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들이 수십년 만에 최악의 법조계 취업시장에서 더디게 회복하면서 미국변호사협회(ABA)와 일자리의 정의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일부 로스쿨들은 졸업생들이 영구적인 직장을 찾을 때까지 비영리 기관이나 정부 단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돈을 들여 왔다. 이런 일자리들은 널리 주목 받는 로스쿨 전국 순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취업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학위로 일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그 수치는 별 의미가 없다.

ABA의 승인기관이 이런 일자리를 집계하는 것에 관한 규칙을 더 엄격히 할 예정이다. 이 기관은 지난 봄 펠로우십 자리를 공개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와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고 공지한 뒤 펠로우십이 1년 간 지속되고 최소 연봉 4만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경우 일자리로 집계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펠로우십은 단기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ABA 승인기관은 31일(금) 시카고에서 이 제안을 저울질하기 위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 논쟁은 법조계 고용이 급격히 줄면서 로스쿨, 로스쿨 학생, 승인 당국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긴장을 잘 보여준다. 독립적인 고용데이터 단체 전국법조계취업협회(NALP)에 따르면 2014년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86.7%로 2007년 졸업생들의 취업률 약 92%보다 낮았다. 학생들은 졸업 후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들지 않는다면 로스쿨을 다니기 위해 필요한 1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지출하기를 꺼린다.

한편 등록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로스쿨들은 학생 확보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학교가 지원하는 펠로우십 자리는 2014년 졸업생들이 취업한 법조계의 모든 전일제 장기 일자리 중 3.2%를 차지했다. 전년의 2.9%에서 오른 것이다. 이 일자리 중 대다수가 25개 로스쿨에서 나온다.

에모리대학교 로스쿨은 2014년 졸업생들을 위해 52개 일자리에 자금을 지원했다. 졸업생들이 찾은 법조계 전일제 장기 일자리 224개 중 23%를 차지한다.

로버트 샤피로 에모리대 로스쿨 학장은 ABA에 보낸 의견 서한에서 이번 제안이 이른바 ‘브릿지 투 프랙티스(bridge-to-practice)’라 불리는 펠로우십 자리에 “나쁜” 일자리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욕망으로 주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 서한은 ABA 승인기관이 “다양한 고용 기회에 대해 주관적인 가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을 내놓은 ABA 위원회의 크리스토퍼 피에트루스키에비츠 위원장은 위원회의 임무는 학생들과 장래의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일자리들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BA는 2014년 졸업생 중 60% 가까이가 변호사 면허를 요구하는 전일제 장기 일자리에 취업했으며, 11.2%는 법학 학위 소지자를 선호하는 전일제 장기 일자리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스테트슨 대학교 법학대학 학장인 피에트루스키에비츠는 일부 학교들이 펠로우십 자리를 설명하는 방식이 지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위원회가 규칙을 재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가 연봉 4만 달러를 최저 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급여가 너무 적어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원하지 않을 일자리를 걸러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NALP에 따르면 학교가 지원하는 펠로우십의 대부분은 연 1만2,000달러에서 2만8,860달러 정도의 수당을 준다.

스테트슨 대학교 법학대학패트릭 보일(25)은 지난해 졸업한 뒤 USC 굴드 로스쿨의 지원을 활용해 피닉스에 위치한 애리조나주 법무장관 사무실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이번달 초 그는 이 사무실의 아동가족보호 부서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그는 월 2,000달러 규모의 USC 지원금은 생활하기에 빠듯하긴 했지만 다른 방식으로는 얻지 못했을 일자리에 발을 들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들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연수에 보조금을 지원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교 지원 일자리가 영향력 있는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순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동기 중의 하나다. 이는 줄어든 지원자들 중에서 학생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로스쿨 입학위원회에 따르면 로스쿨 지원자 수는 2014년 5만5,700명으로 4년 전보다 36.6% 감소했다.

마틴 캇츠 덴버대학교 스텀 법과대학 총장은 “로스쿨들이 이걸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숫자를 올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펠로우십은 학생들이 업무 경험을 하도록 돕고 예산이 부족한 공적 기관들에게 부족한 인력을 보충시켜준다. 하지만 새 규정에 따라 펠로우십이 더 이상 전일제 일자리로 간주되지 않는다면 “학교들이 이걸 할 의사가 약해질 것”이라고 캇츠는 설명했다.

덴버 법과대학은 2014년 졸업생들을 위해 32개 펠로우십 자리를 지원했다. 그중 2개만이 전일제 장기 법률직이었다.

로버트 모스 U.S. 뉴스 수석데이터전략가는 로스쿨들은 정확한 순위 집계 방법을 모르지만 그는 더 이상 학교 지원 일자리에 공개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와 같은 비중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임스 레이폴드 NALP 사무총장은 학교 지원 일자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를 둘러싼 긴장은 현재 법학 교육에 가해지고 있는 엄청난 압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곳은 적자생존의 장,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다. 로스쿨들은 점점 줄어드는 학생들을 두고 전투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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