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련 성명 "재계는 '즉시 전력'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經團連) 회장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전경련과 비슷한 재계 조직인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국립대 인문·사회학부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에 반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경단련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학·대학원에서는 유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문화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립대학에 인문·사회학부 폐지 등을 요구한 일본 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성명은 이어 문과와 이과(理科)에 걸친 '분야 횡단형 발상'으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6월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 계열과 인문·사회 계열의 학부 및 대학원에 대해 폐지 및 전환을 검토하라고 전국 국립대학에 통지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 경단련이 “기업에선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폭넓은 교육을 받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밝혔다. 대학의 인문계 경시 풍조를 조장·방관하고 있는 한국 재계의 풍토와 대비되는 신선한 문제제기로 다가온다.

경단련은 9일 ‘국립대학 개혁에 관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문부과학성이 지난 6일 국립대학에 내려보낸 통지를 통해 사범대와 인문·사회과학계 학부·대학원에 대해 ‘조직의 폐지나 사회적 요청이 높은 분야로 전환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이 통지가 ‘즉시 전력’(기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의향을 반영한 것이란 견해가 있지만,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그 ‘정반대’”라고 밝혔다.

경단련은 이어 “기업들은 지구적 규모의 과제를 여러 분야를 횡단하는 발상으로 해결할 인재를 원한다. 이공계 전공이라도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폭넓은 분야의 과목을 배워야 하고, 인문·사회과학계 전공이라도 첨단기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공계의 기본적 지식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단련이 대학 구조개혁 방침 등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사히신문>은 10일 경단련이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은 문부성의 6월 통지가 경단련 등 기업들의 의향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부성의 통지가 나온 뒤 일본 사회에선 “아베 정권에 반기를 드는 대학을 옥죄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과학자 2000여명이 모여 만든 일본학술회의 등도 지난 7월 “인문·사회과학을 경시하는 것은 대학 교육 전체를 얄팍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정권의 인문계 경시 정책에 깊은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72) 경단련 회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는 문과를 원하지 않고, ‘즉시 전력’만 원한다’는 등의 보도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점을 다시 한번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단련이 강조한 것은 정부의 개입이 아닌 각 대학의 주체적 판단에 따른 개혁 필요성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공교육 현장을 보면 획일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의 교육이 많아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에 필요한 능력을 익히기 어렵다. 각 대학의 주체적 판단, 구체적으로 학장(총장)의 리더십에 의해 각 대학이 강점이나 특색을 살리는 형태로 기능 분화를 진행해 매력 있는 대학 만들기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단련은 이와 함께 “각 대학의 ‘주체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과 직접 대화하거나 장학금 사업을 벌이는 등 여러 노력을 진행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대학의 취업중심의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교육부가 옆나라 일본 경단련의 요구를 유심히 들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의 요구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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