쉬운 수능을 찬성하는 이들은 “쉬운 수능으로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쉬운 수능과 함께 고등학교의 생활기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교교육을 정상화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본 A진로진학상담교사는 “쉬운 수능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기 이전에 고교 과정에서 아이들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당장의 수능에 대해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과 ‘수험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수십만 명이 말이다. 과연 이들에게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미래를 주고 ‘대학구조개혁’이 필요 없는 한국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점수에 맞는 대학에 입학해 자신의 적성과 관계없는 곳에서 일하는 한국을 만들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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