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는 대학도 이윤창출 기업으로, 기업종속 프로젝트 연구소로 전락시켜"

▲ 임재홍 교수(사진)는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교육은 인적자본 창출과 신지식 창출의 수단으로서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이 된다. 이에 따라 대학도 공공재산에서 부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자본의 이윤욕구에 따라 기업에 종속된 프로젝트 수행 연구소로 전락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등교육에서 정원감축정책이 전면에 부각된 역사적 배경

1. 신자유주의와 고등교육

가. 신자유주의와 고등교육의 관계

종래 복지국가 하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재(혹은 준공공재)적 성격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Vaizey 1962: 23). 따라서 국가가 교육을 제공하고 그 공적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절대적인 원칙으로 확립됐다(Tilak, 2004: 2).

복지 국가적 사고는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하여 대체하기 시작했다. 주된 이유는 자본의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과 개인의 재산권을 강조하면서 공공서비스(교육, 의료, 사회복지 등)를 민영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는 변형되고 파괴됐다(Gill, 2003: 9쪽).

이러한 신자유주의 흐름은 교육영역에도 확산됐으며, 특히 고등교육 영역에서 더 강력했다. 고등교육에서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장려됐고, 정부의 역할은 정책 개발에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됐다. 이에 따라 민영화는 고등교육에서 효율을 증대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또한 재정적인 위기를 완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추진됐다(Tilak, 2004: 3).

신자유주의 정책이 고등교육에 적용되면서 고등교육의 의미도 달라지게 된다. 지식의 생산과 보급이라는 고등교육의 전통적인 기능은 무시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지식은 새로운 형태의 자본으로서 의미를 갖는다(Olssen/Peters, 2005: 330). 소위 지식자본주의는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설명하기 위하여 출현했다. 세계은행(World Bank)나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식경제로의 이동은 교육과 산업 간의 새로운 결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은 노동의 미래를 결정할 지식자본의 형태임에도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본다(The World Bank, 1998; OECD, 1996).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교육은 인적자본 창출과 신지식 창출의 수단으로서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이 된다. 이에 따라 대학도 공공재산에서 부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자본의 이윤욕구에 따라 기업에 종속된 프로젝트 수행 연구소로 전락되고 있다.

나. 교육산업의 시장규모와 대자본의 진출욕구

교육을 자본주의경제의 핵심수단이 되면서 교육을 거래 가능한 서비스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압력은 모든 서비스를 자유화하려고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서(GATS)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Lynch, 2006: 4).

자본의 입장에서 교육사업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2000년에 유네스코는 교육이 2조 달러 가치를 가진 전세계적 ‘산업’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장규모는 세계자동차 사업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영역에서 자본의 진출 역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굴뚝 없이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Hill, 2006: 16).

학문자본주의의 형성은 연구자금 제공(특허), 대학입학 관련 과외와 시험 준비와 같은 보조적인 서비스에서도 발견된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 학교 체인이 운영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대학에 대한 전 세계적 순위를 매기는 것도 대학 부문에 시장 가치들이 투영된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징표이다. 이러한 순위가 상업적 활동에 기초하여 시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Lynch, 2006: 5). 대학의 순위표는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그 평가기준은 교육, 봉사활동, 연구 등 공공적인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평가지표는 주로 시장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Lynch, 2006: 6).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에서 고등교육의 상업화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자본가에게 교육은 새로운 돈벌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교육혁신의 논리나 인적자본개발의 이데올로기로 위장되어 있다. 그리고 국제기구 즉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과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세계체제의 영향력을 통해 개별국가에 시장화를 강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교육의 자본주의적 재편은 영국(대처정부)에서 시작하여 미국(레이건 정부), 일본, 우리나라 그리고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공교육의 전통이 강한 유럽마저도 흔들리기에 이른다.

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

종래 교육행정기관(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개혁안은 영국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1979년 이후 현재까지 영국정부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고등교육의 구조를 변경시켰다. 대학교육과 같은 공공영역을 시장경쟁논리에 따라 사유화시켰다.

영국 대학교육 개혁은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유니버시티와 폴리테크닉으로 나뉘어져 있던 고등교육의 이원체제를 단일체제로 일원화시키고, 대학평가결과에 따라 재정 배분 및 지원을 맡아 하는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설치했다. 1995년 7월에는 교육부와 고용부를 교육고용부로 합쳤다. 고등교육의 목적을 고용향상 즉 기술훈련 위주의 직업교육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더불어 고등교육 구조조정을 위한 5가지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김태리, 1999).

① 대학재정 지원액의 대폭 삭감

종래 대학예산의 95%까지 재정보조를 받았던 대학들은 이제 외부기관, 특히 산업체와 연구계약을 통해, 그리고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을 통해, 특히 더 많은 수의 외국 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함으로써, 대학운영비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② 대학평가

대학의 기능 및 역할 수행을 측정 평가하는 작업이 도입되어 교수 개개인의 업적평가에서부터 학과영역, 대학 전체의 ‘생산성’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평가가 실시되기 시작했다.

③ 평가결과의 공표

위의 대학 평가결과를 외부에 공개 발표하여, 대학간의 경쟁을 유도했다.

④ 평가에 따른 연봉제

대학 교수에 대한 평가는 교수의 연봉으로 연결시켰다.

⑤ 평가자문단의 직접 평가

평가자문단이 각 대학, 각 학과의 강의 계획서안을 검토하고, 실제로 대학을 직접 방문하여 강의를 참관하면서 평가하는 것이다.

영국의 고등교육 구조조정에서 일관성 있게 고수되고 있는 원칙은 이윤가치이며,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수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되고 자율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연봉제로 인한 임금하락으로부터 오는 상대적 빈곤감 등이 문제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3년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에서 부의 양극화 현상의 원인의 하나로 ‘고등교육의 양극화’를 지적하고 있다(Andrée, C. et al., 2013).

이러한 영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줬다. 국립대학 법인화정책이나 그 우회로인 선진화 정책은 영국의 법인화정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국가등록금은 새로이 신설되었지만 학생의 학교선택을 통한 대학의 경쟁유도라는 신자유주의정책과 같은 맥락에 서있다. 대학평가와 정보공시제도 역시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고등교육예산은 증가했지만 국공립대학의 운영경비는 감소하고 있다. 교수업적평가에 따른 성과연봉제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상호 약탈적인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 영국 대학교육 개혁의 하나로 1995년 7월에 교육부와 고용부를 교육고용부로 합쳤다. 고등교육의 목적을 고용향상 즉 기술훈련 위주의 직업교육으로 변화시켰다. 더불어 고등교육 구조조정을 위한 5가지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교육도 산업의 ‘효율성 극대화’에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2. 김영삼 정부의 5.31교육정책과 대학교육의 시장화

가. 5.31교육개혁안과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의 전면화

1995년 5.31.이후 교육부 대학정책의 모토는 구조조정 내지 구조개혁이었다. 이러한 구조전환의 최상위 개념은 국가의 경쟁력강화이었다.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인적 경쟁력이 앞서야 하고 인적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의 경쟁력이 증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임재홍, 2003: 172-174).

2004년 12월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정책 즉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 -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의 제목 만을 보아도 이러한 관계를 바로 알 수 있다. 교육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교육의 이념을 변질시키는 작업을 해왔고, 그 방향은 종래의 공교육체계(?)를 경쟁력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체계로의 전환이었다. 즉 고등교육영역을 시장으로, 대학을 기업으로 변질시키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나. 고등교육의 산업화와 대학의 기업화

1) 산업으로서의 교육

교육부의 교육정책은 공교육의 구조를 허물고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정책을 그 빈자리에 이식시키는 구조의 변질작업이다. 교육영역을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본다는 것은 교육을 서비스산업의 하나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인 경쟁과 이윤창출이 전제돼야 한다.

교육의 산업화 특히 대학교육영역의 산업화는 상당부분 진행되어 왔다. 교육서비스시장의 개방대상으로 고등교육이 우선 지정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정부는 교육개방의 내용을 담는 양허안을 제출하기 이전에 사전적인 자율개방을 통하여 대외개방의 범위를 미리 결정하였다. 대표적인 사전개방을 정한 두 개의 법률로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이 있었다. 이 법률은 현재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이 두 법률에서는 교육개방과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외국교육기관에 많은 특례와 특혜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특례의 최종 목적지는 이윤창출 즉 과실송금의 허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5월 31일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과실송금 허용은 국회의 입법심의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서 영리형 학교법인과 과실송금제도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2) 기업으로서의 대학

교육사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또는 교비를 이용하여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대학은 기업이 될 것이다. 대학을 기업으로 보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다. 만약 이러한 것이 가능해진다면 이윤을 노리는 자본의 학교진출은 가속화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이윤추구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대학의 기업관은 사실적인 현상이며 규범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공적 대학관을 기업형 대학관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의 하나로서 중간단계 즉 국가의 공적인 규제를 해체하여 보다 사적인 형태의 대학을 가능하게 하는 시도는 되풀이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도 중의 하나가 산학협력이며 이를 법제화한 것이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이다. 이 법률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공유․확산을 위한 국가혁신체제의 구축을 위하여 산업체,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간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등의촉진에관한법률」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성격을 달리 보겠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3) 공공영역에서 시장으로 고등교육의 변질

우리 헌법은 개인의 경제생활 영역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과 이윤추구가 인정되는 사적 영역과 이것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공공부문이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교육은 사적 영역이 아니라 공공부문으로 분류되고 있고 고등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임재홍, 2003: 192-193).

우리 법제를 보아도 고등교육은 공공부문임이 확실하다. 교육을 공공부문으로 하는 이유는 교육의 공공성 때문이다. 교육의 공공성은 사회에서의 경쟁 이전에 적어도 학교교육과정에서는 경쟁원리를 배제시킴으로써 모든 인간이 동등하고 평등한 교육기회를 확보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이라고 할 때 핵심이 되는 것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이에 대한 국가의 보장의무이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이 받는 교육이란 그 내용면에서 교육내용의 보편성과 이 보편적 교육에 국민일반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권리로서 보장된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부문에서 사적인 영역으로 변질시키는 것이 신자유주의고등교육정책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을 사적 영역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사영화(민영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영화된 교육은 공교육과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다. 사영화된 교육은 사적인 형태의 교육과 시장적 형태의 교육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양자는 교육경비를 개인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후자의 경우에는 시장원리와 이윤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별될 수 있다. 이윤추구가 가능해지려면 영리법인형태의 사립학교법인이 법률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아직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끊임없이 시도는 되고 있다.

사영화의 모습은 국공립대와 사립대학간에 조금은 다르게 나타난다. 국립대는 사립대로 변화시키는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고, 사립대의 경우에는 공적 규제를 더 완화시켜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

4) 영리화된 대학의 모습

고등교육이 시장이 되면 대학은 개별기업으로서 다른 기업(대학)과 경쟁을 벌여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경쟁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력있는 상품을 공급하여 판매할 때에만 이윤을 확보하게 된다.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저임금정책이 필요하게 된다. 시장화정책은 교원과 직원의 저임금을 강요한다. 최근 대학구조조정정책이래 임금이 형편없이 낮은 반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증가는 평가와 경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개별대학이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결국 대학이 생산한 상품을 더 많이 파는 것, 즉 학생의 등록(구매)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으로 학생들의 등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상품을 구매한 학생들이 졸업후 어떠한 사회적 지위(정규직 취업률 등)를 확보하고 있는가와 연관시킬 수 있다면 대학간 경쟁을 더 격화시킬 수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취업률은 대학평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종래 대학은 이런 방법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언제나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교육의 서비스는 공급자 위주로 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대학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도 없었고 대학들은 정보를 제공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면서 대학이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졌고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 2007년 제정되었다.

이러한 학교의 자체평가와 정보공시는 이중적 측면이 있다. 학교정보를 학교이용자인 학생에게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이영, 2008: 8-11). 그러나 「고등교육법」상 평가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상 공시는 고등교육을 시장으로 대학을 기업으로 변질시키기 위한 목적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3. 교육시장화의 첫 실험: 대학설립자유화정책(대학설립준칙주의)

가. 완전경쟁시장이론과 대학설립자유화정책

신자유주의정책의 국제적 강요를 수용한 것이 1995년의 고등교육개혁안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김영삼 정부의 5.31교육개혁 정책의 중심적 지위에 있는 것이 대학설립준칙주이다. 이 정책은 고등교육영역을 시장으로 보고 자본의 진출입을 자유롭게 한다는 완전경쟁시장이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완전경쟁시장이론은 일반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과잉투자나 과소투자의 방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가진 소비자의 존재, 모든 생산물의 생산비나 소비자 이익에 대한 효과적 통제의 가능성 등을 가정하고 있다(Dill, 1997: 168).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고등교육영역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에 정부보조금에 차이가 있고, 구매대상인 대학의 교육이라는 상품은 쉽게 변경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교육의 품질이라는 것보다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의 서열이나 명성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Breneman, 1981: 25).

이런 점에서 볼 때 완전경쟁시장이론에 따른 시장화정책은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면밀한 고려없이 정책을 수용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완전경쟁시장이론에 기반한 대학설립자유화정책도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 내었다. 하나는 부실, 부패대학의 양산이었다. 대학설립의 자유를 통해 다양하고 특성화된 많은 대학이 만들어지고 대학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학을 배출할 것이라는 구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부실한 대학, 부실한 대학원의 양산으로 끝났고, 이 때 설립된 많은 사립대학은 설립부터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다른 하나는 고등교육 공급과잉의 문제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설립준칙주의는 시행한지 10년도 되지 않아 중단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등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고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종래 대학자율화정책으로 말해졌던 사안들을 보면 대학설립과 운영의 자유(대학설립과 운영에 대한 규제 완화), 등록금 책정의 자유(등록금 규제정책의 포기), 통폐합 등 학과운영의 자유, 산학협력의 자유, 학교기업운영의 자유, 교원인사의 자율성(비정규직의 일반화) 등등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영리법인의 대학설립과 운영의 자유는 진행 중의 문제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공급과잉을 야기했다면 수요를 감축시킨 요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학령인구의 감소가 예측되는 2023년의 경우 2004년 출산 인구의 감소가 원인인데, 출산율의 감소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 외환위기와 그 이후의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한 양극화가 저출산 원인이라는 점이다.

나. 유사 시장정책: 완전경쟁시장이론의 대안으로서의 경쟁정책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장화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들간에 경쟁이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등교육영역에서 자본주의적인 경쟁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학의 서열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경쟁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정책을 목적으로 하는 경쟁에 대학구성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첫 번째 요인인 고등교육의 서열화 문제는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경쟁이란 동일한 조건하에서 대학이 만들어낸 상품의 구매력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대학이 어떤 상품을 제공하든 기존에 형성된 요인에 의하여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해도 구매력의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경쟁은 불가능한 것이다.

 

▲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의 공공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대학 신자유주의를 막아내려 하지만 어느새 경쟁과 효율성에 길들여진 기득권층의 겁박을 막아내기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경쟁정책을 밀어 붙인다. 대학간 경쟁과 대학평가의 결과 대학이 서열화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문제는 경쟁을 통한 서열이 아니라 경쟁외적 요인에 의한 고착화된 서열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고등교육시장에의 자유로운 진출입, 인위적인 경쟁의 조성이다. 나아가 이것으로도 되지 않으면 경쟁의 결과를 국가가 인위적으로 평가해서 성과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인위적인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이주호/ 김선웅/ 이혜연, 2003: 13). 이러한 정책의 법적 근거로 제출된 것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다.

평가와 그 결과의 공개 및 평가를 통한 정원감축정책, 그리고 (지방대학이나 수도권대학)특성화사업처럼 평가를 통한 보조금의 배분정책은 완전경쟁시장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시장화정책으로 제기되었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대학입학과 연구보조금 지급에서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예산 분배 수단으로 ‘유사시장(quasi-market)’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대학의 질평가와 평가를 통한 보조금 배분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평가결과의 공개 역시 추진됐다.

미국 역시 대학의 품질 정보 직접 제공을 정책적으로 도입하였고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화정책의 최대 문제라 할 수 있는 정보부족으로 인한 시장실패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정보 역시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다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장정책은 평가를 전제로 하는데, 평가기관들의 잘못된 평가나 불명확한 평가, 평가기관 자체의 비경쟁성 등으로 인하여 정부실패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Dill, 1997: 180-181).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평가를 통해서 강제적인 입학정원의 감축이나 폐교까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이 경우 국가권력적 억압을 수반하는 유사시장정책은 관료주의적인 보고서 작성과 같은 무의미한 활동, 감독기관의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평가서 작성 요구, 평가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도한 로비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즉 유사시장정책의 실패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임재홍 교수 약력

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영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행정연구원 주임 연구원

인하대학교 대학원 박사 학위

서울대학교 법학부 학사·석사 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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