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1월 박근혜 대통령후보는 각 대학학보 편집장들과의 대담인 대학언론간담회에서 대학총장 선출방식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발언을 했다.<이미지출처 : 뉴스타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경쟁 일변도로 바뀐 교육정책은 대학의 자율성까지 유린했다는 게 교수단체들의 평가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학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요구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MB정부의 교육계 황태자였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끊고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대학을 옥죄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대학들은 지금 그때의 파장과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때 차기 대통령후보로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당시 대학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기보다는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선제를 요구했던 당시 대학교수 등 관계자들은 박 후보가 공약에서까지 밝혔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총장선출 문제는 해결이 되겠구나 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또한 총장선출을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웬 날벼락인가. 박근혜 정부들어 오히려 국립대학 혁신사업과 대학특성화 사업(CK) 평가에도 총장직선제 폐지를 평가 요소로 내걸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 때보다 그 압박 수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소똥을 피하려다 말똥에 자빠진 격이 됐다. 한 때 80여개 대학들이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지만 결국 대학들은 '불리'를 당하기 싫어 총장 직선제를 슬그머니 간선제로 바꿨다. 이제 국립대중에는 부산대만이 직전제로 남아 있고 사립대에서 총장직선제를 채택하는 학교는 없다.   

군부독재와 맞서 간신히 쟁취한 대학의 자율성을 도로 정부에 위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때 마침 보수언론들은 총장직선제 폐지 당위성에 적합한 사설들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사설의 내용은 주로 총장 직선제 무용론과 폐지가 맞다는 노골적이며, 일편향적인 주장을 하면서 언론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마저 던져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유독 총장 직선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 언론사가 입수한 2014년 3월 각 국립대에 교육부가 보낸 공문에서는 “총장 직선제 요소를 학칙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면서 “추천위원 구성도 무작위 추첨(추출·표집) 방식이 아닌 투표나 추천 등을 통해 총장임용추천위원회 내부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은 총장 직선제 요소가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특히 이 공문에서 “교육부가 예시로 들은 총장 직선제 이외에도 총장 직선제 요소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모두 삭제 완료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산대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홍원 교수는 “고현철 교수 투신 사태의 본질은 총장 직선제가 맞느냐, 간선제가 맞느냐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이야기하면서도 학내 구성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막으며 대학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에만 몰두하면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도 어렵게 하고 있다. 과거 총장 직선제에 문제가 있으면 선거 투명성을 위해 총장 선거 투표권을 교수만이 아닌 직원과 학생으로 확대하는 안을 보완해 도입할 수 있다. 교육부가 총장의 권한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제도 보완을 하면 되는데 무조건 직선제 폐지를 강요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는 고 교수의 투신 사망 이후 대학본부와 교수회 비상대책위 간 논의를 거쳐 총장 직선제를 고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러한 부산대 사태가 다른 국립대나 사립대의 총장 직선제 도입 움직임으로 확산될 여지도 적지 않다. 대학총장 임용이 교육부의 임용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재가를 하는 만큼 교육부의 일률적인 총장 직선제 폐지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이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교육부가 교육에 전념하지 않고 딴 짓을 하거나 관심사항이 너무 많으면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 같은 대졸작(大卒作)같은 일이 벌어지고 결국 교육을 망그러뜨리게 될 수 밖에 없다. 하루빨리 대학총장의 선출에 대한 권리는 대학 구성원에게 돌려주고 교육부는 백년대계 교육정책몰두에 힘써야 한다.  "우리 총장은 우리가 뽑겠다는데 교육부가 왜 왈가왈부 하냐?"고 대학 신입생이 물으면 교육부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문제가 많아서 교육부가 나서는거다"라는 답변에 "그 문제 또한 우리가 알아서 잘 해결하께요"라고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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