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라도 지원받는 경우는 80%에 육박 보고도 있어

 

대학을 졸업했지만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이 전체 대학 졸업자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3일 ‘캥거루족의 실태와 과제’라는 분석자료를 내놓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의 절반(51.1%)이 캥거루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직업능력개발원은 2010년 8월과 2011년 2월에 2년제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7000여명을 조사했다. 이들이 졸업한지 1년 6개월이 지난 2012년 9월을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캥거루족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뉘었다. 부모와 동거하면서 가족의 경제적 지원(용돈)을 받는 A형, 부모와 같이 살지만 용돈을 받지 않고 생활비를 보태지도 않는 B형, 부모와 떨어져 살지만 경제적 지원을 받는 C형이다.

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들의 35.2%가 B형 캥거루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형 캥거루족은 10.5%, C형 캥거루족은 5.4%였다. 직업능력개발원은 이에 대해 “B 한국 캥거루족의 전형적인 모습은 부모와 같이 살면서 생활비는 보태지 않고 주거를 해결하는 ‘주거 의존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직업능력개발원은 분석자료에서 “부모 소득수준이 높고 대학 졸업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캥거루족의 비율이 높아진다”며 “특히 성적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 이들의 절반 이상은 졸업 후에 캥거루족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조금이라도 받는 경우는 80%에 육박한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전 세계가 '캥거루족' 문제..."저성장과 경기 탓" 

캥거루족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 주오대학(中央大學)의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1998년에 그의 동명의 저서 에서 “일본 사회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취직이 어려워지고 소득이 줄자 부모에게 기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녀를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s)’이라 불렀다.

패러사이트란 영어로 기생충을 의미하므로, 패러사이트 싱글은 ‘기생하는 독신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숙주는 부모다. 숙주 역할을 하는 부모들은 나이든 자식들을 부양하고도 그들부터 얻는 경제적인 이득은 없다. 동시에 기생하는 자녀도 숙주에게 큰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숙주가 약화되면 자신도 더 이상 기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부모가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숙주로부터 적당히 영양을 받아가면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면에서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비유는 오늘날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임에 틀림없다.

영국에서는 대학 졸업 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들을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 키퍼스라는 말을 풀어서 보면 ‘부모의 노후자금을 갉아먹는 자녀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실제도 그러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03년 한 해에만 624만 명의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총 202억4000유로의 용돈을 주었으며, 무려 872만 명에 이르는 부모가 다 자란 자녀의 미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 부모 중 자신을 위해 연금을 가입한 사람은 106만 명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는 캥거루족을 “탕기”라고 부른다. 서른 한살이 되어도 독립할 줄 모르는 아들과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려는 부모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영화 ‘탕기 Tanguy’ 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사회생활을 위해 수년간 부모 곁을 떠났다가 실직이나 생활비 절약 등을 이유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는 2030세대를 ‘부메랑 키즈 (Boomerang Kids)’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고 해서 ‘맘모네 (Mammone)’라고 부르고, 독일에서는 이들을 둥지에 눌러 앉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네스트호커 (Nesthocker)’라 부른다.

그런데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그저 아이들이 버릇없고 게으름뱅이인 탓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더 큰 주범은 사회적 경제적 힘이다. 저성장과 경기침체 탓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살려고 죽어라 애를 써도 별다른 진전이 없이 늘 제자리를 맴돌기만 한다. 그렇다고 세상만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어쨌거나 부모는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임무 중 하나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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