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급제' 공약포기…'대학 성과표'로 대체
미국 정부가 대학 졸업이후 10년 동안 받은 대학별 졸업생 평균 연봉과 졸업생 학자금 빚 상환내용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별 성과표(College Scorecard)를 국세청의 자료를 이용해 공개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라디오 주례 연설을 통해 밝혔다. 이 대학별 평가자료가 나오면 어떤 대학이 미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버팔로 대학 연설에서 “현재 대학운영 시스템을 뒤바꿀 개혁에 나설 것이다. 대학별 순위를 매겨 미국 시민의 귀중한 세금이 불량 대학에 흘러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정부가 대학을 직접 평가하고 그 순위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연방정부가 축적한 등록금 및 학생 취업 데이터를 토대로 각 대학에 점수와 등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2015년까지 구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대학순위가 나오면 대학 교육의 질을 알 수 있고,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시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사회가 대학별 순위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을 감안해 대학순위 대신 성과표를 내기로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이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대학별 순위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관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미국 매체들은 미국사회의 거부감은 대학들의 로비라고 가리켰다. 대학평가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주요 사립대 총장 등이 맹렬하게 반대 로비를 펼쳤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인문학 위기’였다. 등록금과 취업률 등 수치에만 치중한 연방 정부의 평가계획은 각 대학으로 하여금 영문학, 역사ㆍ철학 등 인문과학은 포기하고 돈 버는 주요 학과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토록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담 포크 윌리엄스대 학장은 “정부의 대학평가는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평가해 중대한 오해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대학순위 발표를 반대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담당했던 케네스 스타 베일러대 총장도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의 대학 성과표가 공개되면 수험생이 진학할 대학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오바마 정부의 설명이다. 특정 대학을 선택했을 때 학비가 어느 정도 들어가고, 어느 정도의 학자금 빚을 지게 되며, 졸업 이후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그 빚을 갚을 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주례 연설에서 애초 약속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생략한 채, “새로운 사이트의 개설로 미국 시민들은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믿을 만한 평가를 제공받게 됐다”고 자평했다.
WSJ는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하버드대 졸업생의 연소득 중간치는 8만700달러, 스탠퍼드대는 8만1000달러, 컬럼비아대는7만3000달러, 프린스턴대는 7만5000달러가량이라고 전했다. 또 대학별 학자금 빚 중간치는 하버드대 6000달러, 스탠퍼드대 1만2224달러, 컬럼비아대 1만9435달러, 프린스턴대 6810달러 등이다.
오바마 정부의 교육 비서관들은 대학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개혁안 관철을 주장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막판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학 일람 사이트에서는 각 대학을 순위와 관계없이 매년 드는 비용과 졸업률, 졸업 후 받는 연봉 등의 정보별로 비교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연방 정부의 대출이나 보조금을 받는 학생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든 학생에게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